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공수처법)은 2019년 12월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2020년 1월 14일 공포되어 2020년 7월 15일 그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이 법률은 권력분립 원칙에 반하고, 국민의 생명권, 신체의 자유, 평등권, 재산권, 검사의 헌법상 영장신청권 등 수사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입법취지와 달리 수사기관의 정치적 종속성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은 위헌적인 법률이다.
필자가 속한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은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정교모)과 함께 지난 1월 문재인 대통령의 공수처법안 공포행위에 대해 헌법소원 및 효력정지 가처분을 제기하였으나 자기관련성이 없다는 이유로 사전심사 단계에서 각하되었다.
한편 미래통합당의 강석진 의원 외 107인의 20대 국회의원들은 지난 2월 19일 공수처법 위헌확인 헌법소원을 제기하였다(2020헌마264). 헌법재판소는 사전심사를 거쳐 지난 3월 10일 심판에 회부하기로 결정하고 나아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사건의 이해관계인 자격으로 의견서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법에 대한 위헌확인 사건 중 사전심사 단계에서 각하되지 않고 전원합의체 판단을 받는 첫 사례다.
이에 한변은 지난 5월 11일 최근의 검사장 출신이고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 의원으로 당선된 유상범 당선인을 대리하여 다시 헌법재판소에 공수처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및 위헌 확인결정을 구하는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위 강석진 의원 등의 헌법소원 사건과 병합심리를 구하고 있다. 공수처법은 입법과정에서부터 무수한 하자로 점철되어 있으나 헌저한 위헌, 위법 사례로는 아래와 같이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공수처법의 현저한 위헌 3가지
첫째, 불법적인 신속처리대상 안건 지정 문제가 있다.
공수처법안은 신속처리대상 지정의 요건과 취지에 반하고 있다. 신속처리대상 안건 지정에 관한 국회법 제85조의 2가 신설된 것은 2012. 5. 25. 법률 제11453호로, 그 개정 이유를 보면 “국회에서 쟁점 안건의 심의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을 방지하고 안건이 대화와 타협을 통하여 심의되며, 소수 의견이 개진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면서도 효율적으로 심의되도록” 하는 데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런데 이 법안이 만들어지고 국회 본회의 가결, 공포 행위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 속에 ‘소수의 의견’은 철저히 무시되었다.
위 개정 이유에서 말하는 소수에서 전 의석의 36% (295석 중 108석)를 차지하는 정당(자유한국당)을 배제한 ‘소수의 의견’이란 있을 수 없으므로, 이 법안의 원안이 본회의에 상정된 자체가 국회법상의 신속처리대상 지정 요건을 갖추지 못한 불법이다. 대화와 타협은 실종되고 다수의 횡포로 전락한 채 이뤄진 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유효하다고 볼 수는 없다.
둘째, 국회의장의 불법적인 특위 위원 개선이 문제다.
공수처법안의 원안이 신속처리대상 안건으로 지정되는 과정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이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의 위원(오신환 의원)이 강제 개선되었음에도 이를 승인하여 국회법을 위반했다. 국회법 제48조 제6항은 국회의원 개개인의 독립적인 헌법상의 지위를 확고하게 보장하기 위하여 “국회 임시회 중에는 위원 본인이 질병 등 부득이한 사유로 의장의 허가를 받은 경우 외에는 회기 중 개선될 수 없다”고 명언(明言)하고 있다. 따라서 오신환 의원의 강제 개선은 불법임이 명백하다. 국회의원의 심의ㆍ표결권이 양심에 따른 불가침ㆍ불가양의 권리임을 고려할 때 더 그러하다.
그리하여 당시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과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2019년 4월 25일 문희상 국회의장의 허가로 사개특위에서 오신환 의원의 의사에 반해 특위 위원이 교체된 데 대해 헌법재판소에 불법 강제 사보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하였다(2019헌라1, 2019헌라2). 그러나 자유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은 2019년 4월 29일 사개특위와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에서 각각 공수처법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안, 선거법 개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강행했다. 헌재는 효력정지가처분 신청 및 권한쟁의심판 청구에 대해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아니함으로써 제 역할을 포기하여 대한민국 헌정질서에 심각한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셋째, 국회의장의 불법적인 특위 위원 개선이 문제다.
신속처리대상 안건으로 지정되어 통상적 국회 입법절차에 대한 예외로 간이 신속한 절차가 허용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긴급성 및 필요성 못지않게 동일성 요건을 갖춰야 한다. 만일 동일성이 유지되지 않고 사후에 얼마든지 수정과 가감이 허용된다고 하면, 이는 당초 신속처리대상 안건으로 지정했을 때 통상적인 입법권에 대한 제한을 허용하였던 국회의원들의 법안 심사, 논의권, 그리고 이를 국회의원에게 위임하였던 국민들의 참정권을 변칙적으로 침해하는 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사건 공수처법은 2019년 12월 24일 윤소하 의원 등이 제출한 수정안 가결 법안이다.
당초 이 법안의 원안은 2019년 4월 26일 백혜련 의원 등이 제출하여 국회법 제85조의 2 소정의 신속처리대상 안건으로 지정되어 관련법에 의하여 본회의에 자동 회부되었는데, 국회의장 문희상이 윤소하 등의 수정 동의안을 받아 본회의에 상정시킨 뒤 표결에 부쳐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의원 100여 명이 이에 항의, 퇴장한 가운데 여당과 이에 동의하는 군소 정당, 원내교섭단체도 이루지 못한 이른바 1+4 모임에 소속된 의원들로만 가결하였다.
그런데 이 수정안에는 “다른 수사기관이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고위공직자범죄 등을 인지한 경우 그 사실을 즉시 수사처에 통보하여야 한다” (제24조 제2항), 수사처 수사관의 자격 요건에 “수사처 규칙으로 정하는 조사 업무의 실무를 5년 이상 수행한 경력이 있는 사람”(제10조 제1항 제3호) 등 당초 원안의 위헌적 요소를 더 악화시키는 내용이 추가되었고, 그 추가되어 수정되는 과정에서 당시 국회 총의석 295석 중에서 108석을 차지하고 있던 자유한국당은 완전히 배제되었다.
일정한 요건을 거치면 국회본회의에 대한 부의, 상정 등이 자동적으로 진행되도록 되어 있는 이른바 신속처리대상 안건 지정은 의회의 통상적인 입법절차를 우회하는 예외적 제도로서 국회의원들이 갖고 있는 일반적인 법안 제안, 토의, 논의, 심사권을 제한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를 거치는 법안의 성안, 본회의 표결은 매우 엄격하게 해석되어야 하는데 이를 어겼으니, 이는 중대한 위법으로서 수정안 통과는 무효라고 볼 수밖에 없다.
공수처법의 실체적 위헌성
삼권분립의 헌법 원리 위반이 제기되고 있다.
헌법 제66조 제4항은 “행정권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에 속한다”, 제86조 제2항은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한다”, 제94조는 “행정각부의 장은 국무위원 중에서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라고 규정하며, 제96조는 “행정각부의 설치·조직과 직무범위는 법률로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삼권분립은 견제와 균형, 책임 소재의 명확이라는 근대 입헌 정치를 구현하는 핵심 원리이다. 우리 헌법은 국회에 대하여 대통령과 국무총리·국무위원·행정각부의 장 등에 대한 탄핵소추권(헌법 제65조)을 부여함과 아울러 국무총리·국무위원 등의 국회 출석·답변 요구권(헌법 제62조),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의 해임건의권(헌법 제63조), 정부에 대한 국정감사 및 조사권(헌법 제61조) 등을 부여함으로써 권력분립상 순수한 대통령제보다 강한 정부 견제권을 국회에 부여하는 특수한 구조를 취하고 있다.
그러므로 헌법규정이나 특별한 사유가 있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한 국회에 의한 위와 같은 견제가 정부조직상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는 행정기관에 미치도록 함이 헌법체계와 조화를 이루는 것이 된다.
헌법 정합성 파괴로 인한 기본권 침해
상위 설치 근거 규범의 부재도 문제가 된다.
법안의 명칭에서 보듯이 공수처법은 ‘공수처’를 설치하고 운영하는 것에 관한 것이므로, 그 설치의 근거가 헌법이나 법률 어디엔가 있어야 한다. 어떠한 국가기관이건 그 존재는 경제적으로는 국민의 조세 부담을 전제로 하는 것이고, 정치적으로는 대부분 국민의 자유와 권리에 대한 제약을 염두에 두는 것이기에 헌법이나 법률을 통해 그 설치의 근거와 정당성이 확보되어야만 한다.
현재 유일하게 헌법 상 기관도 아니면서 정부조직법에 근거하지 않은 기관이 국가인권위원회이지만, 이 기관은 2001년 5월 24일 법률 제6481호로 제정된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라 만들어졌고, 그 설치 근거는 우리나라가 1990년 가입한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다시 말해 국내법과 동등한 법적 지위를 갖는 국제 조약이므로 상위의 설치 근거 규범이 명백히 존재하는 것이다. 더욱이 국가인권위원회의 경우 위원회의 결정이 권고적 효력만 갖는 기관이지만 공수처는 직접적으로 국민의 기본권 침해를 가져올 수 있는 수사 및 소추기관으로서 어떤 행정부서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기구로 설치한 것은 초헌법적이고 위헌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공수처의 권한은 막강하다. 대통령과 국회의장,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 6부 요인과 국회의원, 판사와 검사, 3급 이상 고위 공무원 등 7000여 명이 공수처의 수사대상이다. 또 공수처는 전직 고위공무원과 수사대상 가족의 일부 범죄도 수사할 수 있고, 대법원장 및 대법관, 검찰총장, 판사 및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는 기소권도 갖고 있다(공수처법 제3조 제1항 제2호).
비교법적으로 봐도 독립기구로서의 공수처 법안은 전 세계에 유례가 없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은 별도의 부패범죄 전담수사기구가 없을 뿐만 아니라 특정 신분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기구도 존재하지 않는다. 홍콩, 싱가포르 등 검찰제도가 발달하지 않은 몇몇 영미법계 도시국가를 중심으로 기소권이 없는 부패전담 수사기구가 운영될 뿐이며, 이 경우도 대통령, 총리 또는 법무부 등의 산하기관으로 하고 있다. 반부패 수사기관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싱가포르의 탐오조사국(貪汚調査局·CPIB)이나 홍콩 염정공서(廉政公暑·ICAC)는 각각 총리와 행정장관(행정부 수반)에게 수사 상황을 보고해야 한다.
하지만 공수처는 청와대 등에 보고 의무가 없다. 공수처장은 사실상 국회의 출석 요구에 대하여 보고나 답변은 커녕 출석 자체를 거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해임 건의와 같이 국회가 달리 어떤 책임 추궁을 위한 방책을 세워 두지도 아니하였다. 결국 그 막강한 권한에 비하여 공수처장에 대한 국회의 견제 기능은 사실상 작동 불가능한 상태이고, 이는 국회가 졸속 입법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자기 고유 권한을 포기한 데서 비롯된 위헌적 사태라 할 것이다.
공수처법은 폐기되어야 하는 악법
공수처법은 그 절차와 내용에서 심대한 위헌·위법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바, 정권에 야합하는 파렴치하고 불법한 무리들에 대한 면죄부를 씌어줄 수 있고, 정적들에 대한 제거 수단이 될 수 있는 심각히 위험한 국가기구이다, 공수처법은 이른바 나치의 게슈타포나 북한의 국가보위성을 창설하는 것과 다름이 없는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진 견제되지 않는 기구를 창설하는 불법적인 법률이며, 그 통과 과정도 수십명의 국회의원들이 기소되고, 백명 넘는 인원이 고발되는 사태까지 일으킨 악법 중의 악법이라고 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자유 민주주의 헌정 질서 아래에 사는 국민들은 헌법상의 명문 규정은 물론이고, 비록 명문화되어 있지는 않으나 현대 문명국가의 입헌 체제 하에서 자명하게 인정되는 헌법적 근본 원리들이(fundamental principles) 준수되고, 또 그렇게 준수될 것으로 기대되는 정치·사회적 기반이야말로 국민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지켜 나가며, 한 개인, 그리고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행복을 추구함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 할 것이다.
입법부가 헌법과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의 범위를 훨씬 넘어서, 헌법 상 근거도 없는 기관을 만들고, 그 기관이 헌법상 어떤 기관보다도 사실상 상위에 서서 견제되지 않은 채 권한만 행사하고 책임은 없는 기형적 기구를 작출(作出)함으로 인하여 대다수 국민들은 형언할 수 없는 수치심과 분노는 물론, 헌정 질서를 유린하면서 등장할 전체주의, 독재의 망령을 공포감 속에서 불안하게 지켜보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조속히 가처분신청과 헌법소원 청구에 대한 결단을 내려 헌정질서 수호의 보루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더구나 공수처법엔 공수처장 추천위의 운영 규칙을 국회에서 정하도록 했는데(제6조 제8항), 30일 21대 국회 출범과 함께 그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인사청문회법, 국회법 등 관련 후속 법안도 통과돼야 공수처장 후보에 대한 인사청문회 등을 진행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공수처법의 위헌적인 내용이 대폭 삭제되고, 보완되도록 국회는 초당적으로 마지막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