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때면 北 도발?… 착각 또는 거짓말
2010.06.04 14:03
[권대열, “선거 때면 北 도발?… 착각 또는 거짓말,” 조선일보, 2010. 5. 28, A31.]
86아시안게임 개막을 6일 앞둔 1986년 9월 14일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 5번, 6번 출입문 사이 쓰레기통에서 콤포지션-4 폭탄이 터졌다. 근처에 있던 일가족 4명과 공항 직원 1명이 숨지고 30여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267명의 외국인과 내국인 2만8000명, 인근 주민 6000여명, 폭발물을 다루는 1771개소를 조사했지만 범인은 끝내 못 밝혔다. 그로부터 1년 뒤인 87년 11월 ‘김현희 KAL기 테러’가 터진다.
우리 국민 상당수는 지금도 KAL기 테러를 정권이 대통령 선거에 이기려고 꾸민 자작극(自作劇)으로 믿는다. 이런 무서운 ‘신념’은 천안함을 침몰시킨 어뢰를 눈으로 보면서도 “북한 소행으로 못 믿겠다”는 25% 국민들에 이어져 있다. “천안함도 KAL기처럼 정권이 선거에 맞춰 벌인 북풍(北風) 공작”이라는 것이다.
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KAL기 테러와 김포공항 폭발 사건을 북한이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을 방해하고 남한을 혼란시키려고 저지른 ‘이란성 쌍둥이’ 사건으로 본다. 하지만 ‘선거용 자작극’을 믿는 사람들은 KAL기 테러만 강조하고 김포공항 테러에는 눈을 감아버린다. 그래야만 “선거에 맞춘 공작”이란 선전전(宣傳戰)이 논리를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 인기 소설가가 천안함 사건에 대해 “왜 보수정권이 선거를 앞두면 꼭 북이 도발을 할까”, “왜 DJ와 노무현 정권 선거에서는 북이 도발을 하지 않았을까”라고 말해 젊은 층의 인기를 끌었다. 좌파 쪽에서도 “천안함 발표를 보면 전두환과 김현희가 어른거린다”며 ‘선거용 북풍 공작론(論)’을 폈다.
이들의 ‘이론’처럼 북한이 남한 선거에 맞춰 도발을 했을까. 남북 연표(年表)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1968년은 1․21사태, 푸에블로호 납치, 울진․삼척 무장공비 등 대형 도발이 잇따랐지만 대선과 총선은 1년 전인 67년에 이미 끝났었다. YS-11 민항기 납치, 비무장지대 미군 병사 4명 사살, 미군 정찰기 격추 등이 이어졌던 69년에도 선거는 없었다. 정작 대선과 총선이 있던 71년은 조용했다. 74년 땅굴 발견, 76년 판문점 도끼 만행은 딱 떨어지는 북풍 소재였지만 선거는 없었다. 80년대 들어서도 82년 동해 간첩 침투, 83년 아웅산 테러, 83년 다대포 침투, 84년 대통령 암살 미수 폭로 등 선거와 아무 관계도 없는 때에 북한은 대형 도발을 일으켰다.
간첩사건이나 정상회담 등 남․북 이벤트까지 합치면 ‘북풍 연표’에는 빈칸이 거의 없다. 거기에 95년 지방자치 부활 이후로는 선거가 없던 해가 5년밖에 없으니 북한과 선거를 엮기로 마음만 먹으면 거의 모든 해를 엮을 수 있다.
오히려 ‘북풍’이라는 말이 일반화된 계기였던 96년 판문점 무력시위는 거꾸로 보수 여당에 역풍(逆風)으로 작용했다. 200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우리 해군 6명이 전사한 제2 연평해전은 진보 정권 집권기에 터졌다. 그 대통령 선거에선 노무현 후보가 이겼다. 96년 강릉 잠수함 침투는 9월에 있었다. 그러나 선거는 그전인 4월에 있었다.
연표를 보면 북한은 보수 정권 선거에 맞춰서가 아니라 자기들의 의도와 계획에 따라 시도 때도 없이 도발했다. 그것을 이 땅의 일부 인사들이 자기들 유리한 대로 해몽(解夢)하는 것일 뿐이다. 제대로 한번 알아보지도 않고 선동적인 말을 하거나 알면서도 모른 척하면서 거짓말을 하는 것뿐이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남한 정권이 선거에 이기려고 46명을 수장(水葬)시키는 자작극을 벌였다'는 얘기는 정말 도가 지나치다.
86아시안게임 개막을 6일 앞둔 1986년 9월 14일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 5번, 6번 출입문 사이 쓰레기통에서 콤포지션-4 폭탄이 터졌다. 근처에 있던 일가족 4명과 공항 직원 1명이 숨지고 30여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267명의 외국인과 내국인 2만8000명, 인근 주민 6000여명, 폭발물을 다루는 1771개소를 조사했지만 범인은 끝내 못 밝혔다. 그로부터 1년 뒤인 87년 11월 ‘김현희 KAL기 테러’가 터진다.
우리 국민 상당수는 지금도 KAL기 테러를 정권이 대통령 선거에 이기려고 꾸민 자작극(自作劇)으로 믿는다. 이런 무서운 ‘신념’은 천안함을 침몰시킨 어뢰를 눈으로 보면서도 “북한 소행으로 못 믿겠다”는 25% 국민들에 이어져 있다. “천안함도 KAL기처럼 정권이 선거에 맞춰 벌인 북풍(北風) 공작”이라는 것이다.
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KAL기 테러와 김포공항 폭발 사건을 북한이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을 방해하고 남한을 혼란시키려고 저지른 ‘이란성 쌍둥이’ 사건으로 본다. 하지만 ‘선거용 자작극’을 믿는 사람들은 KAL기 테러만 강조하고 김포공항 테러에는 눈을 감아버린다. 그래야만 “선거에 맞춘 공작”이란 선전전(宣傳戰)이 논리를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 인기 소설가가 천안함 사건에 대해 “왜 보수정권이 선거를 앞두면 꼭 북이 도발을 할까”, “왜 DJ와 노무현 정권 선거에서는 북이 도발을 하지 않았을까”라고 말해 젊은 층의 인기를 끌었다. 좌파 쪽에서도 “천안함 발표를 보면 전두환과 김현희가 어른거린다”며 ‘선거용 북풍 공작론(論)’을 폈다.
이들의 ‘이론’처럼 북한이 남한 선거에 맞춰 도발을 했을까. 남북 연표(年表)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1968년은 1․21사태, 푸에블로호 납치, 울진․삼척 무장공비 등 대형 도발이 잇따랐지만 대선과 총선은 1년 전인 67년에 이미 끝났었다. YS-11 민항기 납치, 비무장지대 미군 병사 4명 사살, 미군 정찰기 격추 등이 이어졌던 69년에도 선거는 없었다. 정작 대선과 총선이 있던 71년은 조용했다. 74년 땅굴 발견, 76년 판문점 도끼 만행은 딱 떨어지는 북풍 소재였지만 선거는 없었다. 80년대 들어서도 82년 동해 간첩 침투, 83년 아웅산 테러, 83년 다대포 침투, 84년 대통령 암살 미수 폭로 등 선거와 아무 관계도 없는 때에 북한은 대형 도발을 일으켰다.
간첩사건이나 정상회담 등 남․북 이벤트까지 합치면 ‘북풍 연표’에는 빈칸이 거의 없다. 거기에 95년 지방자치 부활 이후로는 선거가 없던 해가 5년밖에 없으니 북한과 선거를 엮기로 마음만 먹으면 거의 모든 해를 엮을 수 있다.
오히려 ‘북풍’이라는 말이 일반화된 계기였던 96년 판문점 무력시위는 거꾸로 보수 여당에 역풍(逆風)으로 작용했다. 200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우리 해군 6명이 전사한 제2 연평해전은 진보 정권 집권기에 터졌다. 그 대통령 선거에선 노무현 후보가 이겼다. 96년 강릉 잠수함 침투는 9월에 있었다. 그러나 선거는 그전인 4월에 있었다.
연표를 보면 북한은 보수 정권 선거에 맞춰서가 아니라 자기들의 의도와 계획에 따라 시도 때도 없이 도발했다. 그것을 이 땅의 일부 인사들이 자기들 유리한 대로 해몽(解夢)하는 것일 뿐이다. 제대로 한번 알아보지도 않고 선동적인 말을 하거나 알면서도 모른 척하면서 거짓말을 하는 것뿐이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남한 정권이 선거에 이기려고 46명을 수장(水葬)시키는 자작극을 벌였다'는 얘기는 정말 도가 지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