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장·차관급을 비롯한 주요 인사는 '부실 검증'과 '코드 인사'로 잇따라 파행됐다. 23명 이상이 야당의 반대 속에 인사청문보고서 채택도 없이 일방적으로 임명 강행됐다. 이번 검찰 수사팀 교체 인사에서는 검찰총장 의견 청취라는 형식적 절차마저 무시됐다. 자기편은 무조건 봐주고 거슬리면 쳐내는 '편파적 인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그간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누차 강조해왔던 문 대통령의 말과도 정면 배치된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민정수석 재직 시절인 2003년 검찰 문제에 대해 "과도하게 정치권 눈치를 본다든지 줄 서기를 통해 인사 이익을 추구하는 잘못된 문화를 불식해야 한다"며 검찰의 정치 편향성을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 보장은 앞으로 정권이 바뀌더라도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했었다. 그러나 이번 인사는 정권에 반대하면 불이익을 준다는 메시지로 검찰의 정치화를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하게 됐다.
문 대통령은 박근혜 정부 때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하던 채동욱 검찰총장이 개인 도덕성 문제로 사의를 표명하자 "결국 끝내 독하게 매듭을 짓는군요. 무섭습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런데 자신이 그토록 비판했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표적 인사를 이번에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지난 정부 때 권력에 대한 수사로 좌천됐던 윤석열 당시 대전고검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하면서 "국정 농단 수사의 적임자"라고 추켜세웠다. 작년 7월 윤석열 검찰총장을 임명할 때는 "살아 있는 권력도 엄정하게 해달라"고 했다. 그러나 윤 총장이 막상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이어 전·현직 청와대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자, 윤 총장의 측근들을 모두 쳐내는 '대학살' 인사를 했다.
문 대통령은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도 사실상 요식행위로 만들었다. 문 대통령은 추미애 장관을 포함해 지금까지 국회에서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은 장관급 인사 23명의 임명을 강행해 역대 최다(最多)를 기록했다. 조국 전 민정수석 때부터 부실 검증으로 인한 인사 사고가 계속됐지만, 청와대는 책임 추궁도 재발 방지 노력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최강욱 공직기강비서관은 조국 전 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 증명서를 발급해준 혐의를 받는 상황에서 검찰 수사팀 교체 인사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살아있는 권력도 수사하라더니, 수사하니 보복
2020.01.13 14:13
살아있는 권력도 수사하라더니, 수사하니 보복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1/10/202001100033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