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직 고위 관리와 장성, 전문가 2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19명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에 반대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15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에번스 리비어 전 국무부 수석부차관보는 설문에서 "한국의 지소미아 파기 결정은 매우 불행하고 무분별하다"며 "동북아시아에서 한·미·일 안보를 훼손하면서 더 나아가 미국이 주도하는 역내 안보 구조를 약화한다"고 말했다. 로런스 코브 전 국방부 차관보는 "지소미아 파기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했고, 미첼 라이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은 "지소미아 종료 결정은 근시안적 행동으로 한국의 안보를 약화할 것"이라고 했다.
크리스토퍼 힐 전 동아태차관보는 "한·일 모두 최근의 조치에서 뒤로 물러나야 한다"고 했고,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도 "지소미아 파기 결정을 철회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제임스 서먼 전 주한 미군 사령관은 "위기 발생 시 정보를 공유하지 않으면 한·일 두 나라 모두 패자가 된다"고 말했다.
외교적 수사를 쓰지 않는 전문가 그룹의 반응은 더 차가웠다. 브루스 베넷 랜드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자기 발등을 찍는 행위"라고 했고, 대니얼 스나이더 스탠퍼드대학 연구원은 "한국 스스로의 안보 이익에 반하는 자멸적 행위"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파기 결정과 해명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도 많았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11일 "지소미아는 한·미 동맹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한 데 대해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부소장은 "내가 아는 워싱턴의 정책 관련자 가운데 한국의 지소미아 파기를 미국에 대수롭지 않은 문제로 여기는 인사는 사실상 아무도 없다"며 "워싱턴에서는 핵심 사안으로 간주한다"고 말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지소미아 파기 결정을 "역사라는 제단 위에 한국의 안전과 미국의 방어 공약을 쓸데없이 희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도 "동맹의 효율성을 떨어뜨려 미국까지 해를 입히는 심각하고 옹졸한 실수"라고 했다.
동북아 전문가인 고든 창 변호사는 "한국이 자국 방어에 관심이 없다면 미국은 왜 한국을 방어해야 하는지 마땅히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존 페퍼 미
외교정책포커스 소장도 "미국이 역내 주요 동맹국들이 잘 지내도록 설득할 수 없다면 미군의 영향력과 미군의 존재 이유가 떨어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적성국 분석국장은 응답자 중 유일하게 지소미아 파기는 이해할 만하고 안보상 큰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는 "지소미아 파기로 한·미동맹이 훼손될 것이라고 우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