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단속 진정성 있나
[신동훈, "'가짜뉴스' 단속 진정성 있나," 조선일보, 2018. 10. 19, A38쪽.]
정부가 이른바 허위 조작 정보 근절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제도 개선 방안을 만들고 있다. 대대적인 실태 조사와 단속, 처벌 등이 포함된다고 한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이달 초 "국가 뉴스와 관련한 턱없는 가짜뉴스까지 나돈다.(…) 검찰과 경찰이 신속 수사하고 엄정 처벌하라"고 한 뒤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고 있다.
세상에는 명백한 거짓과 오류, 과장·왜곡된 정보들만큼이나 진위(眞僞)를 가리기 힘든 정보도 많다. 예컨대 이명박 정부 초기 정권의 존립을 뒤흔들 정도였던 "미국 소 먹으면 광우병 걸린다"는 주장은 10년 세월이 흐르고서야 많은 국민이 자연스럽게 가짜뉴스로 받아들이고 있다. 주말에 대형마트 미국산 쇠고기 시식 코너에 길게 늘어선 줄을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명백한 거짓임에도 "의료 민영화되면 내시경 진료비가 수백만원 된다"던 '민영화 괴담', '세월호 미군 잠수함 충돌설(說)' 등 한때 세상을 시끄럽게 하다가 사라진 무수한 가짜뉴스들도 존재한다. 미혼의 여성 대통령이었던 박근혜 전(前) 대통령의 이름 뒤에 '밀회설' '비아그라' '침대' 등 온갖 상상력을 자극하는 단어들을 붙인 제목의 동영상들은 지금까지도 버젓이 나돌고 있다.
국가는 법과 권능을 이용해 진실을 판가름해줘야 하지만 현 집권 세력에 그렇게 할 진정성 있는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 오히려 가짜뉴스란 '프레임(frame·틀 짓기)'으로 치부(恥部)를 숨기거나 정적(政敵)을 공격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요즘은 세계 최선진국이라는 미국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같은 정치인이 뉴욕타임스·CNN 같은 정통 매체 보도에 '가짜(fake)' 딱지를 손쉽게 붙여 버리지 않는가. 현 정부 역시 최근 영향력이 높아진 우파(右派) 유튜브 1인 방송에 대해 가짜뉴스 프레임을 적용하는 것은 아닌지 '합리적 의심'이 드는 것이다. 정작 과거 세월호나 촛불 정국에서 좌파(左派) 유튜브와 팟캐스트들이 득세했을 때, 현 여권은 가짜뉴스라는 말조차 꺼내지 않았었다.
지금 상당수 집권층 인사는 청년 시절 유언비어 유포죄나 찬양·고무죄(국가보안법)라면 치를 떨었던 경험을 갖고 있다. 그런 사람들이 이제 허위조작 정보 처벌을 위한 새로운 법을 만들겠다고 한다.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아무리 숨겨도 누군가는 '임금님 귀는 당
나귀 귀'라 말하고 퍼져 나간다는 '우화(寓話)'를 들어왔다. '벌거벗은 임금님' 이야기는 '진실이 결국 거짓을 이긴다'는 비유로 사용되기도 한다.
누구보다 공정(公正)이란 말을 좋아하고 자주 쓰는 현 정부 사람들의 요즘 행태를 보면,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 평등하다'고 했던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이 자꾸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