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물을 때다
2008.07.30 10:25
[이재교, “국민이 물을 때다,” 조선일보, 2008. 6. 30, A27쪽; 인하대 교수.변호사.]
우리 헌법에 수많은 기본권이 열거되어 있지만 기본권 중의 기본권은 시민의 생명.신체의 안전일 터이다.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는 사회에서는 건강권이든 집회.시위의 자유든 어떠한 기본권도 의미가 없다. 그리고 폭도가 시민의 재산을 마구 짓밟는 것을 보고도 경찰이 못 본 척하는 곳이라면 건강권 운운은 사치일 뿐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지 못하는 국가는 존재 가치가 없다는 생각은 근대적 인권 개념이 나오기 전에 이미 확립되어 있었다.
그런데 요즘 대한민국의 수도 한복판에서 국민의 안전과 재산이 짓밟히고 있는데도 경찰이 방치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세종로와 태평로가 밤에는 ‘해방구’로 되는 일이 한 달째 이어지고 있다. 이곳에서 시위대의 눈 밖에 난 시민에게는 생명.신체의 안전도, 통행의 자유도, 재산권도 없다. 보도에 의하면 사유재산을 파손하는 폭력에 앞장서는 현행범을 경찰관이 체포하려다가 시위대에게 역으로 체포되어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그 과정에 민변 소속 변호사가 나타나 그 경찰관이 시민을 불법 체포한 현행범이라고 ‘유권해석’까지 해 주었다니 어이가 없는 일이다. 6.25 시절 낮에는 국방군이, 밤에는 빨치산이 번갈아 지배하던 비극이 있었다지만, 21세기 수도 한복판에서 밤마다 벌어지는 무법 상황을 어떻게 보아야 할지 당혹스럽다.
이명박 대통령이 불법시위에 대한 엄격한 법 집행을 선언한 26일 밤부터 27일 새벽까지 세종로와 태평로에서 시민들이 폭행당하고 신문사들이 습격당했지만 경찰은 이를 방치하고 청와대 길목만 지켰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경찰을 세종로에서 철수시키고, 시민들이 스스로 각자의 목숨과 재산을 지키라고 하는 게 나을 것이다. 그래야 1992년 LA폭동 때 한인업소들이 그랬듯이 자경단이라도 조직할 것 아닌가. 혹시 시위대가 갈 데까지 가도록 방치해서 국민들이 도저히 참을 수 없다고 분노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해산시키겠다는 고도의 전략에 따라 세종로를 제물로 내준 것이라면, 세종로가 아니라 청와대를 내놓으라. 일국의 대통령 관저가 시위대에 짓밟힐 때 국민의 분노는 하늘을 찌를 것이니 더없이 효과적일 것 아닌가. 국가가 내 생명과 재산을 지켜줄 것이라고 믿고 세금을 낸 국민을 작전의 제물로 삼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대통령과 여당은 정부가 유화책을 쓰면 그들도 부드러워질 것으로 기대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한나라당은 대선 기간에 발생한 흑색선전에 대한 고소.고발을 모두 취하했고, 청와대는 시민사회 비서관 내정자를 그들이 비난하자 즉각 전태일의 매제로 교체했고, 신임 정무수석은 밤샘시위 중인 민노당 의원들에게 침낭을 갖다 주는, 그런 유화책을 썼는지 모르겠다. 만약 그랬다면 터무니없는 오산이다. 지금 폭력시위에 앞장서고 있는 사람들을 광우병 걱정으로 나온 것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광우병이 걱정이라면 50일 계속되는 시위에 지친 주변 상인들의 “광우병 걸리기 전에 굶어죽겠다”는 비명을 못 들은 척할 리 없다. 정부의 졸속협상을 비난하면서 엉뚱하게도 조선.동아일보의 사옥을 부술 리도 없고, 애꿎은 경찰관을 실신할 정도로 마구 짓밟을 리도 없다. 그들은 17대 대선 결과에 승복하기 싫고, 미국이 싫고, 우파정권이 싫은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지금 현 정권과 생사를 건 전투를 벌이고 있다. 그런 그들을 달래겠다면서 후퇴를 거듭했으니 정체불명의 대책회의가 대통령에게 ‘명령’을 내릴 지경에 이른 것이다.
노무현 정권 시절에는 대통령의 실정(失政)으로 나라가 잘못되는 것을 보면서도 한 가지 위안은 있었다. 잘못할수록 저들에게 차기(次期)는 없을 것이라고 자위했다. 이제는 그런 위안도 가질 수 없다. 대통령이 국민에게 항복해서 국민의 힘을 업고 싸우라 했지 언제 대선 불복 세력의 눈치나 보라 했는가. 이제 국민이 서글프게 물을 때다. 앞으로 5년 간 대한민국을 이명박 정부에만 맡길 수 있겠는가?
우리 헌법에 수많은 기본권이 열거되어 있지만 기본권 중의 기본권은 시민의 생명.신체의 안전일 터이다.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는 사회에서는 건강권이든 집회.시위의 자유든 어떠한 기본권도 의미가 없다. 그리고 폭도가 시민의 재산을 마구 짓밟는 것을 보고도 경찰이 못 본 척하는 곳이라면 건강권 운운은 사치일 뿐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지 못하는 국가는 존재 가치가 없다는 생각은 근대적 인권 개념이 나오기 전에 이미 확립되어 있었다.
그런데 요즘 대한민국의 수도 한복판에서 국민의 안전과 재산이 짓밟히고 있는데도 경찰이 방치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세종로와 태평로가 밤에는 ‘해방구’로 되는 일이 한 달째 이어지고 있다. 이곳에서 시위대의 눈 밖에 난 시민에게는 생명.신체의 안전도, 통행의 자유도, 재산권도 없다. 보도에 의하면 사유재산을 파손하는 폭력에 앞장서는 현행범을 경찰관이 체포하려다가 시위대에게 역으로 체포되어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그 과정에 민변 소속 변호사가 나타나 그 경찰관이 시민을 불법 체포한 현행범이라고 ‘유권해석’까지 해 주었다니 어이가 없는 일이다. 6.25 시절 낮에는 국방군이, 밤에는 빨치산이 번갈아 지배하던 비극이 있었다지만, 21세기 수도 한복판에서 밤마다 벌어지는 무법 상황을 어떻게 보아야 할지 당혹스럽다.
이명박 대통령이 불법시위에 대한 엄격한 법 집행을 선언한 26일 밤부터 27일 새벽까지 세종로와 태평로에서 시민들이 폭행당하고 신문사들이 습격당했지만 경찰은 이를 방치하고 청와대 길목만 지켰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경찰을 세종로에서 철수시키고, 시민들이 스스로 각자의 목숨과 재산을 지키라고 하는 게 나을 것이다. 그래야 1992년 LA폭동 때 한인업소들이 그랬듯이 자경단이라도 조직할 것 아닌가. 혹시 시위대가 갈 데까지 가도록 방치해서 국민들이 도저히 참을 수 없다고 분노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해산시키겠다는 고도의 전략에 따라 세종로를 제물로 내준 것이라면, 세종로가 아니라 청와대를 내놓으라. 일국의 대통령 관저가 시위대에 짓밟힐 때 국민의 분노는 하늘을 찌를 것이니 더없이 효과적일 것 아닌가. 국가가 내 생명과 재산을 지켜줄 것이라고 믿고 세금을 낸 국민을 작전의 제물로 삼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대통령과 여당은 정부가 유화책을 쓰면 그들도 부드러워질 것으로 기대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한나라당은 대선 기간에 발생한 흑색선전에 대한 고소.고발을 모두 취하했고, 청와대는 시민사회 비서관 내정자를 그들이 비난하자 즉각 전태일의 매제로 교체했고, 신임 정무수석은 밤샘시위 중인 민노당 의원들에게 침낭을 갖다 주는, 그런 유화책을 썼는지 모르겠다. 만약 그랬다면 터무니없는 오산이다. 지금 폭력시위에 앞장서고 있는 사람들을 광우병 걱정으로 나온 것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광우병이 걱정이라면 50일 계속되는 시위에 지친 주변 상인들의 “광우병 걸리기 전에 굶어죽겠다”는 비명을 못 들은 척할 리 없다. 정부의 졸속협상을 비난하면서 엉뚱하게도 조선.동아일보의 사옥을 부술 리도 없고, 애꿎은 경찰관을 실신할 정도로 마구 짓밟을 리도 없다. 그들은 17대 대선 결과에 승복하기 싫고, 미국이 싫고, 우파정권이 싫은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지금 현 정권과 생사를 건 전투를 벌이고 있다. 그런 그들을 달래겠다면서 후퇴를 거듭했으니 정체불명의 대책회의가 대통령에게 ‘명령’을 내릴 지경에 이른 것이다.
노무현 정권 시절에는 대통령의 실정(失政)으로 나라가 잘못되는 것을 보면서도 한 가지 위안은 있었다. 잘못할수록 저들에게 차기(次期)는 없을 것이라고 자위했다. 이제는 그런 위안도 가질 수 없다. 대통령이 국민에게 항복해서 국민의 힘을 업고 싸우라 했지 언제 대선 불복 세력의 눈치나 보라 했는가. 이제 국민이 서글프게 물을 때다. 앞으로 5년 간 대한민국을 이명박 정부에만 맡길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