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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는 ‘검찰개악’이다

2020.06.08 16:20

oldfaith 조회 수:79

공수처는 ‘검찰개악’이다


[박주현, "공수처는 ‘검찰개악’이다," 미래한국, 2019. 10. 30, 9-11쪽; 변호사, 전 청와대 특별감찰관 감찰담당관.]     → 공수처


2006년 극장가를 강타했던 영화 속 ‘괴물’은 독극물에 오염된 한강이 만든 돌연변이였다. 2019년 심각하게 오염된 입법절차가 만든 돌연변이 ‘괴물’이 곧 여의도에서 탄생할지 모른다. 그 오염성의 정도와 단계를 고려해 볼 때, 어마어마한 괴물이 될 것 같다.


김관영 전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주요 법안에 대하여 당의 입장을 정할 때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하기로 한 바른미래당 당헌 제54조 위반으로 시작한 패스트트랙은 오신환, 권은희 의원에 대한 불법 사보임이라는 국회법 제48조 제6항 위반, 의회주의·위원회제도 위반, 국회의장의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 국회 의석구조를 무시한 대의제 위반, 패스트트랙 입법절차와 관련된 국회법 위반 등 수많은 위헌·위법을 낳았다.


심지어 그 과정에서 국회의원 100명 이상이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고발당했고, 수많은 보좌진과 당직자가 또 고발당하는 위법사태를 빚었다. 국가기관의 행위 중 가장 신성한 영역에 해당하여야 할 입법절차가 온갖 위헌·불법으로 점철되었고, 아직도 작지 않은 위헌·불법의 불씨가 지펴지고 있다. 법률이 이렇게 오염된채 의결이 된 적이 있었던가? 이런 위헌·불법 논란을 무릅쓰고 강행하는 무리의 의도는 도대체 무엇인가. 얼마나 큰 ‘괴물’을 만들려고 입법절차를 계속 오염시키는가?


가정을 해보자. 인사청문회 위증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범여권이 열렬히 사랑하고 지지했던 검사 윤석열을 초대 공수처장으로 임명했다. 그런데 공수처장이 된 그는 청와대 고위공무원, 여권의 국회의원, 대통령의 가족 등을 사모펀드, 내부정보를 이용한 부동산투기, 정권정책사업에 따른 주식거래, 가상화폐를 이용한 자금세탁 등을 한 혐의로 대거 수사했다. 이러한 경우 범여권은 과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최근 조국 일가를 수사하는 검찰에 대해 ‘검찰개혁’, ‘범죄혐의자 수호’를 부르짖는 무리들을 보며, 위 가정에 과연 어떻게 반응할지 참 궁금해졌다. ‘공수처개혁’, ‘공수처폐지’를 위해 촛불을 들 것인가?
 


대통령 직속의 공수처는 게슈타포


‘공수처 설치?’ 피식! 감히 ‘처음부터 끝까지 다 틀렸어!’라고 단정해본다. 이렇게 조소 섞인 단정을 하는 까닭은 검찰개혁의 본질은 ‘청와대’이기 때문이다. 청와대를 제외하고 개혁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이른바 ‘검찰의 중립성 확보’가 필요한 것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법무부 차관과 검찰국장을 청와대에 불러 검찰개혁을 주문했다.


검찰개혁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청와대와 검찰이 거리를 둬야 하는데, 검찰을 불러 주문을 하다니, 이 얼마나 큰 모순인가? 대통령의 인사권, 청와대를 배제하지 않은 권력기관의 개편은 이름만 개혁일 뿐, 대통령 직할부대의 재편성에 지나지 않는다. 심지어 가뜩이나 문제 많은 제왕적 대통령제 하에서 공수처는 대통령 권력을 막강하게 휘두를 수단이 될 독일 나치의 게슈타포나 북한 보위부가 될 수 있다. 대통령이 공수처를 통해 정부 전 부처를 장악해 대통령제 폐해가 더 심각하게 드러날 것이 명약관화하다.


이번 패스트트랙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국가권력기관을 개편하는 상당히 중요한 법률안이, 정부안도 아닌 의원안(백혜련안, 권은희안)이라는 점이다. 여권은 의원발의한 법률안마저도 야당과의 대화와 타협 없이 일방적으로 표결 절차에 들어가려 하고 있다. 국회부의장실에서 제정법안을 만들어본 경험을 떠올려보면, 의원실에서 법안을 만드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의원발의과정은 결함과 흠결이 너무 많다. 특위, 상임위, 본회의 등을 거치면서 다듬어지지 않으면 그 법안은 너무나 위험하기 짝이 없다.


특히 막강한 권력을 가진 새로운 권력기관을 만드는 법안을 만드는 것은 공청회, 토론회, 상임위·본회의 등에서의 여야 협의 등 대화와 타협, 토론이 필수적이다. 이는 아무리 많아도 지나침이 없다. 그런데 이번 패스트트랙에 태워진 법률안은 위 토론과정이 생략되었고, 의원발의로 이뤄졌다. 그리고 그 후속 토론, 타협 과정도 생략되고 있다.


‘검찰개혁’을 간절히 부르짖는 여권이 이렇게 졸속입법발의, 졸속절차를 거쳐 통과를 시키는데 있어 솔직히 합리적인 이유는 없다. 비합리적인 이유들만 상당히 많이 추측될 뿐이다. 권은희 의원안이나 백혜련 의원안이나 공수처장 추천위원회의 구성을 볼 때 여권 인사가 되는 것은 기정사실화되어 있다. 이런 졸속입법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공수처장에 대한 임명권을 야권에 주고 공수처 도입을 서두른다면, 그 진정성이나 믿어줄 수 있을 테지만, 특별감찰관을 3년 넘게 공석으로 두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절대 그럴 리가 만무하다.


공수처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행사하는 권력기관이다. 공수처 설치를 주장하는 자들은 경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그토록 분리하고자 했건만, 공수처가 다 가지는 것에는 또 관대하다. 이 또한 상당한 모순이 아니라 할 수 없다. 또한 공수처는 수사권, 기소권 뿐만 아니라 정보요구권까지 가지고 있다.

검찰에 집중된 권한 체제를 분산시켜야 하는 것이 검찰개혁의 주요 취지라면, 공수처는 그 개혁 취지에 명백히 반한다. 한편 공수처 수사 대상인 고위공직자와 가족들은 검찰이나 경찰이 아닌 어쩌면 공수처에 의해 수사 받을 수 있는 특권을 가지게 될 수 있다. 최근 조국의 배우자 정경심이 검찰에서 온갖 특혜를 받아 국민적 분노를 사는 것을 봤다. 공수처는 제2, 제3의 정경심을 너무나 쉽게 만들 수도 있다.


공수처는 그 막강한 권한에 비해 헌법적 근거가 없다. 입법부나 행정부에도 속하지 않고, 사실상 견제할 수 있는 기관도 없다. 견제와 균형의 원리라는 삼권분립의 원리에도 반한다. 처장과 차장을 제외하면 검사 25명, 수사관 30명(백혜련) 또는 40명(권은희) 이내로 100명이 안 되는 조직이기 때문에 대규모 수사를 할 수도 없다.


경찰 150명이 넘게 동원된 버닝썬 사건의 경우에도 윤규근 총경의 뇌물혐의 하나 제대로 못 밝혔다는 것을 볼 때 100명 안 되는 규모로 얼마나 많은 사건과 깊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결국 선택과 집중, 그리고 의도적 지연 등 수사에 있어 운용의 묘를 살려 집권세력에 반대되는 세력을 잔인하게 탄압하고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데 선봉이 될 확률도 상당하다. 조응천, 권은희 의원의 사례로 볼 때 욕심 있는 수사처 검사가 정계 진출을 위한 편파수사를 진행될 수도 있다.
 


헌법적 근거 없는 공수처


공수처는 ‘옥상옥’의 권력기관으로서 사법과잉, 검찰과잉 논란을 또 불러 일으킬 것이다. 특히 대통령 직속 기관으로 만드는 것은 검찰청을 법무부의 외청으로 독립시켜 수사권을 사법권에 준하는 독립성을 유지하게 한 헌법정신에 반하는 것이다. 수사권을 특정인이 좌지우지할 수 있다면 무서운 독재권력이 탄생하게 된다. 더구나 공수처는 전보나 파견 없이 특정 부처에 계속 근무하기 때문에 부패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


신설 기관이라 최소 1~2년 이상은 제도 정비와 운용방침 마련에 시간을 낭비하고, 아무런 실적이 없을 확률이 높고, 실적압박에 사찰기관화되거나 함정수사 등 무리수를 남발할 수도 있다. 그 권한의 막강함 때문에 제대로 일도 해보기 전에 공중분해될 수도 있다. 3년 전 특별감찰관의 사례를 보라. 공수처에 비하면 그 권력은 조족지혈임에도 공중분해되었고, 현재까지도 해체된 상태로 있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법무부 기관 증인으로 나온 법무부 차관이 공수처 관련 국회의원의 질문에 대해 아무런 답변을 하지 못하고 얼버무렸다는 것 자체가 무엇을 의미하는가. 공수처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제도다.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제도다.


법무부 차관조차 답변하지 못하는 것을 일반 국민이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제대로 설명도 못하고, 그에 대한 인식조차 없는 국민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돌려 국민의 여론은 찬성이 많다고 공표하는 것 역시 코미디와 다름없다. 도대체 이런 법률안을 숱한 위헌·불법 논란을 무릅쓰고 진행할 이유가 전혀 없다. 검증되지 않은 막강한 권력기관이 가진 폐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 부작용으로 말미암아 대한민국이 더 어두운 흑역사를 쓸 수 있을 것이다.

공수처는 검찰개혁이 아니라 검찰개악이며,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옭아매고, 대한민국을 후진국으로 가게 하는 패스트트랙과 다름없다. 당연히 철회되어야 한다. ‘괴물’은 영화 속에나 존재해야지, 현실에 나오면 재앙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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