[김정훈, "내년에도 퍼준다… 나랏빚 1000조 첫 돌파" 조선일보, 2021. 9. 1, A35쪽.]

정부 지출을 역대 최다인 604조4000억원으로 늘린 내년도 예산안이 31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올해보다 8.3%(46조4000억원) 확대됐다. 세금으로 다 충당하지 못해 77조6000억원의 적자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국가채무는 1068조3000억원으로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어서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50.2%로 처음으로 50%를 넘는다. 내년 국민 1인당 국가채무는 2060만원으로 2000만원을 처음 넘어선다.

정부는 내년 국세(國稅) 수입이 338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법인세, 종합부동산세 수입이 늘면서 올해 본예산과 비교해 세금이 19.8% 더 걷힐 것으로 예상했다. 세금이 늘어 내년 조세 부담률(본예산 기준)이 20.7%로 높아지면서 사상 처음으로 20%를 넘는다. 또 일자리와 복지 예산이 216조7000억원으로 처음으로 200조원을 넘어선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건설 사업, 비수도권 광역 철도 11개 사업 등으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도 27조5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됐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5년 동안 확장 재정 기조를 유지하게 된다. 정부의 내년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현 정부 출범 이전에 마련된 2017년 예산보다 정부 지출 규모가 203조7000억원(51%)이나 늘어나게 된다. 국가채무는 408조1000억원(62%) 증가한다.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 9년간 국가채무 증가분(300조6000억원)보다 100조원 이상 많다.

정부는 이 같은 예산안을 9월 3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12월 초까지 통과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정부는 내년도 예산도 확장적으로 편성했다”면서 “다행히 우리에게 확장적 재정 정책을 펼칠 재정 여력이 있어 그 힘으로 위기에 대응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재정 건전성 확보 책무를 다음 정부로 넘겼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예산안 브리핑에서 “2023년 이후로는 재정 운용 기조를 상당 부분 정상화하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현 정부에서는 총지출 증가율이 연평균 8%대였지만, 다음 정부에서는 4~5% 수준으로 낮추자는 것이다. 김원식 건국대 교수는 “내년도 예산안은 다음 정부를 고려하지 않고 일단 지금은 퍼 주겠다는 ‘폭탄 떠넘기기’ 예산”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