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이 중국은 한국을 위협하는 군사력 증강에 몰두했다. 중국은 최근 건국 70주년 열병식에서 둥펑(DF)-17 극초음속 탄도미사일을 공개했는데, 주한미군을 겨냥한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밝혔다. 둥펑은 마하 8~10 안팎의 속도로 비행해 사드로도 막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레이더에 탐지되더라도 비행 코스를 바꾸는 활강이 가능하기 때문에 요격 대응도 어렵다.
한·미·일 3각 안보 협력 체제가 흔들리는 사이 북·중·러는 군사적 밀월 관계에 돌입했다. 북한은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이스칸데르급 탄도미사일, 신형 방사포 등 우리 군 미사일 방어 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는 새로운 전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 정부에 대한 중국의 '내로남불식 호통'은 계속되고 있다. 중국은 2019 국방백서를 통해 "미국은 한국에 사드를 배치함으로써 지역 전략 균형을 심각하게 파괴해 버렸고, 지역 국가의 전략 및 안전 이익을 크게 훼손했다"고 했다.
최근 5년 만에 재개된 한·중 고위군사급 대화에선 웨이펑허(魏鳳和) 중국 국방부장이 박재민 국방부 차관에게 "양측의 핵심 관심을 존중하고 관련된 민감한 문제를 적절히 처리하는 기초 위에 양국 군의 관계 발전과 지역 안전 수호를 추진하길 원한다"고 했다. 웨이 부장은 이에 앞서 박 차관이 참석한 베이징 샹산포럼 개막연설에서 한·미를 겨냥해 "일부 국가가 배타적 안보 전략을 구사하고 미사일을 배치하는 것은 지역 안보에 대한 불확실성만 키울 뿐"이라고 했다.
우리 정부는 노골적으로 한·미 동맹을 흔드는 중국의 태도를 방관하고 있다. 미국은 이런 한국에 대한 불만이 쌓여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지난 4월 평택기지(캠프 험프리스)에서 사드 전개 훈련을 했는데, 이와 관련 군 안팎에서는 "미국이 사드 추가 배치를 원하는 게 아닌가"라는 얘기가 나왔다. 미국 전문가들은 최근 잇따라 한국이 MD에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군 안팎에서는 '한국만 밑지는' 3불 입장을 폐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신원식 전 합참차장은 "3불 입장을 유지하는 것은 군사 주권 포기 수준으로, 폐
기해야 한다"며 "중국의 위협뿐 아니라 우리가 당장 당면한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무방비 상태에 놓이고 있다"고 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전시작전권을 전환하면 정찰·감시 능력이 부족한 것을 우리 정부가 뻔히 알기 때문에 MD와 연계를 안 할 수가 없다"며 "이런 식으로 조금이라도 MD와 연계되면 또다시 중국에 시비를 걸 빌미를 줘버리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