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이후' 달라진 학교
2011.06.22 14:00
[박중현, “'곽노현 이후' 달라진 학교,” 조선일보, 2011. 4. 8, A30.]
지난주 어느 날 서울 강남지역 한 중학교에서 아직 어린이티를 벗지 못한 1학년 A양이 울면서 B교사에게 달려갔다. 만난 지 한 달밖에 안 됐지만, '정의의 사도'란 별명을 가진 B교사는 곤경에 빠진 자신을 잘 도와줄 것 같아서였다.
A양은 그날 교실 뒤에서 또래 여학생 7명으로부터 욕설을 듣고 맞았다고 B교사에게 털어놨다. 학교 다니기가 무섭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날 A양이 친구에게 "○○(남학생)을 좋아한다"고 말한 모양인데, 그 남학생을 좋아하는 '좀 노는' 다른 여학생이 '같이 노는' 친구들을 끌고 와 "감히 내가 좋아하는 ○○을 넘봐?" 하며 이 여학생에게 집단폭력을 휘두른 것이다.
여러 학생이 한 명을 괴롭히는 '이지메'를 용납하지 않는 B교사는 바로 가해 학생들을 불러 훈육에 나섰다. 10여년 전 교직 생활 시작할 때부터의 소신대로 이번에도 가해 학생들을 매로 체벌(體罰)하지는 않았다. 자초지종을 듣고 타이른 뒤 "자신의 잘못을 얘기해보라"고 했다. 그의 학생지도 방식이었다. 학생들은 각자 자기 입으로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말했고, 반성문을 썼다. 여기까지만 보면 모든 게 훌륭했다.
그런데 다음날 가해 학생 중 한 명의 어머니가 씩씩거리며 B교사를 찾아왔다. "선생님이 강압적 분위기를 만드는 바람에 내 딸이 잘못한 게 없는데도 잘못했다고 말했다더라"며 소리를 질렀다. 자식의 스승에 대한 존경은 찾아볼 수 없는 막무가내 태도였다. B교사는 이런 학부모가 근년 들어 더 늘어났지만, 이 정도는 견딜 수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 큰 좌절감을 준 건, 작년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체제가 출범하고 '체벌 금지' '학생인권 존중' 지시가 내려간 뒤 일선 학교에서 학부모의 이런 무례한 항의와 공격이 있을 때 옆자리 동료 교사들의 대응 태도가 완전히 달라진 점이라고 B교사는 말했다. 당시 그 학교의 교장․교감 등 누구도 이 몰지각한 학부모로부터 B교사를 도와주지 못했다. 이 학부모가 교육청 등에 항의 민원을 넣으면 괜히 학교측만 다친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B교사는 "1년 전만 해도 이런 일이 있으면 교장․교감이 해당 교사를 보호하며 막무가내 학부모를 상대해 줬는데 지금은 완전히 발 빼는 분위기"라며 씁쓸해했다.
이 사건 이후 진이 빠져서 며칠을 앓았다는 B교사는 "대부분의 선량한 학생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당분간 문제학생 지도도 형식적으로 하고 그냥 편히 지내기로 마음먹었다"고 했다. 그는 "나뿐 아니라 이렇게 생각을 바꾸는 교사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일부의 사례이긴 하겠지만 '체벌금지'와 '학생인권 보호'라는 좋은 명분이 일선 교육현장에서는 이런 비교육적 방향으로 변질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도 교육 당국이 학생의 인권만 얘기하고 '교사의 교육권'을 외면한다면 학교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차라리 경찰관을 상주시키는 게 나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로 말미암은 교육 현장 혼란의 가장 큰 피해자는 결국 우리 자녀가 될 것이다.
지난주 어느 날 서울 강남지역 한 중학교에서 아직 어린이티를 벗지 못한 1학년 A양이 울면서 B교사에게 달려갔다. 만난 지 한 달밖에 안 됐지만, '정의의 사도'란 별명을 가진 B교사는 곤경에 빠진 자신을 잘 도와줄 것 같아서였다.
A양은 그날 교실 뒤에서 또래 여학생 7명으로부터 욕설을 듣고 맞았다고 B교사에게 털어놨다. 학교 다니기가 무섭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날 A양이 친구에게 "○○(남학생)을 좋아한다"고 말한 모양인데, 그 남학생을 좋아하는 '좀 노는' 다른 여학생이 '같이 노는' 친구들을 끌고 와 "감히 내가 좋아하는 ○○을 넘봐?" 하며 이 여학생에게 집단폭력을 휘두른 것이다.
여러 학생이 한 명을 괴롭히는 '이지메'를 용납하지 않는 B교사는 바로 가해 학생들을 불러 훈육에 나섰다. 10여년 전 교직 생활 시작할 때부터의 소신대로 이번에도 가해 학생들을 매로 체벌(體罰)하지는 않았다. 자초지종을 듣고 타이른 뒤 "자신의 잘못을 얘기해보라"고 했다. 그의 학생지도 방식이었다. 학생들은 각자 자기 입으로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말했고, 반성문을 썼다. 여기까지만 보면 모든 게 훌륭했다.
그런데 다음날 가해 학생 중 한 명의 어머니가 씩씩거리며 B교사를 찾아왔다. "선생님이 강압적 분위기를 만드는 바람에 내 딸이 잘못한 게 없는데도 잘못했다고 말했다더라"며 소리를 질렀다. 자식의 스승에 대한 존경은 찾아볼 수 없는 막무가내 태도였다. B교사는 이런 학부모가 근년 들어 더 늘어났지만, 이 정도는 견딜 수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 큰 좌절감을 준 건, 작년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체제가 출범하고 '체벌 금지' '학생인권 존중' 지시가 내려간 뒤 일선 학교에서 학부모의 이런 무례한 항의와 공격이 있을 때 옆자리 동료 교사들의 대응 태도가 완전히 달라진 점이라고 B교사는 말했다. 당시 그 학교의 교장․교감 등 누구도 이 몰지각한 학부모로부터 B교사를 도와주지 못했다. 이 학부모가 교육청 등에 항의 민원을 넣으면 괜히 학교측만 다친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B교사는 "1년 전만 해도 이런 일이 있으면 교장․교감이 해당 교사를 보호하며 막무가내 학부모를 상대해 줬는데 지금은 완전히 발 빼는 분위기"라며 씁쓸해했다.
이 사건 이후 진이 빠져서 며칠을 앓았다는 B교사는 "대부분의 선량한 학생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당분간 문제학생 지도도 형식적으로 하고 그냥 편히 지내기로 마음먹었다"고 했다. 그는 "나뿐 아니라 이렇게 생각을 바꾸는 교사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일부의 사례이긴 하겠지만 '체벌금지'와 '학생인권 보호'라는 좋은 명분이 일선 교육현장에서는 이런 비교육적 방향으로 변질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도 교육 당국이 학생의 인권만 얘기하고 '교사의 교육권'을 외면한다면 학교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차라리 경찰관을 상주시키는 게 나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로 말미암은 교육 현장 혼란의 가장 큰 피해자는 결국 우리 자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