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대한민국에서 버려진 북한인권법

2011.06.03 09:33

관리자 조회 수:891 추천:86

[박세일, “대한민국에서 버려진 북한인권법,” 조선일보, 2011. 3. 18, A38쪽;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대한민국의 국가 이념은 자유민주주의이고 자유민주주의의 최고 가치는 인간의 존엄과 자유 그리고 기본적 인권이다. 따라서 대한민국의 국회와 정당은 국민의 자유와 인권 신장에 최고의 가치를 두고 노력해야 한다. 그러면 과연 우리 국회와 정당은 그러한가?
헌법 제3조가 명시하고 있듯이 북한 지역은 분명 대한민국의 영토이다. 그리고 1996년 대법원 판례와 2000년 헌법재판소 결정이 확인하듯 북한 주민은 엄연한 대한민국 국민이다. 그렇다면 우리 국회와 정당은 우리 국민인 북한 주민의 자유와 인권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런데 오늘날 이러한 헌법적 의무가 철저히 방기되고 있다. 헌법 제10조는 '국가는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천명하고 있지만 북한 주민에 관한 한 이 조문은 사문(死文)화되어 있다.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을 위한 '북한인권법'은 지난 2005년 8월 야당인 한나라당의 김문수 의원이 발의했으나 다수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북한 정권을 자극한다"고 반대하여 논의조차 못 하다가 자동 폐기되었다. 그 이후 북한인권법은 2008년 12월 여당이 된 한나라당의 황우여․황진하․홍일표 의원안을 통합, 윤상현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그리고 1년 이상 끌다가 2010년 2월에 민주당 의원들의 반대와 퇴장 속에서 외통위를 가까스로 통과하고 법사위로 이송되었다. 그러나 법사위는 아직 법안 상정도 안 하고 또 1년을 허송하고 있다. 법사위 위원장이 민주당 의원인 데다 민주당이 반발하고 한나라당 지도부도 지극히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는 동안에 세월은 가고 북한 동포들의 고통은 한없이 깊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국회와 정당은 '국가 가치'에는 관심이 없고 '집단 이익'에만 관심이 많은 것 같다. 북한인권법은 철저히 방기하면서 청목회에 면죄부 주고 로비 후원금을 허용하는 정치자금법 개정에는 여야가 신속하게 합의했다. 북한 주민의 인권문제는 외면하면서 자신들의 밥그릇 챙기는 문제에는 일치단결했다. 너무나 후안무치(厚顔無恥)한 일이다.

외국은 어떠한가? 우리가 지난 6년 이상 북한인권법안을 방치하고 있는 사이 미국은 2004년 북한인권법을 상․하원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일본도 2006년 북한인권법을 공포했다. 북한 주민의 처참한 인권 상황을 보고 외국에서도 이렇게 나서는데, 막상 당사자인 대한민국은 자국민의 인권문제를 스스로 외면하고 있다. 이것이 문명 개화된 나라의 모습인가? 이것이 G20 회의를 주재하고 세계 12위 경제 대국을 자랑하는 자유 대한의 모습인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왜 이렇게 됐는가? 우리 정당들이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의 근본 가치를 잃었기 때문이다. 정당들이 가치집단이 아니고 이익집단이 됐기 때문이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과연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하는 '보수 정당'인가? 자유와 민주라는 가치에 몸을 던지는 신념집단인가? 과거 소수 야당 때는 어찌할 수 없었다 해도 지난 총선에서 국민이 다수당을 만들어 주었는데도 집권 3년 동안 왜 북한인권법 하나 통과시키지 못했는가? 야당이 반대하니 어쩔 수 없었다고 하지만 실은 당의 지도부가 공천사업과 대권 경쟁에 눈이 어두워 자유와 민주를 위한 가치 투쟁은 철저히 외면했기 때문이다.

그러면 야당은 어떠한가? 우리나라 민주당은 과연 '진보 정당'인가? 인권은 본래 진보의 핵심 가치인데 어떻게 진보가 북한 인권문제를 그렇게 철저히 외면할 수 있는가? 남한의 민주화 세력이라고 자처하는 진보가 도대체 왜 북한 민주화는 항상 가로막고 나서는가? 민주당은 자유와 민주라는 헌법적 가치를 존중하는 이 나라 정당인가? 아니면 이를 부정하는 반(反)대한민국 정당인가?

어떻게 할 것인가? 천만다행으로 모든 민주당 의원들이 북한인권법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양식 있는 많은 의원들은 속으로 찬성하고 있다. 단지 당의 지도 노선이 시대착오적일 뿐이다. 마찬가지로 다수의 한나라당 의원들은 북한인권법 통과에 대단히 적극적이다. 단지 당 지도부가 가치집단, 신념집단이 아닐 뿐이다. 그래서 민주당의 '양심 세력'과 한나라당의 '가치 세력'이 함께 힘을 합치면 북한인권법은 충분히 제정될 수 있다. 이 두 세력이 힘을 합쳐 이번 4월 국회에서 이 법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 그래야 자유 대한의 국회의원으로 최소한의 역사적․헌법적 의무를 다하는 것이 된다. 그리고 앞으로 설 '역사의 법정'에서도 크게 부끄럽지 않을 것이다.
번호 제목 조회 수
89 [북한 인권] 사설: ‘북한판 홀로코스트 박물관’ 북 주민 참상 기록하고 알려야 20
88 [인권] 사설: ‘강제 북송 중단’ 결의안 기권한 의원들, 中 야만에 동조한 것 21
87 [탈북자 북송] 사설: 탈북자 북송 계속한다는 중국, 규탄 결의안 하나 못 내는 국회 10
86 [북한인권] 北인권 지적이 ‘비대칭 전력’ 16
85 [인권] 운동권 정권의 인권 탄압 침묵을 새 정부가 깬 아이러니 16
84 [북한인권재단] 여야 합의 북한인권재단이 6년 표류, 이런 일도 있나 21
83 [북한인권, 좌파정권] 북 주민 인권 끝내 외면 文, ‘진보 좌파’ 간판 내리라 27
82 [안보. 북한인권] 사설: "北 미사일 발사 숨기고 변호하고, 北 인권 결의안엔 불참하고," 29
81 [북한인권] 사설: "韓 민주주의 우려 쏟아낸 美 청문회, 군사정권 때로 돌아갔다." 29
80 [북한인권] 김진명, "美의회 청문회 “文정부, 北과 대화하려 언론 자유 희생”" 40
79 [안보. 북한인권] 사설: "北 미사일 발사 숨기고 변호하고, 北 인권 결의안엔 불참하고," 60
78 [북한인권] 사설: "북한 인권 외면 文 정부, 북 미사일 그림에 국민 기금 지원," 57
77 [북한인권] 조의준, "한국, 유엔 北인권결의안 제안 3년 연속 불참," 37
76 [북한인권] 사설: "北 인권 외면 文, 美는 박원순·조국·윤미향까지 지적했다." 33
75 [북한인권] 사설: "정부 “北 인권 향상 노력” 소가 웃을 일," 39
74 [북한인권] 사설: "北의 ‘인권법 폐지’ 요구를 ‘유엔 권고’로 둔갑시킨 인권위" 51
73 [북한인권] 송재윤, "독재자와 협상, 정의가 최고 카드다" 59
72 [북한인권] 사설: "옛 공산권도 비판한 전단금지법, 악법 실체 가린다고 가려지겠나" 56
71 [북한인권] 강인선, "동맹을 시험하는 대북전단금지법" 52
70 [북한인권] 빅터 차, " ‘대북 전단 금지’는 자멸 정책" 53
69 [북한인권] 사설: "北 요구 따라 법 만들고 ‘접경지 안전’ 거짓 핑계" 44
68 [북한인권] 사설: “'文 아래 한국 궤적 심각한 우려' 美 의원만의 걱정 아니다" 37
67 [북한인권] 사설: "운동권 집권 한국이 美 의회 ‘인권 청문회’ 대상국 된다니" 41
66 [북한인권] 김은중, "영국까지 튄 전단금지법 파문 . . . 민주당 '내정간섭 말라'" 43
65 북한 앞에 서면 한없이 작아지는가 52
64 美인권보고서 '文정부가 탈북단체의 北비판 막아' 129
63 '韓 정부가 탈북 단체 억압한다'고 美 비판 받는 세상 141
62 영화 '출국'의 시국선언 189
61 美 인권단체의 분노 215
60 '북한 먼저'보다 '인권 먼저'인 대한민국을 바란다 210
59 탈북민들이 바라본 인권 실종의 평화회담 228
58 수용소행 열차를 안 타려면 235
57 北 수용소가 철폐되는 날 947
56 北인권법 저지가 자랑인가 939
55 대한민국에서 버려진 북한인권법 960
54 2만 탈북자가 겪은 北 인권유린 歷史에 남기라 993
» 대한민국에서 버려진 북한인권법 891
52 그들은 왜 北에 분노하지 않는가 985
51 일제보다 한민족을 더 많이 죽인 북한 1055
50 황장엽씨가 반대하는 것, 左派가 침묵한 것 1079
49 황장엽 선생이 대한민국에 남긴 값진 교훈들 1205
48 탈북 여성의 뺨을 타고 흘러내린 굵은 눈물 1123
47 순교당한 북한 기독교인 모두 3만명 넘어 1371
46 인권위의 시대착오적 권고 1106
45 김정일이 300만 죽일 땐 왜 촛불을 들지 않았습니까? 1056
44 북한 정치범 50-100만명 1145
43 정치범수용소 완전통제구역 탈출 수기 1829
42 갈고리로 찍혀 불 위에 매달린 소년 1401
41 우리는 노예로 사육됐다 1367
40 북한 정치범 수용소에 100만명 수감 1086
39 ‘30만 정치범說’ 1039
38 기독교인이 집중 처벌되고 있다 1092
37 북한으로 다시 끌려간 탈북한국인들 1209
36 감옥에서 복음 증거하다 순교 1160
35 김정일 정권 종식: 현실과 당위 1150
34 오늘도 8,000명이 죽어간다 1013
33 눈이 멀었는지 눈이 먼 체하는 건지 1133
32 모든 한국인들에게 자유를 961
31 통일부의 미 인권특사 비난은 비이성적 976
30 북한엔 못 따지고 가족엔 숨겼다니 1088
29 황무지에서 자유·인권 이룬 거목 1032
28 ‘무국적 인권위’의 잠꼬대 967
27 인권위[인권위원회]는 무질서를 원하는가 956
26 미국의 ‘북한 인권 음모’를 유럽에 가르친다니 929
25 좌파(左派)가 가장 먼저 피해 입을 것 1014
24 이성(理性) 잃은 언동(言動)들 1020
23 적대계층을 아사로 제거하다 1260
22 서독의 동독 지원, 제대로 알기나 하나 1030
21 차라리 내가 북한 사람이었으면… 1030
20 北인권 침묵은 분단 고착시켜 986
19 北, 세계식량기구 지원要員 철수 요구 1052
18 감성만으론 북 인권 개선 못해 996
17 김정일은 北주민 폭압하는 민족의 敵 1011
16 당신은 왜 침묵하십니까? 979
15 북한인권 원인은 공산주의의 ‘악마성’ 때문 1072
14 국군포로, 탄광과 광산에서 짐승같이 살아 1059
13 휴전기에 4,700명 전사(戰死)! 1152
12 탈북여성들의 절규 1120
11 북한 문제 참고 자료 1099
10 북한인권, 세계양심 움직인 새로운 화두 1006
9 북, 주민기근 불구 군비확장 1092
8 '쏴!' '쏴!' '쏴!' 1060
7 북한의 강제수용소(Got Gulag?) 1210
6 잊혀진 3천만명의 고통 1005
5 탈북자가 정말 만나고 싶은 사람 1051
4 북한인권문제 원인은 수령독재 1240
3 북, 2001년까지 4년간 2만여명 처형 1000
2 ‘사악한 독재자’ 김정일 조명 1072
1 북한 정치범수용소의 실태 1304

주소 : 04072 서울특별시 마포구 독막로 26 (합정동)ㅣ전화 : 02-334-8291 ㅣ팩스 : 02-337-4869ㅣ이메일 : oldfaith@hjdc.net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