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안보가 너무 아슬아슬해
2006.07.13 10:55
[사설: “나라 안보가 너무 아슬아슬해 견디기 힘들다,” 조선일보, 2006.6.24, A31쪽.]
국방장관을 지낸 조성태 열린우리당 의원은 22일 국회에서 윤광웅 국방장관이 전시작전통제권을 2012년까지 미국으로부터 환수할 것이라는 뜻의 답변을 하자 “작전권 환수의 시한(時限)을 정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한반도에서 전쟁위협이 객관적으로 사라진 게 명확하다고 판단되는 안보적 환경이 마련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대통령이 그렇게 (시한을 정하는 식으로) 말씀하더라도 (장관은) ‘적절치 않다’고 건의하고 안 되면 장관직을 거는 것이다. 나는 그 부분이 너무너무 아슬아슬해서 견디기 어렵다”고 했다.
조 의원은 이날 국방장관에게 “작전권을 5~6년 안에 거둬들일 자신이 있느냐, 우리가 인공위성이 있느냐, 조기(早期)경보체계가 있느냐, 이지스[대공(對空) 요격시스템]가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얼마전 벨 주한 미사령관이 “한국이 현재 작전권을 환수할 채비가 돼 있느냐”고 했던 것과 같은 질문이다. 조 의원이나 벨 사령관같이 한반도 안보상황과 한국군의 현재 능력을 들여다보고 있는 사람이라면 작전권 환수 얘기가 나올 때 이렇게 물을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국방장관은 “5년쯤 되면 ‘어느 정도’ 목적(작전권 환수 이후 대비)이 달성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정부 시간표대로 5년 후에 작전권을 돌려받으면 한미동맹의 뼈대인 한미연합사는 해체된다. ‘어느 정도’라는 위험천만한 말만 갖고 대한민국이 60년 동안 생존기반으로 삼아왔던 안보시스템을 허물겠다는 얘기다. 정말 “너무 아슬아슬해서 견디기 어렵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페리 전 미 국방장관이 카터 전 국방차관보와 함께 워싱턴포스트 22일자에 기고한 글을 보면 대한민국 안보가 지금 얼마나 아슬아슬한 지경에 있는지를 누구나 느끼게 된다. 페리 전 장관은 “미국은 북한이 미사일 발사 준비를 고집한다면 미사일기지를 사전에 폭격해 파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은 전쟁 운운하며 위협하겠지만 행동으로 옮기진 못할 것이다. 한국을 공격하면 몇 주간 유혈전쟁 끝에 김정일 정권의 종말을 가져오리라는 점을 김정일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페리 전 장관은 ‘몇 주간의 유혈전쟁’이라고 쉽게 말했지만 실제 그런 일이 벌어지면 한반도는 말 그대로 ‘불바다’가 된다. 수 백 만 명의 남북한 사람이 피를 흘리게 된다. 클린턴행정부 때 대북(對北) 조정관을 맡았던 사람이 어떻게 이런 말을 그리 쉽게 하는지 믿기지 않을 정도다.
해들리 미 안보보좌관은 “외교가 올바른 해법”이라며 선제(先制)폭격 가능성을 부인했다. 화폐개혁 전엔 한단 말을 않는 법이듯 폭격하기 전엔 폭격한다고 말하지 않는 법이다. 1994년 북핵위기 때도 미국 언론에 선제폭격 주장이 나오자 미 행정부는 공식적으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훗날 실제론 구체적 준비단계를 밟고 있었다는 게 확인됐었다.
이 정부는 미국 행정부의 진짜 속생각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있는 걸까. 또 알고 있다면 미국이 위험한 선택을 하지 않도록 설득할 수단을 갖고 있는 걸까. 그것도 없이 나라를 여기까지 몰고 왔다면 몇 번 불신임(不信任)을 해도 부족하다.
미국은 이번 북한 미사일 발사 움직임에 대응해 ‘요격미사일을 실은 이지스함’을 동해에 출동시켰는지조차 한국 정부에 알려주지 않았다. 이 정부가 염려 없다던 한미 두 나라의 사이가 그렇다. 정말로 정부는 정신을 차려야 한다. 당신들 어깨에 수천만 국민의 목숨을 메고 지금 어디서 헤매고 있는가.
국방장관을 지낸 조성태 열린우리당 의원은 22일 국회에서 윤광웅 국방장관이 전시작전통제권을 2012년까지 미국으로부터 환수할 것이라는 뜻의 답변을 하자 “작전권 환수의 시한(時限)을 정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한반도에서 전쟁위협이 객관적으로 사라진 게 명확하다고 판단되는 안보적 환경이 마련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대통령이 그렇게 (시한을 정하는 식으로) 말씀하더라도 (장관은) ‘적절치 않다’고 건의하고 안 되면 장관직을 거는 것이다. 나는 그 부분이 너무너무 아슬아슬해서 견디기 어렵다”고 했다.
조 의원은 이날 국방장관에게 “작전권을 5~6년 안에 거둬들일 자신이 있느냐, 우리가 인공위성이 있느냐, 조기(早期)경보체계가 있느냐, 이지스[대공(對空) 요격시스템]가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얼마전 벨 주한 미사령관이 “한국이 현재 작전권을 환수할 채비가 돼 있느냐”고 했던 것과 같은 질문이다. 조 의원이나 벨 사령관같이 한반도 안보상황과 한국군의 현재 능력을 들여다보고 있는 사람이라면 작전권 환수 얘기가 나올 때 이렇게 물을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국방장관은 “5년쯤 되면 ‘어느 정도’ 목적(작전권 환수 이후 대비)이 달성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정부 시간표대로 5년 후에 작전권을 돌려받으면 한미동맹의 뼈대인 한미연합사는 해체된다. ‘어느 정도’라는 위험천만한 말만 갖고 대한민국이 60년 동안 생존기반으로 삼아왔던 안보시스템을 허물겠다는 얘기다. 정말 “너무 아슬아슬해서 견디기 어렵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페리 전 미 국방장관이 카터 전 국방차관보와 함께 워싱턴포스트 22일자에 기고한 글을 보면 대한민국 안보가 지금 얼마나 아슬아슬한 지경에 있는지를 누구나 느끼게 된다. 페리 전 장관은 “미국은 북한이 미사일 발사 준비를 고집한다면 미사일기지를 사전에 폭격해 파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은 전쟁 운운하며 위협하겠지만 행동으로 옮기진 못할 것이다. 한국을 공격하면 몇 주간 유혈전쟁 끝에 김정일 정권의 종말을 가져오리라는 점을 김정일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페리 전 장관은 ‘몇 주간의 유혈전쟁’이라고 쉽게 말했지만 실제 그런 일이 벌어지면 한반도는 말 그대로 ‘불바다’가 된다. 수 백 만 명의 남북한 사람이 피를 흘리게 된다. 클린턴행정부 때 대북(對北) 조정관을 맡았던 사람이 어떻게 이런 말을 그리 쉽게 하는지 믿기지 않을 정도다.
해들리 미 안보보좌관은 “외교가 올바른 해법”이라며 선제(先制)폭격 가능성을 부인했다. 화폐개혁 전엔 한단 말을 않는 법이듯 폭격하기 전엔 폭격한다고 말하지 않는 법이다. 1994년 북핵위기 때도 미국 언론에 선제폭격 주장이 나오자 미 행정부는 공식적으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훗날 실제론 구체적 준비단계를 밟고 있었다는 게 확인됐었다.
이 정부는 미국 행정부의 진짜 속생각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있는 걸까. 또 알고 있다면 미국이 위험한 선택을 하지 않도록 설득할 수단을 갖고 있는 걸까. 그것도 없이 나라를 여기까지 몰고 왔다면 몇 번 불신임(不信任)을 해도 부족하다.
미국은 이번 북한 미사일 발사 움직임에 대응해 ‘요격미사일을 실은 이지스함’을 동해에 출동시켰는지조차 한국 정부에 알려주지 않았다. 이 정부가 염려 없다던 한미 두 나라의 사이가 그렇다. 정말로 정부는 정신을 차려야 한다. 당신들 어깨에 수천만 국민의 목숨을 메고 지금 어디서 헤매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