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0일 국회 본회의 표결을 앞둔 선거법과 공수처법 강행 처리를 막기 위한 단식을 시작했다. 황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파기 철회, 공수처법 포기,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철회 등 세 가지를 요구한다"며 "죽기를 각오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이 제1야당을 제외한 채 범여권 군소정당들과 함께 12월 초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법 등을 강행 처리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자 황 대표가 극단적 저항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황 대표의 단식에 대해 '당내에서 궁지에 몰리자 급하게 단식 카드를 꺼낸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요즘 세상에 단식이란 투쟁 방식이 과연 적절하냐'는 논란도 있다. 하지만 선거법·공수처법 강행처리 저지라는 그 명분에 대해선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게임의 규칙인 선거제도를 게임 참여자들의 합의 없이 강제로 바꾸고, 수사기관을 어느 당이 일방적으로 신설할 수 있다면 그것은 이미 민주주의가 아니다. 세계 어떤 민주국가에서도 이런 폭주 폭거는 없다.
선거제도 변경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면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나라가 엉망이 될 것이다. 여당 내에서조차 "선거법은 게임의 규칙인 만큼 한국당과 합의해서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의 공수처 법안은 대통령 가족과 측근, 고위 공직자 등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하자는 원래 공수처 취지와도 동떨어져 있다. 공수처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은 물론이고 민변 출신을 수사관으로 대거 임명할 길까지 열어놓고 있다. '조국 수사'와 같이 정권에 불리한 사안들은 공수처가 검찰에서 가져가 뭉갤 수도 있다. 많은 전문가는 공수처가 '통제받지 않는 괴물'이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공수처 신설은 국가 형사사법 제도의 기초를 다시 놓는 일이다. 형사사법 체계의 큰 틀을 바꾸는 사안을 어떻게 어느 당이 일방적으로 강제할 수 있나.
만약 국가의 기본 틀을 이루는 선거제도와 수사제도를 강제로 바꾸는 시도가 성공한다면 다음 정권부터는 못 하는 일이 없어질 것이다. 지지율이 떨 어지고 위기에 몰리면 당장 선거제도부터 바꾸고 사법부 장악을 위해 시스템부터 손보려 할 것이다.
그러나 국회 현실은 민주당과 범여권 군소 정당이 의석을 합치면 반수가 넘는다. 여권이 숫자의 힘을 믿고 일방 처리하겠다고 나서면 야당으로서는 막다른 골목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여권의 일방 처리 시도부터 중단돼야 하고 여야가 토론과 협상으로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