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무법천지 돼도 그만인가
2008.07.30 09:32
[사설: “청와대만 지키면 나라는 무법(無法)천지 돼도 그만인가,” 조선일보, 2008. 6. 27, A35쪽.]
26일 오후 광화문 현대해상화재 빌딩 앞에서 만난 서울경찰청 1기동대 1중대 소속 서병훈 수경의 몸은 상처 범벅이었다. 윗입술 안쪽은 터져 있었고, 양 팔뚝은 성한 곳 없을 만큼 20여 군데 긁힌 상처가 있었다. 왼쪽 팔은 30㎝쯤 붕대를 칭칭 감았다.
서 수경이 속한 1중대원 70명은 26일 새벽 2시쯤 촛불시위대와 대치하다 시위대 500여명에 둘러싸이면서 고립됐다. 시위대는 1중대원들을 한명 한명 끌어냈다. 서 수경도 동기(同期)가 끌려가는 걸 막다 4-5명에게 낚아채였다. 그때 방패를 안 뺏기려고 끌어안고 아스팔트 위를 질질 끌려가다가 왼팔 살갗이 다 벗겨졌다. 서 수경은 광화문빌딩 앞으로 끌려가 머리 감싸고 웅크린 채 발길질 주먹질을 그대로 받았다. 시위대 중 누군가 “이놈들아 우리한테 잡히면 죽는다고 했지, 잘 걸렸다, 죽어봐라” 할 때는 이제 끝이구나 싶었다고 한다.
1중대원 절반쯤이 서 수경처럼 당했다. 동료 유주열 수경을 두들겨 패던 남자는 “너는 지금 인민재판 받고 있는 거야. 입 닥치고 가만있어!”라고 고함을 질렀다. 유 수경은 10분 넘게 매 타작을 당했다. 고승진 상경은 시위대가 휘두른 방패날에 얼굴을 찍히면서 이 2개가 부러져 병원으로 옮겨졌다. 방패는 전경이 빼앗긴 것이었다. 한성민 이경은 “뒤에서 휘두른 각목에 맞아 한동안 정신을 잃었다”고 했다. 깨어보니 헬멧과 방패를 모두 빼앗긴 뒤였다. 김수진 일경은 손가락 굵기 쇠꼬챙이 같은 것에 어깻죽지를 찍혀 넘어졌고 허벅지를 밟히면서 양쪽 다리 인대가 파열돼 경찰병원에 입원했다.
1중대는 오전 6시 30분쯤 시위대가 해산한 뒤 동대문 부대로 복귀했다. 7시 30분쯤 내무반에서 눈을 붙였다가 낮 12시 다시 광화문에 나와 배치됐다. 이런 생활을 한 달째 해왔다.
지금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법(無法)아수라장은 더 이상 용납할 수 있는 선을 넘어버렸다. 흥분해 얼굴이 벌개진 시위대가 로프를 경찰버스 바퀴에 걸고 끌어낸다. 경찰에 돌멩이, 물병을 던지는 건 예삿일이다. 그 돌멩이에 경찰뿐 아니라 업소 유리창도 깨졌고 주차 차량도 박살났다. 남의 건물에 무단으로 들어가 소화전 호스로 경찰에 물을 뿌리는 사람도 있다.
광화문에 직장을 둔 은행원은 귀갓길이 막힌 게 짜증나서 길가의 차량통제막대를 발로 걷어찼다가 시위대에 “프락치 아니냐”고 추궁 당한 끝에 신분증을 보여주고 풀려났다. “경찰이었으면 아주 죽여버리려 했어”라는 말까지 들었다. 전경버스가 탈취 당하는 것을 목격하고 전화로 기사를 보내던 조선일보 기자도 시위대에 억류돼 발길질.주먹질에 차이다 1시간만에 빠져나왔다. 기자는 얼굴이 부어오르도록 맞았다.
시위대는 조선일보 일부 부서가 들어 있는 코리아나호텔 건물에 몰려왔다. 비닐 우의를 머리까지 뒤집어쓰고 마스크를 쓴 사람이 사다리를 놓고 방범 CCTV를 다른 쪽으로 돌린 뒤 천으로 덮었다. 그러고는 망치를 휘둘러 조선일보사 현판글씨를 떼어냈다. 여러 사람이 우의와 마스크로 얼굴과 옷차림을 감췄으니 조직적으로 맘먹고 왔다는 얘기다. 이들은 제지하는 경비원에게 주먹세례를 줬다. 시위대는 먹다 남은 컵라면 국물을 뿌려댔다. 소변을 갈기기도 했다. 벽엔 매직펜으로'다음엔 X싼다'는 낙서들을 휘갈겼다.
동아일보도 유리창이 박살나고 현판글씨가 떨어져나갔다. 국기 게양대엔 쓰레기봉투가 달렸다. 시위대가 물러난 뒤 두 신문사 건물 앞엔 한 트럭분씩 되는 오물 쓰레기가 쌓였다. 시위대는 서울시의회 입구에선 조선일보 신문수송 차량의 운송을 방해했다.
이건 도저히 나라라고 할 수 없는 꼴이다. 대통령은 불과 하루 전 “국가 정체성에 도전하는 시위나 불법.폭력 시위는 엄격히 구분해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25일 저녁 7시 500명밖에 안 되는 시위대가 태평로 대로(大路)를 차지할 때부터 경찰은 막는 흉내도 내보지 않았다. 청와대로 가는 길만 지켰을 뿐이다. 그때부터 26일 아침 6시까지 11시간 동안 광화문 일대는 난동배들이 날뛰는 무법 해방구가 돼버렸다.
무정부(無政府)상태가 다른 게 아니다. 폭도가 날뛰고, 경찰은 두드려 맞고, 기자가 집단폭행을 당하고, 신문사는 테러당하고, 선량한 시민은 겁이 나 나다닐 수 없다. 그게 정부가 없는 것이지 무엇이겠는가. 경찰버스를 골목마다 줄지어 세워 청와대만 온전하게 지킨다고 정부 할 일 다한 것인가. 수천 명의 시위대도 통제 못해 서울 한복판을 무법천지로 방치하고 국민 재산을 못 지켜주는 정부라면 정부 자격이 없다.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26일 오후 광화문 현대해상화재 빌딩 앞에서 만난 서울경찰청 1기동대 1중대 소속 서병훈 수경의 몸은 상처 범벅이었다. 윗입술 안쪽은 터져 있었고, 양 팔뚝은 성한 곳 없을 만큼 20여 군데 긁힌 상처가 있었다. 왼쪽 팔은 30㎝쯤 붕대를 칭칭 감았다.
서 수경이 속한 1중대원 70명은 26일 새벽 2시쯤 촛불시위대와 대치하다 시위대 500여명에 둘러싸이면서 고립됐다. 시위대는 1중대원들을 한명 한명 끌어냈다. 서 수경도 동기(同期)가 끌려가는 걸 막다 4-5명에게 낚아채였다. 그때 방패를 안 뺏기려고 끌어안고 아스팔트 위를 질질 끌려가다가 왼팔 살갗이 다 벗겨졌다. 서 수경은 광화문빌딩 앞으로 끌려가 머리 감싸고 웅크린 채 발길질 주먹질을 그대로 받았다. 시위대 중 누군가 “이놈들아 우리한테 잡히면 죽는다고 했지, 잘 걸렸다, 죽어봐라” 할 때는 이제 끝이구나 싶었다고 한다.
1중대원 절반쯤이 서 수경처럼 당했다. 동료 유주열 수경을 두들겨 패던 남자는 “너는 지금 인민재판 받고 있는 거야. 입 닥치고 가만있어!”라고 고함을 질렀다. 유 수경은 10분 넘게 매 타작을 당했다. 고승진 상경은 시위대가 휘두른 방패날에 얼굴을 찍히면서 이 2개가 부러져 병원으로 옮겨졌다. 방패는 전경이 빼앗긴 것이었다. 한성민 이경은 “뒤에서 휘두른 각목에 맞아 한동안 정신을 잃었다”고 했다. 깨어보니 헬멧과 방패를 모두 빼앗긴 뒤였다. 김수진 일경은 손가락 굵기 쇠꼬챙이 같은 것에 어깻죽지를 찍혀 넘어졌고 허벅지를 밟히면서 양쪽 다리 인대가 파열돼 경찰병원에 입원했다.
1중대는 오전 6시 30분쯤 시위대가 해산한 뒤 동대문 부대로 복귀했다. 7시 30분쯤 내무반에서 눈을 붙였다가 낮 12시 다시 광화문에 나와 배치됐다. 이런 생활을 한 달째 해왔다.
지금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법(無法)아수라장은 더 이상 용납할 수 있는 선을 넘어버렸다. 흥분해 얼굴이 벌개진 시위대가 로프를 경찰버스 바퀴에 걸고 끌어낸다. 경찰에 돌멩이, 물병을 던지는 건 예삿일이다. 그 돌멩이에 경찰뿐 아니라 업소 유리창도 깨졌고 주차 차량도 박살났다. 남의 건물에 무단으로 들어가 소화전 호스로 경찰에 물을 뿌리는 사람도 있다.
광화문에 직장을 둔 은행원은 귀갓길이 막힌 게 짜증나서 길가의 차량통제막대를 발로 걷어찼다가 시위대에 “프락치 아니냐”고 추궁 당한 끝에 신분증을 보여주고 풀려났다. “경찰이었으면 아주 죽여버리려 했어”라는 말까지 들었다. 전경버스가 탈취 당하는 것을 목격하고 전화로 기사를 보내던 조선일보 기자도 시위대에 억류돼 발길질.주먹질에 차이다 1시간만에 빠져나왔다. 기자는 얼굴이 부어오르도록 맞았다.
시위대는 조선일보 일부 부서가 들어 있는 코리아나호텔 건물에 몰려왔다. 비닐 우의를 머리까지 뒤집어쓰고 마스크를 쓴 사람이 사다리를 놓고 방범 CCTV를 다른 쪽으로 돌린 뒤 천으로 덮었다. 그러고는 망치를 휘둘러 조선일보사 현판글씨를 떼어냈다. 여러 사람이 우의와 마스크로 얼굴과 옷차림을 감췄으니 조직적으로 맘먹고 왔다는 얘기다. 이들은 제지하는 경비원에게 주먹세례를 줬다. 시위대는 먹다 남은 컵라면 국물을 뿌려댔다. 소변을 갈기기도 했다. 벽엔 매직펜으로'다음엔 X싼다'는 낙서들을 휘갈겼다.
동아일보도 유리창이 박살나고 현판글씨가 떨어져나갔다. 국기 게양대엔 쓰레기봉투가 달렸다. 시위대가 물러난 뒤 두 신문사 건물 앞엔 한 트럭분씩 되는 오물 쓰레기가 쌓였다. 시위대는 서울시의회 입구에선 조선일보 신문수송 차량의 운송을 방해했다.
이건 도저히 나라라고 할 수 없는 꼴이다. 대통령은 불과 하루 전 “국가 정체성에 도전하는 시위나 불법.폭력 시위는 엄격히 구분해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25일 저녁 7시 500명밖에 안 되는 시위대가 태평로 대로(大路)를 차지할 때부터 경찰은 막는 흉내도 내보지 않았다. 청와대로 가는 길만 지켰을 뿐이다. 그때부터 26일 아침 6시까지 11시간 동안 광화문 일대는 난동배들이 날뛰는 무법 해방구가 돼버렸다.
무정부(無政府)상태가 다른 게 아니다. 폭도가 날뛰고, 경찰은 두드려 맞고, 기자가 집단폭행을 당하고, 신문사는 테러당하고, 선량한 시민은 겁이 나 나다닐 수 없다. 그게 정부가 없는 것이지 무엇이겠는가. 경찰버스를 골목마다 줄지어 세워 청와대만 온전하게 지킨다고 정부 할 일 다한 것인가. 수천 명의 시위대도 통제 못해 서울 한복판을 무법천지로 방치하고 국민 재산을 못 지켜주는 정부라면 정부 자격이 없다. 대통령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