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似而非 역사학' 가르치는 역사교과서 현대사


[강규형, “'似而非 역사학' 가르치는 역사교과서 현대사,” 조선일보, 2016. 6. 13, A34; 명지대 교수■현대사.]


최근 국사학계는 소위 재야 사학자들의 무리한 고대사(古代史) 해석에 대해 '사이비 역사학'이라고 맹렬히 비판했다. '과도한 민족주의에 빠져' 확연한 문헌적■고고학적 증거를 무시하는 재야 사학자들의 주장에 대해 일침을 가한 것은 일리 있는 비판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현대사 분야에선 국사학계 자신이 '지나친 민족 지상주의와 좌파 수정주의에 빠져서' 재야 사학자들의 상고사 해석보다 더 심한 수준의 왜곡을 해왔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왜곡의 정도와 기간이 꽤 심했기에 역사 교과서 문제는 앞으로 오랫동안 우리 사회의 큰 이슈로 남아 있을 것이다. 여러 문제가 있지만 오늘은 세계사와 한국 현대사를 잇는 중요한 고리인 소련(러시아) 체제의 본질과 역할에 대해 얘기해보자. 우리 역사 교과서들은 대부분 소련을 2차 세계대전의 최대 피해자이자 연합군 승리의 최대 공헌자로 평가하고, 동아시아 한반도에 있어서도 해방군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런 해석은 거의 성역처럼 다뤄지고 있다. 소련이 2차 대전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나라이고 연합국 승리에 지대한 공헌을 한 것은 대체로 맞다. 그러나 그것은 히틀러가 불가침조약을 어기고 소련을 공격한 이후의 일이다.


교과서들이 생략한 앞부분을 보면 전혀 다른 얘기가 전개된다. 공산 체제의 확산에 몰두한 소련과 그 수장인 스탈린은 2차 대전 직전에 나치 독일과 희대의 악마적 거래를 성사했다. 그게 바로 1939년 8월에 맺어진 독■소불가침조약, 즉 리벤트로프-몰로토프조약이었다. 문제는 이 조약을 체결하면서 양국이 몰래 맺은 비밀의정서였다. 독일이 폴란드의 서쪽을 갖는 대신 소련이 폴란드 동쪽을 갈라 먹고 루마니아의 베사라비아 지역 등을 추가로 차지하는 경악할 내용이었다. 1939년 9월 1일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하면서 2차 대전은 시작됐지만, 교과서가 철저히 무시하는 부분은 소련도 곧이어 폴란드를 침공했다는 사실이다. 놀랍게도 유럽의 공산당들은 소련의 지시를 받고 나치 독일을 돕는 행동을 시작했다. 소련은 2차 대전 발발의 철저한 공범이었다.


그것뿐이 아니었다. 폴란드 동부를 점령한 소련은 폴란드 자립의 싹을 아예 없애기 위해 폴란드의 지식인■장교 등 사회 지도급 인사 2만2000명을 러시아로 끌고 가 카틴(Katyn)숲에서 모조리 학살하는 인류 역사상 최악의 만행 중 하나를 저질렀다. 소련은 이 같은 사실을 부인하다가 스탈린이 비밀경찰에게 이 학살을 지시한 비밀문서가 1989년 공개되고, 1990년 고르바초프 당시 소련 대통령이 용기 있게 이 사실을 인정하면서 만천하에 진실이 공개됐다.


동아시아는 어땠을까. 독■소불가침조약의 혜택을 누리던 소련은 일본과도 비슷한 타협을 이뤄냈다. 1941년 4월 체결된 소련■일본중립조약으로 일본이 아시아■태평양 전선에서 마음껏 날뛰도록 방조했다. 1941년 6월 22일 히틀러가 소련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면서 소련은 어쩔 수 없이 연합국과 공조를 해야 하는 상황에 빠졌다. 그러나 아■태 전선에선 진주만 습격(1941년 12월 7일) 이후 미국 등 다른 연합국들이 일본과 사투를 벌이는 와중에도 혼자서 일본과의 밀월을 즐겼다. 전쟁 물자를 일본에 수출하면서 이득까지 챙겼다. 미국이 히로시마에 원자탄을 투하(1945년 8월 6일)하고 승패가 결정 나자 전리품을 챙기기 위해 이틀 후인 8월 8일 재빨리 대일 참전을 선언하고 다음 날 군사작전에 돌입했다. 한반도로 진주한 후엔 소련 군복에 대위 계급장을 단 김일성과 그 일파를 장래의 하수인으로 쓸 목적으로 데리고 왔다.


그런데 우리의 역사 교과서들은 이런 역사적 사실을 전혀 혹은 거의 언급하지 않은 채 '소련=2차 대전의 최대 공헌자' '소련군=해방군'이란 거짓 프레임에 갇혀 엄청난 허구를 학생들에게 가르쳐 왔다. 동구 공산권이 무너지고 냉전이 종식되자 새로운 문서들과 사실들이 대거 공개되고 러시아도 이런 사실들을 인정하면서 현대사 해석은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한국 사학계는 극도로 폐쇄적인 인식에 사로잡혀 이런 성과들을 거의 반영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과거의 낡은 해석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문제들은 한국사를 위시한 역사 교과서들이 갖고 있는 여러 심각한 문제점 중 하나일 뿐이다. 상황이 이럴진대 과연 현대사 분야의 국사학계와 고대사 분야의 재야 사학자 중 누가 더 역사를 왜곡하는 사이비 역사학인가? 국사학계가 결코 덜하지 않은 듯하다. 교과서 문제에 대해 언급하고 싶은 정치권과 정치인들은 이런 문제부터 알고 행동하는 것이 기본적인 도리가 아닐까 싶다.


번호 제목 조회 수
공지 한국사 교과서 이렇게 왜곡됐다 547
공지 좌(左)편향 교과서 현황 480
공지 대한민국 교과서 아니다 386
63 [교육, 역사] 대한민국 정통 세력의 한국사 교과서는 왜 아직 없나 12
62 [교육, 역사] ‘김정은 미화’ 文 정부 국사 교과서, 교과서 아닌 정치 선동 책자 15
61 [교육] “김정은 집권 후 北경제 안정세” 이게 우리 고교 교과서 16
60 [4.3사건] 4·3사건, 폭동 진압 과정서 무고한 희생자 발생 14
59 [역사교과서, 좌파정권] 최보식, “이번 역사교과서는 문재인 교과서… 정권 홍보 책자” 56
58 현실과 딴판인 북한 가르치는 교과서, 정권 선전물 아닌가 50
57 연락사무소 폭파됐는데… 역사 교과서엔 "남북긴장 대전환" 70
56 “얘들아, 교과서 덮자!” 70
55 4·3 사건을 '통일 정부 수립 운동'이라 하면 안되는 이유 113
» '似而非 역사학' 가르치는 역사교과서 현대사 61
53 고교 이어 중학 교과서도 천안함 폭침·아웅산 테러 뺐다 171
52 교과서가 이런 줄 아시나요 118
51 정권 임기 중에 정권 찬양 역사 교과서, 교육도 막장 63
50 정부, 좌파교육감 마음대로 만들 수 있는 교과서 늘린다 55
49 現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 까지 등장하는 역사 교과서 84
48 "현대사는'최소 30년 지나야 서술' 같은 합의된 기준 필요" 56
47 檢定도 받지않은 좌편향 교과서, 17개 시·도교육청 중 11곳 사용 62
46 교과서 집필부터 심의까지… 좌편향 교수·전교조 출신이 대부분 장악 63
45 "文정부 노력으로 한반도 큰 전환점" 교과서에 文비어천가 79
44 평가 안 끝난 150년 근현대사가 75%… 그 이전 수천년 역사는 25% 105
43 자유' 넣고 '유일 합법 정부' 뺀다는 교육부의 눈가림 121
42 결국 교과서에서 '자유' '유일 합법 정부' 없앤다 121
41 소련군을 해방군으로 묘사하는 역사교과서 245
40 교육부의 중고교 역사교과서 집필기준 최종안의 문제 219
39 교과서에서 '대한민국이 한반도 유일 합법 정부' 지운다니 112
38 國定 반대하더니 초등 교과서까지 입맛대로 바꾸나 142
37 反대한민국 문턱에 선 한국사 교과서 127
36 마치 도둑질하듯 교과서 바꾸다니 156
35 교과서 '6·25 남침' 빼면 안 된다는 총리, 빼도 된다는 장관 216
34 국정교과서 내용 무엇이 잘못돼 폐지하나 166
33 국정 역사교과서 폐기? 158
32 檢定 역사 교과서, 제 눈의 들보는 안 보고 307
31 국민과의 역사 교과서 약속 지켜라 220
30 좌편향 역사 교육 바꿀 가능성 보여준 새 역사 교과서 240
29 헌법가치에 충실한 교과서 새로 만들자 489
28 교수 및 퇴직 교장들의 지지 선언 362
27 친북반미선동 역사교과서가 대한민국의 역사교과서인가! 295
26 한국사 檢定 현장에서 겪은 황당 표결 348
25 ‘검은 神話’가 먹칠한 국사교과서 그냥 둘 수 없다 323
24 교과서 국정화, 민중사관의 카르텔을 깨는 첫걸음이 되어야 356
23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집필진과 좌경화 사례 401
22 국사교과서 전쟁 352
21 바른 역사관이 필요하다 227
20 민중사학자들에게 휘둘리는 國史 검정교과서 259
19 역사 교과서만 문제인가 714
18 이런 歷史 교과서로 건전한 대한민국 국민 기를 수 있겠나 681
17 '이석기'는 배우일 뿐, 감독은 '역사 교과서'다 652
16 반역교과서가 된 국어 국사 교과서 국정으로 전환하라 824
15 남침 유도설 등 수정주의 시각, 교과서엔 여전 801
14 남로당式 史觀, 아직도 중학생들 머릿속에 집어넣다니 654
13 현대史를 '총칼 없는 백년 전쟁'으로 몰아가는 좌파 663
12 일부 국사학자의 왜곡된 역사 인식 673
11 역사교과서 고쳐야 931
10 고등학교 현대사 특강에 임하는 우리의 입장 972
9 금성출판사 근현대사 교과서 문제 1377
8 필자들이 수정 거부한 '금성 교과서' 법대로 처리하라 934
7 좌편향 교과서 기승 부릴 때 역사학계는 왜 잠잤나 1021
6 교과서 개정은 국가의 원상회복 899
5 왜곡된 역사 교과서 퇴출 운동을 973
4 교육부 편수팀을 교체하라 922
3 신의주 반공 학생의거 1135
2 국정교과서 왜곡 심해질 전망 954
1 ‘편향된 현대史’ 우리 교과서 바로잡자 971

주소 : 04072 서울특별시 마포구 독막로 26 (합정동)ㅣ전화 : 02-334-8291 ㅣ팩스 : 02-337-4869ㅣ이메일 : oldfaith@hjdc.net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