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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스톰

2019.12.02 16:13

oldfaith 조회 수:90

퍼펙트 스톰

"주한 미군은 비싸고 美 국익 도움 안 돼" 트럼프 주장 놀랍게 일관… 지난 30년간 무려 114번
군 통수권자가 주한 미군철수 또는 감축하면 美 의회도 힘 못 쓸 수 있어


[빅터 차, "퍼펙트 스톰," 조선일보, 2019. 11. 30, A30쪽.]        → 안보
                            

한국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조건부로 연장함에 따라 악화 일로의 한·일 관계가 진정될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연기된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이런 먹구름 뒤에 한·미 동맹에 치명적인, 훨씬 더 엄청난 폭풍이 몰려들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이 폭풍은 세 가지 방향이다. 첫째, 미·북 핵 협상이 올 크리스마스 이전에 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별 성과 없이 끝난 하노이 정상회담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백악관을 떠났기 때문이다. 협상안은 '좋지 않은' 내용일 것이다. 북한 포기 핵 시설은 영변에 국한되고, 검증은 불가능할 것이며, 미국은 대북 제재를 해제하면서 많은 것을 양보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둘 다 김정은과 협상하는 데 많은 것을 걸고 있기 때문에 최선이 아닌 줄 알면서도 협상안을 받아들일 뿐 아니라, 더 나아가 평화 선언을 통해 한반도 적대 행위 종식을 선언할 가능성도 크다.


둘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다. 협정 만료가 4주도 안 남은 현 시점에서 문 대통령이 미국의 50억달러 요구를 받아들이는 건 정치적으로 불가능하다. 양측이 현 협정을 1년 연장하자고 합의할 리도 없지만, 그런다 해도 트럼프는 이런 합의를 뒤집고 50억달러를 집요하게 요구할 것이다. 결국 협상은 연말에 결렬되면서 미국은 한국이 "감사할 줄 모른다"고, 한국은 미국이 "탐욕스럽다"고 말할 것이다.


셋째, 주한 미군을 보는 트럼프의 경멸적 시각이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자료에 따르면 지난 30년 동안 트럼프는 주한 미군은 돈이 너무 많이 들고, 불필요하며, 동맹국이 미국의 관대함에 무임승차해 이득만 얻기 때문에 미국 국익에 별 도움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주장을 1990년 이후 114번이나 했는데 놀라울 정도로 일관된다.

올겨울 한국에 닥칠 '퍼펙트 스톰'은 북핵 협상 타결, 방위비 분담금 협상 결렬, 그리고 그 결렬이 초래할 트럼프의 행보다. 특히 한국이 50억달러 중 일정액 이상은 낼 수 없다고 거절할 경우, 분노에 찬 트럼프는 자신의 30년 확신에 따라 주한 미군 축소나 완전 철수를 들고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런 시나리오가 전문가들에겐 터무니없게 들릴지 모르겠다. 하지만 트럼프는 북한과 거래는 '좋은 친구'인 김정은과 맺은 '사상 최고의 거래'이고, 자신이 한반도의 전쟁을 끝냈으며, '감사할 줄 모르는' 한국인이 미군을 위해 돈을 내지 않는 데다 한국에는 평화가 왔기 때문에 이제 미국 젊은이들을 집으로 데려올 수 있게 됐다고 자랑스레 떠벌릴 것이다. 또 내년 대선 운동 땐 외국에 낭비되던 돈을 아꼈고 이 돈을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미국 우선)'에 쏟아부을 수 있게 됐다고 지지자들에게 말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일하고 있거나 우호적인 한국 사람들은 미국 의회가 주한 미군 철수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공화당과 민주당에 한국에 대한 초당적 지지가 있는 건 맞는다. 하지만 주한 미군 철수 비용에 대해 의회 승인을 얻도록 한 국방수권법(NDAA)은 아직 의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미국 의원들은 내게 "트럼프가 북한과 협상을 타결할 경우,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하는 행동을 국방수권법 하나로 막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하곤 한다. 이런 상황은 한 번도 벌어진 적이 없고, 미국의 헌법적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전 한·미 관계라면 한국은 워싱턴에 있는 친구들에게 의지할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외교에 회의적이었던 모든 워싱턴 전문가를 한국 정부가 예외 없이 비판하면서, 한국이 기댈 만한 워싱턴의 선의는 거의 말라버렸다.

트럼프가 시리아의 쿠르드 동맹을 배신했을 때 그랬던 것처럼, 트럼프의 정책에 반대하는 국가 안보 지향적 공화당 의원들이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미 상원 의원 중에서 이런 든든한 후원자를 양성하는 데 별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미국 우선주의'를 주장하는 랜드 폴 같은 상원 의원은 계속 트럼프 귀에 대고 "한국은 잘사는 나라이고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나라다. 미국은 한국에서 빠져나와야 한다"고 부추기고 있다.

나는 이런 결과를 정말 보고 싶지 않다.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일차 적 비난의 화살은 동맹을 거래 대상으로 보는 트럼프와, 그런 트럼프를 김정은과 협상하는 데 매달리게 한 문 대통령에게 향할 것이다. 그러는 사이 한국엔 만신창이가 된 대미(對美) 동맹, 고장 난 한·일 관계만이 남을 것이다. 동시에 러시아는 한국 영공을 계속 침범할 것이고 중국은 사드 문제로 경제적 압박을 더욱 강화할 것이다. 그야말로 '퍼펙트 스톰'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1/29/201911290330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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