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공작 피의자들 검찰 비난, 당당하면 왜 수사팀 학살했나
2020.02.05 11:17
선거 공작 피의자들 검찰 비난, 당당하면 왜 수사팀 학살했나
[사설: "선거 공작 피의자들 검찰 비난, 당당하면 왜 수사팀 학살했나," 조선일보, 2020. 1. 31, A31쪽.] → 좌파독재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30일 울산시장 선거 공작 피의자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임 전 실장은 울산 선거 당시 문재인 대통령을 대리해 송철호 시장에게 출마하라고 하고 송 시장의 민주당 내 경쟁자에게 공직을 줘 매수하려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그가 비서실장으로 있을 당시의 정무수석과 민정수석실 비서관들, 균형발전비서관실 행정관이 후보 매수, 하명 수사, 공약 지원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런데 임 전 실장이 선거 공작과 관련이 없다고 한다면 그게 더 이상하다.
임 전 실장은 "검찰이 1년 8개월을 덮어둔 사건" "검찰이 기획한 것"이라고 했다. 명백한 사실 왜곡이다. 검찰 수사는 석 달 전 경찰이 '청와대 하명 첩보'를 검찰에 제출한 것이 계기가 된 것이다. 그 첩보를 청와대에 넘긴 송 시장 측근의 업무 수첩에서 '경쟁자 제거' '후보 매수' '공약 지원' 물증이 나왔다. 새 단서와 증거가 나와 그 증거를 따라간 것이다.
선거 공작 기획은 청와대와 대통령 측근들이 했다는 사실이 검찰 수사로 이미 드러났다. 송 시장은 선거 9개월 전 울산 경찰 책임자를 만났고, 송 시장 측근은 그 직후 '야당 후보 비위 첩보'를 청와대에 넘겼다고 한다. 청와대는 그 첩보 내용에 자체 수집 정보를 더해 경찰에 수사를 지시하면서 검찰에는 "경찰 수사에 협조하라"는 압력까지 넣었다. 청와대 정책 담당자는 내부 기밀을 빼줘 가며 송 시장 공약을 만들어줬고, '야당 후보 공약에 대한 예타 발표를 연기해달라'는 부탁까지 들어주었다. 임 전 실장은 이 분명한 사실들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해명하지 않았다.
임 전 실장은 대신 "검찰이 반듯하고 단정하면 좋겠다"고 했다. 범죄 피의자가 수사하는 검찰을 상대로 훈계한 것이다. 선거 공작 수혜자인 송 시장도 검찰 비난에 가세했다. 민주당은 "80년대식 날조"라고 했다. 이렇게 당당하면 왜 검찰 수사팀을 인사 학살하고 공중 분해했나. 왜 추미애 같은 사람을 법무장관 시켰나. 왜 이성윤 같은 사람을 중앙지검장 시켜 기소를 막으려 했나. 도둑이 제 발 저린 것을 국민이 다 지켜보고 있다.
지금 청와대에는 범죄 혐의로 기소됐거나 기소를 목전에 둔 사람이 여럿 재직하고 있다. 이광철 민정비서관은 하명 수사 개입 혐의로 29일에 소환 조사를 받았다. 기소가 확실시된다. 그런 사람이 민심 파악과 대통령 친·인척 관리를 맡고 있다. 최강욱 공직기강비서관은 조국 전 법무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 증명서를 만들어 준 혐의로 기소됐다. 이런 사람이 비위 공직자 단속을 하고 수사 검사들 인사 검증을 했다. 천경득 선임행정관은 특감반이 밝혀낸 '유재수 비리'를 덮어주라고 압력을 넣은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올랐는데 특감반 채용 면접에 들어갔다고 한다. 코미디가 따로 없다. 고위 공직자가 검찰 수사를 받게 되면 사직하는 것이 관례이고 상식이다. 법원 판단이 나올 때까지 공직 유지에 따른 이해 충돌을 막기 위한 것이다. 이 정권에선 이런 상식은 사라진 지 오래다. 도리어 권한을 이용해 검찰을 협박하고 눈을 부라린다. 이들 외에 '울산 선거 공작' '유재수 비리 비호' '조국 사태'로 이미 기소된 전직 청와대 수석·비서관·행정관이 5명에 이른다.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없었던 일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무슨 말 한마디 없이 딴청을 피우고 있다. 선거만 이기면 다 덮고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1/30/202001300423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