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해방구’의 뿌리
2009.01.29 15:18
[윤석민, “‘MBC 해방구’의 뿌리,” 조선일보, 2009. 1. 10; 미래한국, 2009. 1. 17, 4쪽;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MBC의 파행사태는 탄핵방송, 촛불시위방송 등을 통해 일관성 있게 이어져온, 전 국민을 대상으로 사적(私的)인 목소리를 거침없이 내보내는 ‘MBC적 소통’의 맥락에서 보다 온전히 파악된다.
역할, 예산, 조직 운영 등 어느 하나 분명한 것이 없는 허울 좋은 대주주(방문진)가 졸속으로 만들어진 순간 MBC는 주인 없는 조직, 보다 정확히는 성원들을 대표하는 최대단체인 노조의 조직으로 전환되었다. 주인 없는 조직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저기능상태에도 불구, 지상파 방송의 독과점적 지위로 인해 사업 운영은 만족스러웠다. 안팎으로 ‘해방구적(的) 조건’이 완성된 것이다.
큰 틀의 변화 없이 이 상태로 20여년이 흘렀다. 특히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거치며 그나마 명목적인 방문진 이사직 그리고 그들이 선출하는 사장직이 친노조 성향의 인사들로 채워졌다.
이번의 방송파행 사태는 일방적인 주장을 어떤 여과장치도 없이 내보내 여론을 뒤흔들고 호도하는 해방구의 힘을 다시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