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선언은 미군 철수 1단계
2018.09.10 17:36
문재인 정부가 종전(終戰)선언에 사활을 거는 것을 보면 알고 그러는 것인지 모르고 그러는지 혼란스럽다. 중국 시진핑과 북한 김정은은 일찍부터 문재인 대통령을 내세워 종전선언에 미국을 끌어들이려고 총력을 기울여 왔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종전선언은 관련국 모든 국민의 염원이라고 선동하고 있다. 2007년에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에게 무례할 정도로 종전선언을 추진하자고 반복해 간청한 바 있었다. 결국 미국의 동의를 못받자 노무현·김정일 간의 10·4선언(2007)을 통해 3자 또는 4자 종전선언을 추진한다고 합의했었다.
한반도는 현재 전투의 중단을 의미하는 정전체제(Cease of Fire)에 있다. 북한의 침략전쟁에 대응하고자 유엔 결의로 구성된 유엔군사령부가 작동되고 있고 유엔군사령부 관할 하에 중립국 군사정전위원회가 북한의 각종 군사도발과 정전협정 위반에 대한 감시를 담당하고 있다. 한국군과 주한미군으로 구성된 한미연합사령부(CFC)도 유엔군사령부와 협조관계에 있는 것은 물론 정전이 유지되지 못하고 전쟁으로 확대되는 경우 유엔군이 다시 집결하도록 되어 있다. 물론 북한의 도발도 그것은 유엔과 국제사회를 향한 도전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전쟁이 종결되었다는 종전선언을 통해 중국과 북한이 얻고자 하는 것은 유엔군사령부 및 군사정전위원회의 해체이다. 물론 궁극적으론 한미연합사령부의 해체와 주한미군의 철수이다. 이미 중국은 1971년 대만을 대체하여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된 이후부터 집요하게 한반도에서 유엔군 해체와 미군 철수를 추진해 왔다. 1972년 이후 일시적으로 전개된 남북대화 국면조차도 본질적으로는 유엔군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를 목표로 했다는 것은 1974-5년 중국 주도로 제출된 30차 유엔 총회의 ‘유엔군 해체 및 주한미군 철수 결의’(3390호B)로 확인된 바 있다.
핵폐기와 평화보장 없는 종전선언이란 곧 유엔군과 군사정전위원회의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라는 정치공세만을 불러들이는 것이다. 핵무장국을 선언한 북한과 미국에 한반도에서 중국 패권을 인정하는 신형대국관계를 맺자고 압박하는 중국을 대상으로 종전을 선언한다는 것이야말로 유엔 및 미국과 함께 해온 한국 안보체제를 근본적으로 해체시키는 것이다. 우선 향후 전개될 북한 도발과 침략도 내란이자, 민족 내부 문제가 됨에 따라 유엔과 미국 혹은 국제사회가 관여할 수 없는 ‘한국 고립 체제’를 만드는 것일 뿐이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가 중국과 발맞춰 종전선언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한반도에 평화가 도래하고 북한 위협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거짓 평화체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것은 한편으론 대치와 도발이라는 전쟁 질서를 종결시켰다는 허구적 정치 업적을 만들려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더 본질적으로는 문재인 정부에 광범위하게 숨어든 암약(暗躍)세력에 의해 한국 안보 질서가 근본적으로 해체되고 중국 및 북한의 독재적 전체주의가 주도하는 질서에 대한민국이 편입되어 가는 방향 전환의 첫 단계인 것이다.
[출처: http://www.futurekorea.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004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