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은 기업유치 경쟁, 한국은 내몰기 정책
2017.08.16 11:25
[윤창현, "외국은 기업유치 경쟁, 한국은 내몰기 정책," 미래한국, 2917. 8. 9, 7쪽;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후.]
어떤 지역이 여러 가지 면에서 살기에 좋으면 많은 사람들이 해당 지역으로 이주를 하고 해당 지역에 거주를 하게 된다. 좋은 지역임이 확실할수록 유입되는 인구는 늘어나고 유출 인구는 반대로 줄어든다.
좋은 지역에 인구 유입이 늘어나면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거주환경이 더 좋아지기도 한다. 이와 같이 좋은 지역으로 이동하는 행위를 경제학에서는 ‘발로 하는 투표’( Voting by Foot)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지역이 좋으면 많은 인구가 직접 제발로 찾아와서 거주를 하니 결국 일종의 인기 투표가 이뤄지는 셈이다.
그런데 이는 기업부문에도 적용이 된다. 글로벌 생산의 시대에 글로벌 기업들은 입지조건이 유리한 곳을 찾아 다닌다. 소위 아웃소싱 혹은 오프쇼어링이라 부르는 행위는 임금이나 세금 등 생산조건이 유리한 지역으로 생산지점을 옮기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물론 전기요금이나 물류비용 같은 요소도 중요한 조건들이다.
기업들이 해당 지역에 자리를 잡으면 당장 일자리가 생기고 법인세도 납부한다. 협력업체들의 납품 수요도 생기고 지역공동체에서 각종 활동이 일어나면서 지역경제는 활성화된다. 본국의 자본만으로 할 수 없는 것을 외국 기업들이 대신 해주는 셈이니 이들은 구세주 같은 존재들일 수도 있다.
그런데 최근 우리 경제에 부정적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첫 번째는 역시 최저임금 인상과 그로 인한 여파이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최저임금보다 차상위 계층도 임금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인건비가 전반적으로 상승되는 경우 생산기지로서의 입지조건은 당장 나빠지는 셈이다.
둘째는 법인세 인상이다. 대기업에게 국한되는 문제일 수도 있으나 각국은 법인세를 인하하고 있다. 기업이 일자리를 많이 만들면 근로소득세를 많이 걷으면 되므로 굳이 법인세를 많이 거둘 필요가 없다는 것이 최근의 추세이다. 우리가 법인세를 인상하면 입지 여건은 나빠지는 셈이다.
셋째는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이다.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가 값싸고 품질 좋은 전기가 제공된다는 점이다. 이 부분은 외국 기업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한국 진출 기업이 전기에 대해 예외 없이 칭찬을 하는 상황에서 전기요금을 올려버리면 큰 장점이 사라지는 셈이다.
이렇게 보면 최근의 변화는 우리 경제의 외국 기업에 대한 입지 여건이 나빠지는 방향으로만 진행되고 있다. ‘발로 하는 투표’는 정직하다. 외국 기업들의 유출이 일어나면서 유입은 줄어들거나 없어질 수도 있다. 이 경우 우리 경제에 대한 전반적 평가는 나빠지고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나아가 이러한 변화는 국내 기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기업의 생산비용 상승과 효율성 저하로 이어질 수도 있다. 자국 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모든 국가들이 노력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독 우리만 반대로 가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미국도 리쇼어링 정책을 통해 외국에 나간 자국 기업까지 불러들이려고 노력하고 있고 법인세를 15% 수준까지 대폭 인하하는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외국 기업을 하나라도 더 국내로 유치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시키는 동시에 우리 경제의 전반적 기업 입지 여건을 조금이라도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아쉬운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