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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수 비극 사흘 뒤 태연하게 '인권' 말한 대통령


[사설: "이재수 비극 사흘 뒤 태연하게 '인권' 말한 대통령," 조선일보, 2018. 12. 11, A39쪽.]

검찰은 지난 3일 법원 구속영장 실질 심사에 출석하는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에게 수갑을 채웠다. 이 일이 논란이 되자 검찰은 "법 규정에 따랐다"고 했다. 말도 안 되는 핑계다. 검찰 예규에는 도망 또는 남에게 위해(危害)를 가할 우려가 있거나, 난동을 피울 가능성이 높을 때만 제한적으로 수갑을 채울 수 있게 돼 있다. 이 전 사령관은 구속영장 실질 심사 직전 변호인과 함께 검찰에 자진 출석한 뒤 검찰 직원들과 법원으로 이동했다. 도망칠 사람이 검찰·법원에 제 발로 찾아갔겠나.

이 전 사령관은 "잘못이 있다면 내가 책임지겠다"고도 했다. 위해·난동 가능성도 없다고 봐야 상식에 맞는다. 그런데도 검찰은 그의 몸을 묶어 포토라인에 세웠다. 헌법의 무죄 추정 원칙은 깡그리 무시하고 마치 흉악범 다루듯 망신을 줬다. 누가 검찰에 이런 권한을 줬나. 직권 남용, 인격 살인, 헌법 무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번 수사는 지난 7월 초 문재인 대통령이 해외 순방지에서 특별수사단 구성을 지시해 시작됐다. 애당초 결론은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대통령은 전군 지휘관 회의에서도 "기무사의 세월호 유족 사찰과 계엄령 검토는 그 자체만으로도 있을 수 없는 구시대적이고 불법적 일탈 행위"라고 했다. 수사해 사실을 확인해 보지도 않고 미리 '불법'으로 규정했다.

이 전 사령관은 "세월호 구조에 군이 동원되면서 기무사도 정상적 임무를 수행한 것" "기무사에도 세월호 유족이 있는데 사찰이 말이 되느냐"고 항변했다.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세월호'와 아무 상관도 없는 그의 아들 원룸과 친구 사무실이 압수 수색을 당했다. 검찰은 끊임없이 별건 수사 가능성을 흘리고 그의 주변을 뒤졌다. 주변 사람들이 혼비백산할 지경이었다고 한다. 사람을 표적으로 찍어 먼지를 털고 감옥에 보낼 때까지 후벼 파는 잔인한 수사다. 오죽하면 그가 "(나는) 살아도 산 게 아니다"라고 토로했겠나. 그런데도 검찰은 이 전 사령관 영장이 기각되자 "정의에 반(反)한다"고 했다. 이 정의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의인가.

이 정권 사람들은 민주화 투쟁 경력과 인권을 앞세우곤 한다. 대통령은 어제 인권의 날 기념식에서 "인권의 가치를 최우선에 두겠다"고 했다. 검경의 과거사 재조사가 잇따르고 검찰에는 인권부가 신설되기도 했다. 이들에게 인 권은 자신들과 민노총·전교조 등에만 해당하고, 밉보인 우리 국민과 노예처럼 짓밟히는 북한 주민들은 인권의 예외 지대에 있나. 30년간 국가 안보에 헌신한 군인(軍人)의 명예를 짓밟고 압수 수색, 별건 수사, 먼지 털기 수사로 비극적 선택으로 내몰았다. 그 비극 사흘 뒤 대통령이 아무 일도 없었던 듯 태연하게 인권을 말하는 것을 들으니 섬뜩한 느낌마저 든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2/10/201812100345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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