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칠면조와 공작

2018.11.05 20:33

oldfaith 조회 수:181

칠면조와 공작


[정권현, "칠면조오 공작," 조선일보, 2018. 10. 23,  A35쪽.]

'칠면조는 싸우다가 형세가 불리해지면 갑자기 목을 쭉 빼고 땅바닥에 드러눕는다. 이긴 칠면조는 누워 있는 놈 주변을 빙빙 돌며 위협적 자세를 보일 뿐 더 이상 공격하지 않는다. 그러나 칠면조가 인척 관계인 공작과 맞붙으면 상황이 달라진다. 칠면조가 공작보다 힘이 세고 덩치도 크지만, 날렵한 공작한테는 늘 당한다. 칠면조가 평소 싸움 룰(rule)에 따라 바닥에 드러누우면 끔찍한 일이 일어난다. 공작은 무방비 상태의 칠면조를 계속 쪼아 죽이는 경우도 있다. 공작이 칠면조의 몸짓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동물행동학자 콘라트 로렌츠의 저서 '솔로몬의 반지')

얼마 전 어느 모임에서 법원장을 지낸 원로 법조인이 이런 이야기를 꺼내면서 '김명수 사법부'를 공작의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된 칠면조 신세에 비유했다. 그동안 여러 차례 되풀이된 검찰과 법원의 갈등이나 사법부 내부 갈등이 '룰'을 지키면서 칠면조끼리 벌인 싸움이었다면, 5개월째 이어지는 이번 사법 사태에는 지금까지 적용된 룰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공작이 끼어들었다는 것이다.

법원 자체 조사에서도 사실무근으로 결론 난 이른바 '재판 거래 의혹'이 검찰 수사로 이어져 전·현직 판사 80여 명이 검찰에 불려 나가 조사받고 있다. 사법부가 독립된 나라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정부 시절 양승태 대법원이 재판 거래 시도 문건을 만든 것은 부적절하고 지탄받아 마땅한 일이다. 사법부 독립을 스스로 허무는 사법부의 자기 부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판 거래는 문건상 '시도'에 그쳤을 뿐, 상당수는 시도도 하기 전에 확정판결이 나왔다. 이미 끝난 재판에 개입할 수도 없으니, 당연히 판결에 영향을 미친 사실도 찾지 못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취임하자 특정 성향 판사들이 사법부를 틀어쥐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판사를 사찰한 의혹이 있다면서 재탕 삼탕 조사를 밀어붙였다. 뜻대로 되지 않자 다시 타깃을 바꿔 재판 거래 의혹을 제기했고 대법원장이 괴담(怪談) 수준의 의혹에 편승해 '양승태 사법 농단 프레임'이 만들어진 것이다.

작금의 사태는 김 대법원장이 자초한 일이다. 대법원장에 지방법원장 출신이 파격 발탁된 데는 그만한 이유와 목적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그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현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지 알 도리가 없다. 사법 개혁을 적당히 생색 내려다가 일이 너무 커지자 혼비백산한 것인가? 아니면 '촛불 검찰'이 너무 집요해 부담을 느끼는 걸까?

이른바 '재판 거래 문건'에 등장한 전교조 등 재판 이해 당사자들의 판결 불복 움직임이 봇물을 이룬다. 심지어 대법원이 유죄를 확정하고 헌법재판소가 '북한식 사회주의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위헌 정당'이라고 판단한 구(舊) 통진당 깃발까지 대법원 앞에 나부끼고 있다. 대통령의 적폐 청산 요구에 머리를 조아려 화답했지만, 우물쭈물하는 그의 리더십 부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사법부 내에서도 높아지고 있다. 대법관 출신의 판사가 출근길에 민노총에 봉변을 당해도, 대통령의 일개 법무 참모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현직 고법 판사를 대놓고 비난해도 찍소리 못 하 고 있다.

공작의 공격에 노출된 칠면조는 스스로 일어나서 도망칠 생각을 못한다고 한다. 많이 맞을수록 칠면조는 순종 반응에 더욱더 단단히 죄어들기 때문이다. 사법부 구성원들이 침묵을 지키면 지킬수록 외부의 사법부 공격은 더욱 공격적이고 대담해질 뿐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묵묵하게 재판 업무에 종사하는 대다수 법관이 생존 본능을 느끼고 나서야 할 때가 아닌가?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0/22/2018102203475.html



번호 제목 조회 수
41 은행까지 밀고 들어온 '착한 사람 콤플렉스' 141
40 폴란드 집권당, 親與인사로 법관 바꾸고 공영방송 사장도 교체 141
39 '가짜뉴스' 단속 진정성 있나 141
38 2020 경자년 (庚子年) 국민이 대한민국을 구하자! 142
37 '사법 권력' 된 인권법연구회 자진 해체해야 142
36 국민 무관심 속 잇단 정치폭거, 나라가 정상이 아니다 [1] 143
35 상식 배반 대통령 한 명이 불러일으킨 거대한 분노 143
34 '통진당 해산 반대' 헌재 소장,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나 143
33 문재인 대통령이 바라는 나라 144
32 충남 기독교 지도자 1248인 시국선언문 144
31 조국 다음은 선거법 폭거, '문재인 사태' 이제 시작 146
30 '고해성사'까지 털어가나 148
29 대통령 지시 수사의 허망한 결과들, 피해는 누가 책임질 건가 148
28 대법원장, 헌재소장, 헌재재판관 모두가 편향 인사 150
27 "헌법파괴 정권, 한번도 경험못한 거짓의 나라" 151
26 '운동권 권위주의'라는 역설의 시대 154
25 이재수 비극 사흘 뒤 태연하게 '인권' 말한 대통령 157
24 '586 위선'에 대한 20대의 반란 159
23 [좌파독재] 나라의 기본 틀 강제 변경, 군사정권 이후 처음이다 159
22 올해 나는 처음으로 대한민국이 사라질까 걱정했다 163
21 김동하, "①정권 입맛대로 ②수사 선별 ③판검사의 판결·수사행위도 처벌 가능" [좌파독재] 167
20 "좌파정권, 나라는 거덜내도 내 냉장고는 꽉꽉 채워준다" 180
19 태극기 집회를 '내란 선동'이라고 수사한다니 180
» 칠면조와 공작 181
17 문재인 대통령의 탄핵을 청원합니다 [1] 190
16 [공수처, 좌파독재] 이번엔 ‘한명숙 건’ 공수처 尹에 4번째 공세, 하는 일이 이것뿐 196
15 통진당 해산 반대 등 功으로 헌재소장 시킨다고 공식화 201
14 ‘낮은단계연방제’는 국가 공식 통일 방안인가? 203
13 한국의 586, 소설 속 '디스토피아'를 현실에 옮겨놓다 223
12 '운동권 청와대' 도가 지나치다 246
11 햇볕정책은 실패했다 293
10 광화문광장 대형태극기 설치 두고 서울시-보훈처 진통 393
9 진보 쪽에서도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정권 행태 470
8 정동수 목사, '한기총 대표 전광훈 목사와 나의 관계' 569
7 민주당은 지난 정권 대북정책이 성공했다는 건가 916
6 미사일 맞은 ‘햇볕’ 1011
5 '햇볕' 지키려 아웅산 테러犯 국내 송환 반대했다니 1015
4 햇볕정책의 한계 1071
3 '조국 퇴진' 시국선언 대학교수 3265명 명단 공개…총 4366명 참여 1135
2 DJ의 햇볕정책이 죽어가던 주사파 되살려 1166
1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1237

주소 : 04072 서울특별시 마포구 독막로 26 (합정동)ㅣ전화 : 02-334-8291 ㅣ팩스 : 02-337-4869ㅣ이메일 : oldfaith@hjdc.net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