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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6 위선'에 대한 20대의 반란

2018.12.26 20:40

oldfaith 조회 수:160

'586 위선'에 대한 20대의 반란


[류근일, "'586 위선'에 대한 20대의 반란," 조선일보, 2018. 12. 25, A26쪽.]

지금은 혼돈(混沌)의 국면이다. 이 혼돈을 역동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20대 남성층의 최근 동향이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이었다가 1년 반 만에 모든 연령층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반대층으로 돌아섰다. 그러나 그들의 반대가 무엇에 대한 것이고, 무엇을 구하는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그래서 혼돈이다. 이들의 혼돈은 한국 사회 전체의 혼돈을 상징한다.

왜 이런 혼돈이 생겼을까? 20대뿐 아니라 상당수 국민이 자신들의 삶을 전보다 더 팍팍하게 만든 장본인들이 누구이며 어떤 존재들인지를 정확하게 간파하지 못하고 있는 까닭이다. 그들은 그 장본인들이 기성 보수라고 확신하고서 '촛불'을 들었고 '진보'에 표를 던졌다. 그런데 어럽쇼, 그 '진보'가 오히려 그들을 더 곤곤하게 만들고 있는 지금 아닌가?

그렇다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결론은 나오고 있다. 그들이 '진보'라고 여겼던 당사자들이 실은 '진보'가 아니라 역사의 반동이자 수구 꼴통이었다는 이야기다. 잘못 본 거다. 한국의 소위 운동권은 근대 문명의 좌파라기보다는 전(前)근대 조선시대 위정척사(衛正斥邪)파 같다고 하는 게 더 적실할지 모른다.

이들이 말하는 '민족' '자주' '정의' '도덕'이란 그래서, 근대 문명을 적대하고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산업화에 반대하고 공(工)과 상(商)을 우습게 알고 비즈니스 문명에 무지하고 원전(原電)이나 때려 부수고 중화제국과 그 똘마니 자기들만이 세계의 전부인 양 쳤던 우물 안 조선 시절 같은 발상이다. 이 점은 12월 14일 있었던 '자유 진영 시국 대토론회'의 초청 발제자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의 '자유 진영에 바란다'에 잘 반영돼 있다. 싸움은 대한민국과 조선(북조선+남조선) 왕조의 싸움이라는 것이다.

현대판 조선 사대부, 운동권은 '그들만의 도리(道理)'의 잣대로 세상을 정(正·올바름)과 사(邪·악함, 적폐)로 나누고, 그들만의 '올바름의 독재'로 치닫는다. 이 독재에선 혁명운동꾼들-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의 고학력 친문(親文) 화이트칼라-거대 귀족 노조 등이 기득권 카르텔을 이루고, 20대 미취업자와 비정규직, 최저임금 인상으로 구조조정된 사람들, 중소 상공인들이 가장 큰 피해자로 전락한다.

오늘의 기득권 집단은 막강한 위력을 행사한다. "민노총 간부 5명이 경북 김천시장실을 28시간 점거하고, 조합원 150여 명은 1층 로비에서 연좌 농성했다. 이들은 시장실에 진입한 뒤 자장면 등을 배달시켜 먹고 소파에서 잠자며 1박2일간 자기 집 안방처럼 지냈다. 김천시의 퇴거 요청에도 '우리가 왜 나가냐'며 버티는가 하면, 항의하는 시민들에게 욕설과 폭언을 퍼붓기까지 했다."(2018년 11월 2일 자 조선일보 사설)

반면에 이 시대 피해자 20대 청년 김용균씨는 24세 꽃 같은 나이에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중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숨졌다. 귀족 노조가 고용 세습을 하며 온갖 갑(甲)질을 하는 세상에서 이 고독한 맨발의 청춘은 아무 데도 발 디딜 곳이 없었다. 누가, 무엇이 그의 삶을 이토록 망가뜨렸나? 시장경제·자유 기업인가, 국가주의 소득 주도 성장인가? 오늘의 20대는 냉철하게 돌아봐야 한다. 그들이 선택한 소위 '진보'가 결국 어떤 결과를 빚어냈는지를.

우선 민생부터가 엉망이다. '진보' 정부라면서 빈부 격차는 전보다 더 벌어졌다. 최저임금 인상-주 52시간 근무-세금 만능-반(反)시장-반(反)기업 정서가 낳은 참사였다. 집권 측이 특허 냈다는 '정의-공정'도 '내로남불'이 되고 있다. 김태우 수사관의 폭로는 '미꾸라지 한 마리 짓'인가,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인가? "독재에 항거했노라" 내세우는 자칭 '민주 투사'들이 정권을 잡고 나선 민간인을 사찰했다. 청와대는 그것을 '개인적 일탈'로 돌리고 있지만, 사실이라면 개떡 진보, 짝퉁 진보다. 순수한 20대라면 이 사이비에 단호히 노(no)라고 말해야 한다.

비폭력 직접 행동은 이미 시작되었다 . 12월 17일 서울 '헬리오시티'에선 학부모 50여 명이 촛불을 들었다. "제 자녀는 외고 졸업시켜 놓고 왜 우리에겐 혁신학교 강요냐?" 이거다. 공정을 가장한 불공정에 대한 국민적 환멸과 각성과 저항. 촛불은 586 권력의 위선을 향해서도 불꽃처럼 타올라야 한다. 스마트 20대, 586 꼴통들에게 나직하게 속삭여라. "알았으니 이제 그만 내려오라"고.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2/24/201812240212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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