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뉴스 전문 매체 블룸버그가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에서 '김정은의 대변인' 역할을 했다고 비판하자, 더불어민주당이 해당 기사를 쓴 한국인 블룸버그 기자를 "검은 머리 외신기자"라고 부르며 "매국에 가까운 내용"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이 당의 지휘에 따라 온라인에서 독설을 퍼붓는 바람에, 해당 기자와 그녀의 동료들은 신변을 걱정할 지경이 됐다. 외신에 근무하는 다른 한국인 기자들도 고초를 겪었다.
특정 기자를 공격하는 것, '타깃그룹'을 만들어내는 것, 심지어 인종적인 단어를 써가며 상대를 매국이라 비판하는 것은 파시스트 정당에나 적절한 행보다. 실제로 전두환 정권이 외신에 근무하는 한국인 기자들을 이런 식으로 겁박하곤 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이러는 건 큰일이다.
민주당이 민주주의의 원칙과 얼마나 가깝게 결합돼 있는 걸까? 대의 민주주의에서 정당이 지는 책임을 이해하고 있는 걸까? 자유 언론의 역할을 이해하고 있는 걸까?
민주주의는 개인의 권리와 평등에 근거하고 있다. 행정·입법·사법이라는 3부가 민주국가를 이루고, 언론이 '제4부' 역할을 한다. 언론은 앞서 언급한 3부 어디에도 매이거나 기대지 않으면서 3부를 체크한다.
영국 언론인 맥스 헤이스팅스는 기자의 직무를 "말썽을 일으키라(Cause trouble)" 한마디로 압축했다. 호주 기자 머리 세일은 "결함 있는 부분을 가리키는 화살표"라고 언론을 정의했다. 또 역사상 가장 유명한 헤드라인은 아마 프랑스 작가 에밀 졸라가 쓴 "나는 고발한다!(J'accuse!)"일 것이다.
언론이 하는 이 모든 손가락질과 말썽은 공공선(公共善)을 위한 것이다. 그래야 권력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언론이 효율적으로 작동하려면 말의 자유가 있어야 한다. 이게 사라지면 사회에 문제가 생긴다. 진실이 억눌리기 때문이다. 북한 같은 전체주의 국가들을 보라.
민주국가의 정치인들은 뱃심을 길러야 한다. 언론의 비판에 늘 노출되기 때문이다. 언론의 비판을 받는 게 정치인이라는 직업의 일부다.
원칙 있는 정치인은 영국 작가 이블린 비어트리스 홀(Hall)의 말을 이해한다. 홀은 "나는 당신이 하는 말에 동의하지 않지만, 당신이 그 말을 할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목숨을 걸고 싸울 것"이라고 썼다.
언론이 언제나 불편부당한 건 아니다. 많은 언론이 당파적이다. 그들은 특정 집단이나 시각을 대변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언론은 자유롭게, 공포 없이 작동해야 한다. 외신 매체에서 일하는 한국 기자들을 선동적인 말로 공격함으로써, 더불어민주당은 자신들의 지지 세력이 이 이슈에 올라타 막말을 쏟아낼 수 있게 수문을 열어놓았다.
특정 집단을 편견에 찬 말로 범주화하는 건 자유주의적이지도 진보적이지도 않은 행태다. 서울외신기자클럽(SFCC)과 아시아계미국언론인연합(AAJA)이 항의하자,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각각 자신들은 자유 언론을 보장한다고 밝혔다. 그야 긍정적인 일이지만, 편견에 찬 말로 특정 집단을 가리키고 위협한 행동은 사과 없이 남았다.
더불어민주당은 2016년 촛불 시위 이후
권력을 잡았다. 아래로부터 일어난 움직임이 헌법에 따라 평화롭게 정권이 교체되는 과정으로 이어졌다. 이제 더불어민주당은 집권당이다. 군중 정치가 아니라, 대의 민주주의에 강하게 헌신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일본, 대만과 함께 아시아에서 자유 언론의 3대 보루다. 이건 한국 정부가 자랑스럽게 여기고 강화하고 보호해야 할 무엇이지, 공격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민주당'의 非민주적인 기자 위협
2019.03.28 17:09
'민주당'의 非민주적인 기자 위협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3/21/201903210349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