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全美경제연구소 보고서]
독일, 탈원전 따른 사회적비용 年14조원… EU서 전기료 가장 비싸
[안준호, "탈원전 후 석탄발전 급증한 독일… 대기질 나빠져 年1100명 더 사망," 조선일보, 2020. 1. 6, A1쪽.] → 탈원전
현 정부가 탈(脫)원전의 모범으로 거론하는 독일에서 탈원전의 공백을 석탄화력발전으로 메우느라 대기오염이 심해져 연간 1100여 명이 추가로 사망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경제 연구 기관인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최근 '독일 탈원전의 민간 및 외부 비용'이란 보고서에서 "독일은 원전 공백을 대부분 석탄발전으로 메우고 있다"며 "이에 따라 대기오염이 12%나 증가했으며, 이 때문에 연간 사망자가 1100명 더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탈원전에 따른 독일의 사회적 비용은 연간 약 120억달러(약 14조원)에 이르는데, 이 가운데 70% 이상이 화석연료를 태울 때 배출되는 대기오염에 따른 사망률 증가 때문"이라고 했다. 독일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2017년까지 전체 원전 17곳 가운데 11곳을 폐쇄했으며, 2022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할 계획이다.
보고서는 "많은 국가가 원전 사고 위험과 사용후핵연료(핵폐기물) 처리에 대한 우려 때문에 탈원전을 추진하고 있다"면서도 "독일의 탈원전 이익은 대부분 사고 위험과 사용후핵연료 처리 비용 절감에 따른 것인데, 많아야 20억달러에 불과해 탈원전으로 발생하는 비용 120억달러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탈원전으로 독일 전기료가 급등했고, 기후에도 악영향을 끼쳤다고 지적했다. 독일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2017년 하반기 덴마크를 제치고 EU 최고가 됐다.
전미경제연구소는 대학교수 등 북미 지역 1400여 경제학자가 속해 있으며,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를 32명 배출한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민간 연구소 중 하나다. 최근 주요 국가의 탈원전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를 잇따라 냈다. 지난해 10월엔 일본이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 가동을 중단하고, 값비싼 수입 연료인 LNG(액화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로 대체하는 바람에 전기료가 급등해 제때 난방을 하지 못하고 사망한 사람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 사망자보다 훨씬 많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달 말 발표한 '독일 보고서'에서 NBER은 "독일의 탈원전에 따른 비용이 이익보다 훨씬 크다"고 지적했다. NBER은 독일이 계획대로 풍력 등 재생에너지 투자를 늘리더라도 대기오염에 따른 비용 76억달러,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액이 13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봤다. 한국 정부는 탈원전을 추진하면서 원전을 LNG로 대체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LNG는 원전에 비해 발전 단가가 2배 이상 비싸고, 미세 먼지와 온실가스 배출도 석탄보다는 적지만 원전보다는 훨씬 많다.
NBER은 지난해 10월에는 탈원전의 폐해를 지적한 '예방 원칙 주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증거'란 보고서를 냈다. 원전 사고를 경험한 일본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원전을 폐쇄했다가 더 큰 비극을 맞았다는 사실을 통계로 입증했다.
보고서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 정부가 원전 가동을 멈추고 그 공백을 수입 화석연료로 메우는 바람에 전기료가 급등, 난방을 제대로 하지 못해 사망한 사람이 2011~2014년 21곳에서 최소 1280명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연구 자료는 일본에서 가장 큰 도시 중 21지역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이를 전국으로 확대하면 사망자 수는 4500명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후쿠시마 사고 당시 방사선 피폭으로 숨진 사람은
한 명도 없고, 사고 후 대피 과정에서 1232명이 사망했다"며 "4년 동안 높은 전기료로 인한 사망자 수가 원전 사고 사망자 수보다 훨씬 많았다"고 지적했다. NBER은 일본 관련 보고서에서도 "원전은 대기 질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 반면, 화석연료는 광범위하게 오염 물질을 배출하고, 대기를 오염시키며 질병률과 사망률에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