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는 위헌이다
2019.10.29 20:27
공수처는 위헌이다
[김광일, "공수처는 위헌이다," 조선일보, 2019. 10. 29.] → 좌파독재
문희상 국회의장이 공수처법을 국회 본회의에 부의(附議)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을 바꾼 것 같다. 어제 분위기는 부의하는 쪽으로 기울어 있었는데, 선거법 개정과 엮여 복잡한 정치 계산법이 작동되거나, 정치 야합이 이뤄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그것과 상관없이 공수처법은 애초부터 위헌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 이번 영상의 주제는 ‘공수처는 위헌이다’로 정했다.
오늘은 공수처법을 포함한 사법개혁 법률안이 ‘패스트 트랙’, 즉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지 숙려기간 180일이 지났다. 여당은 국회의장이 이 법안을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다고 한다. ‘부의(附議)한다’는 것은 토론에 부친다는 것이다. ‘본회의에 부의한다’는 뜻은 본회의에서 의원들이 토론하고 심의할 수 있다는 것인데, 법안을 표결에 부치는 것은 별도로 ‘법안을 상정한다’고 한다. 문희상 의장이 공수처법을 본회의에 부의한다고 해서 곧바로 공수처법을 상정하는 것은 아니다. 문희상 의장은 12월3일 내년도 예산안 통과 시점에 맞춰 공수처법을 본회의에 부의하고 곧바로 상정하여 표결 처리하는 절차를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와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공수처법이 태생적으로 위헌(違憲)이라는 지적이 많다. 우리 헌법에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임명하는 수사기관의 장은 검찰총장이 유일하다. 헌법 제89조 제16호는 이렇게 돼 있다. ‘다음 사항은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 ·검찰총장, 합동참모의장, 각군 참모총장, 국립대학교 총장, 대사,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과 국영기업체 관리자의 임명’
그러니까 검찰총장은 헌법에 근거를 둔 법률상의 기관이다. 또 우리 헌법은 오로지 검사만이 국민을 체포하고 구속하고 압수수색할 수 있도록 못 박아 두고 있다. 헌법 제12조 제3항은 이렇게 돼 있다. ‘헌법 제12조- 신체의 자유. ③체포, 구속, 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 자, 그런데 검찰총장은 검사의 총책임자이다. 따라서 검찰총장은 자동적으로 범죄 수사와 기소의 총책임자가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헌법에 아무런 근거가 없는 공수처란 수사기관을 만들어 검찰총장보다 위에 두는 것은 명백한 위헌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헌법학자 중 최고 권위자로 평가받는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허영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검찰총장보다 상위 슈퍼 수사기관을 두는 것은 명백한 위헌이다. 어떻게 위헌적인 공수처가 헌법에 근거를 두고 수사권을 책임지는 검찰총장의 수사권까지 제한할 수 있는가. 개헌 없이는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하거나 제한할 수 있는 슈퍼 공수처의 설치는 불가능하다."
조선일보 독자권익위원회는 이런 의견도 내놓았다. "공수처는 위헌(違憲) 소지가 있다. 일반 국민은 ‘일반검찰’에서, 고위 공직자는 ‘공수처’에서 수사하도록 되어있는데, 헌법 11조에는 이렇게 돼 있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어떠한 형태로도 이를 창설할 수 없다.’ 그런데 왜 공수처를 만들어 국민을 구분하는가. 헌법 11조의 평등 정신에 어긋나는 거 아닌가."
아울러 공수처가 입법된다면 기존의 ‘일반검찰’, ‘특별검사’, ‘특별 감찰관’에 또 하나 ‘공수처’가 더해지는 것이다. 특별검사제도는 정치권이 자신들이 입법을 하고도 잊고 있는데, 상시 운영체제로 되어 있다.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을 보면 국회가 의견을 내는 사건이나 법무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판단되는 사건에 대해 특별검사를 임명해서 수사를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따라서 공수처가 하려는 일은 특별검사로도 얼마든지 만족시킬 수 있다. 또 특별감찰관이라는 것도 있는데 문재인 정권은 2년 반이 되도록 임명하지 않고 있다.
다 떠나서, 검찰개혁이란 무엇인가. 그건 검찰이 공정성을 회복하는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무려 27차례나 반복했던 바로 그 단어, 공정(公正), 공변될 공, 바를 정, 바로 공정, 문 대통령이 그토록 좋아하는 공정성을 회복하면 된다. 어떻게 하면 공정성을 갖게 될까. 법률을 백번 뜯어고친들 소용없고, 오로지 대통령과 청와대와 집권 여당으로부터 검찰을 독립시키면 된다. 대통령과 집권 세력의 정치권력으로부터 검찰을 독립시키면 그날 부로 검찰 개혁은 저절로 된다.
반대로 ‘불공정(不公正)’하다는 것은 수사기관이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하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대통령의 오른팔이자 민정수석이었던 법무장관과 그의 아내를 끝까지 수사하면, 그렇게 ‘살아있는 권력’ 앞에 주저하지 않고 수사의 칼끝을 들이대면 그게 바로 ‘공정’이고, 그 앞에 무릎을 꿇게 되면 그게 ‘불공정’이다. 살아있는 최고 권력에게 공정하면, 서민과 약자에 대한 공정함을 저절로 해결된다. 이런 ‘윤석열 검찰’에게 문 대통령이 자꾸 간섭하고 지시하고 감찰하라고 하고 인권을 말하고 개혁하라고 한다는 것은 헌법 기관인 검찰총장을 견제하려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위헌적 공수처 설치를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은 바로 대통령을 위한 또 다른 권력기관을 만들려는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0/29/201910290234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