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올해 나는 처음으로 대한민국이 사라질까 걱정했다

이 스산한 기운의 진원지는 대통령의 지독한 침묵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 무엇인지 밝힌 적 없다
벌레 먹은 과일 속부터 썩듯 나라가 붕괴되고 있다


[박성희, "올해 나는 처음으로 대한민국이 사라질까 걱정했다," 조선일보, 2019. 12. 14, A30쪽;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     → 좌파독재
                            
매년 이맘때면 올 한 해를 되돌아보게 된다. 나도 내가 쓴 글들을 되돌아보며 10대 가수 뽑듯 올해의 키워드를 찾아보았다. 시론(時論)의 글감은 당시 사회를 지배하는 파장이 정한다. 그러니 내가 추적한 건 올해 우리 사회를 유행가처럼 휘감은 공기의 주제다.

돌이켜보니 올해 나는 국제정치 전문가도 아니면서 대한민국 주변 열강을 유심히 살피기 시작했고, 역사학자도 아니면서 사료를 뒤적이는 일을 자주 했고, 실향민도 아니면서 늘 북한이 머리끝을 떠나지 않았다. 어떤 이슈가 떠오를 때마다 마치 핏줄로 연결되듯 그런 주제들과 가닿아 있었기 때문이다. 건강이 위협받으면 의학 정보에 민감해지듯, 대체 국가란 무엇이고 세금은 왜 내는지, 계몽주의 언저리 사상가들의 논리를 찾아보기도 했다. 그래서 찾아낸 키워드는 '국가' '자유' 그리고 '걱정'이었다. 올해 나는 처음으로 대한민국이 사라질까 걱정했다.

사실 경제가 나빴던 적은 이전에도 많았다. 정치인들은 잘했던 기억이 없고, 핵을 머리에 인 국방이야 말할 나위조차 없다. 그래도 그땐 이러다 못 살면 어쩌나 하는 정도의 걱정이었지, 나라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걱정은 해 본 적이 없다. 진짜 나라가 소멸된다면 1905년 을사조약 당시 황성신문 장지연 주필이 쓴 '시일야방성대곡'처럼 통곡할 일이다.

도둑이 들어오는데 아무도 대문을 지키려 하지 않는 이 스산한 기운의 진원지는 무엇보다 대통령의 지독한 침묵이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그는 그게 어떤 나라인지 밝힌 적이 없다. 후보 시절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이 주적이냐?"는 질문에 끝내 답하지 않았다. 집권 절반을 돈 지금 친북 단체는 미국 대사관 담을 넘고, 미국 대사의 참수식을 시내 한복판에서 벌인다. 대법원은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희대의 악마로 묘사한 '백년전쟁'이라는 영상물에 '문제없음'이라고 손을 들어주었다.

미국은 멕시코 국경에 담을 쌓고 쿠바에 관타나모 수용소를 운영하며 미국 국경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유럽은 비교적 처방이 쉬운 미국을 부러워하며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넘어오는 난민 때문에 국가가 희석될까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미국과 유럽도 국경을 고민하지만 공통적인 건 바깥에서 유입되는 이민족이 원인이라는 점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벌레 먹은 과일이 속부터 썩듯 내부로부터 붕괴된다는 점이 다르다. 무엇보다 집권 세력이 자유대한민국을 지키려는 의지가 박약하고, 실력도 부족해 보인다. 나라는 둘로 갈라져 아우성인데 찢어진 국민을 봉합하려는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는다. 각종 의혹이 들끓는 권력 주변에선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야당 대표는 목숨 건 단식을 한다. 정치인들은 초대형 예산을 1분 만에 처리하고, 피땀 어린 세금으로 다시 국민의 표(票)를 산다. 선거에서 이긴다면 나라가 무너져도 개의치 않을 기세다. '시일야방성대곡'도 "저 돼지와 개만도 못한 소위 우리 정부의 대신이란 자들이 영달과 이익만을 바라고 위협에 겁먹어 머뭇대거나 두려움에 떨며 나라를 팔아먹는 도적이 되기를 감수"했다고 당시 지배층을 비판했다.

선거 개입 의혹의 한가운데 있는 청와대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경제가 나빠지는 게 피부로 느껴지고 눈으로 보이는데 유리한 경제지표로 국민을 호도한다. 청와대 관리들의 집값이 10억이 뛰었는데도 부동산이 안정되었다고 한다. 대통령은 나라에 무엇이 문제인 줄 모르고, 청와대 대변인은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이 와중에 올해 3분기 출산율은 0.88로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나타냈다. 인구만 보면 이미 국가 소멸 단계에 진입한 지 오래다.

18세기 계몽주의 사상가들은 인간의 이성이 국가를 만들었고, 19세기 미국의 언론인 윌리엄 개리슨은 국민의 자유를 거부할 때 국가는 사라진다고 했다. 우리나라에 과연 그런 이성과 자유가 존재하는가.

국가가 사라진다면, 우리가 터키와 시리아 변방을 헤매는 쿠르드족과 다를 게 무엇일까. 국가가 우리를 잘 먹여 살리지 못한다면 영국의 얼음 컨테이너에서 죽어간 베트남 사람들과 우리가 무엇이 다를까. 중국이 우리나라 한복판에 와서 당당하게 중국 편에 설 것을 요구한다면 우리가 홍콩보다 나은 것이 무엇이며, 장지연이 통곡한 일제강점기 때와 무엇이 다른가. 마침내 대한민국 '최악의 해(annus horribilis)'가 도래하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 한시름에 올해를 넘기고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2/13/2019121303390.html



번호 제목 조회 수
41 은행까지 밀고 들어온 '착한 사람 콤플렉스' 141
40 폴란드 집권당, 親與인사로 법관 바꾸고 공영방송 사장도 교체 141
39 '가짜뉴스' 단속 진정성 있나 141
38 2020 경자년 (庚子年) 국민이 대한민국을 구하자! 142
37 '사법 권력' 된 인권법연구회 자진 해체해야 142
36 국민 무관심 속 잇단 정치폭거, 나라가 정상이 아니다 [1] 143
35 상식 배반 대통령 한 명이 불러일으킨 거대한 분노 143
34 '통진당 해산 반대' 헌재 소장,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나 143
33 문재인 대통령이 바라는 나라 144
32 충남 기독교 지도자 1248인 시국선언문 144
31 조국 다음은 선거법 폭거, '문재인 사태' 이제 시작 146
30 '고해성사'까지 털어가나 148
29 대통령 지시 수사의 허망한 결과들, 피해는 누가 책임질 건가 148
28 대법원장, 헌재소장, 헌재재판관 모두가 편향 인사 150
27 "헌법파괴 정권, 한번도 경험못한 거짓의 나라" 151
26 '운동권 권위주의'라는 역설의 시대 154
25 이재수 비극 사흘 뒤 태연하게 '인권' 말한 대통령 157
24 '586 위선'에 대한 20대의 반란 159
23 [좌파독재] 나라의 기본 틀 강제 변경, 군사정권 이후 처음이다 159
» 올해 나는 처음으로 대한민국이 사라질까 걱정했다 163
21 김동하, "①정권 입맛대로 ②수사 선별 ③판검사의 판결·수사행위도 처벌 가능" [좌파독재] 167
20 "좌파정권, 나라는 거덜내도 내 냉장고는 꽉꽉 채워준다" 180
19 태극기 집회를 '내란 선동'이라고 수사한다니 180
18 칠면조와 공작 181
17 문재인 대통령의 탄핵을 청원합니다 [1] 190
16 [공수처, 좌파독재] 이번엔 ‘한명숙 건’ 공수처 尹에 4번째 공세, 하는 일이 이것뿐 196
15 통진당 해산 반대 등 功으로 헌재소장 시킨다고 공식화 201
14 ‘낮은단계연방제’는 국가 공식 통일 방안인가? 203
13 한국의 586, 소설 속 '디스토피아'를 현실에 옮겨놓다 225
12 '운동권 청와대' 도가 지나치다 246
11 햇볕정책은 실패했다 293
10 광화문광장 대형태극기 설치 두고 서울시-보훈처 진통 393
9 진보 쪽에서도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정권 행태 471
8 정동수 목사, '한기총 대표 전광훈 목사와 나의 관계' 569
7 민주당은 지난 정권 대북정책이 성공했다는 건가 916
6 미사일 맞은 ‘햇볕’ 1011
5 '햇볕' 지키려 아웅산 테러犯 국내 송환 반대했다니 1015
4 햇볕정책의 한계 1071
3 '조국 퇴진' 시국선언 대학교수 3265명 명단 공개…총 4366명 참여 1140
2 DJ의 햇볕정책이 죽어가던 주사파 되살려 1166
1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1237

주소 : 04072 서울특별시 마포구 독막로 26 (합정동)ㅣ전화 : 02-334-8291 ㅣ팩스 : 02-337-4869ㅣ이메일 : oldfaith@hjdc.net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