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 입장은 기본적으로 미국하고 같이 간다, 그건 분명히 정했지만 계속 진전이 없고 국내 정치적으로 어려워지고 한반도와 동북아 상황이 어려워지는 방향으로 가게 되면 문 대통령이 어떻게 계속 같이 갈 수 있겠느냐, 수정할 수도 있다.”
문정인 특보의 이 발언은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철도연결과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재개를 원했으나 국제적 대북제재에 막혀 어려움이 있다는 발언 후에 이어졌다. 문정인 특보는 대북 국제 제재의 배후에 미국이 있음을 지목한 것이고, 계속 그렇게 된다면 한미동맹 관계를 해지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문정인 특보의 이런 ‘한미동맹 파기’ 발언은 처음이 아니다. 문 특보는 지난해 한 방송에 출연해 “결국 지난 70년 동안 쌓아온 신뢰할 수 있는 동맹으로서의 미국이라는 그림이 깨져버리면 우리도 다른 생각을 많이 해야 된다. (지금)그 답을 드릴 수는 없겠지만…”이라면서 “동맹이 우리 목적은 아니지 않나. 동맹은 우리 국익을 위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당시 진행자는 당황한 듯 ‘지금 하신 발언은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며 화제를 바꿨다.문정인 특보는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안보 노선에 일종의 풍향계다. 그의 발언은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의 생각을 드러내 보이고 반응을 체크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이기도 하다. 동시에 ‘어나운스먼트 효과’를 통해 유동적인 해석들을 유력화하는 역할도 있다. 청와대가 문재인 특보의 발언에 별다른 코멘트를 내놓지 않는다는 것은 동의한다는 메시지일 수도 있다.
결국 문정인 특보의 입을 통해 나온 한미동맹이란 지금처럼 북한의 이익에 반할 경우 문재인 정부의 손으로 해지될 수 있는 관계다. 문재인 대통령과 국정 사령탑인 청와대의 반미 본색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문재인 정부는 공식적으로 한미동맹에 대해 여전한 신뢰를 보내는 외교적 수사를 구사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현재로서는 신뢰한다’는 의미다. 미국에 김정은과 북한 노동당의 이익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경고를 다른 채널로 보내고 있는 것이다.이 문제는 단순하게 문재인 대통령 개인의 성향에 기반한 것이 아니다.
청와대를 장악한 86운동권 그룹의 내면에는 미국을 ‘침략과 수탈의 제국주의 국가’로 보는 시각이 여전히 남아 있음을 알 수 있는 단서가 있다. 문재인 본인 자신이 그런 관점의 소유자이기에 그렇다. 그가 2018년 19대 대통령 취임을 기념해 펴낸 자서전 <문재인의 운명>에는 다음과 같은 충격적인 내용이 있다. 독자의 이해와 왜곡 시비를 피하기 위해 다소 길지만 원문 그대로 소개한다.
‘미국은 제국주의’
“나는 리영희 선생의 ‘전환시대의 논리’가 발간되기 전에, 그 속에 담긴 ‘베트남 전쟁’ 논문을 ‘창작과 비평’ 잡지에서 먼저 읽었다. 대학교 1, 2학년 무렵 잡지에 먼저 논문 1, 2부가 연재되고, 3학년 때 책이 나온 것으로 기억한다. 처음 접한 리영희 선생 논문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베트남 전쟁의 부도덕성과 제국주의적 전쟁의 성격, 미국 내 반전운동 등을 다뤘다. 결국은 초강대국 미국이 결코 이길 수 없는 전쟁이라는 것이었다.
처음 듣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우리끼리 하숙집에서 은밀히 주고받은 이야기였다. 그러나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근거가 제시돼 있었고 명쾌했다. 한걸음 더 나아가 미국을 무조건 정의로 받아들이고 미국의 주장을 진실로 여기며 상대편은 무찔러 버려야 할 악으로 취급해 버리는, 우리 사회의 허위의식을 발가벗겨 주는 것이었다. 나는 그 논문과 책을 통해 본받아야 할 지식인의 추상 같은 자세를 만날 수 있었다. 그것은 두려운 진실을 회피하지 않고 직시하는 것이었다. 진실을 끝까지 추구하여,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근거를 가지고 세상과 맞서는 것이었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진실을 세상에 드러내고 진실을 억누르는 허위의식을 폭로하는 것이었다.
리영희 선생은 나중에 월남패망 후 ‘창작과 비평’ 잡지에 베트남전쟁을 마무리하는 논문 3부를 실었다. 그러니 월남패망이라는 세계사적 사건을 사이에 두고 논문 1, 2부와 3부가 쓰여진 셈이었다. 그 논리의 전개나 흐름이 그렇게 수미일관할 수 없었다. 1, 2부는 누구도 미국의 승리를 의심하지 않을 시기에 미국의 패배와 월남의 패망을 예고했다. 3부는 그 예고가 그대로 실현된 것을 현실 속에서 확인하면서 결산하는 것이었다. 적어도 글 속에서나마 진실의 승리를 확인하면서, 읽는 나 자신도 희열을 느꼈던 기억이 생생하다.” (자서전 ‘문재인의 운명’ 中)
문재인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미국의 월남전 패배를 예상했던 리영희 교수의 지성에 탄복했다고 썼다. 그 지성이란 ‘미국을 무조건 정의로 받아들이고 미국의 주장을 진실로 여기며 상대편은 무찔러 버려야 할 악으로 취급해 버리는, 우리 사회의 허위의식을 발가벗겨 주는 것’이라 주장한다. 대통령 문재인은 월남 패망이 가져 온 무법천지의 살육과 난민, 인권탄압의 결과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왜 미국이 베트콩의 월남 적화를 막으려 했는지, 그리고 대한민국은 왜 이 전쟁에 참여했는지도 언급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공산주의 베트콩이 자본주의 베트남을 적화한 후, 다시 자본주의 개방 개혁의 도이모이를 하며 그들이 싸웠던 미국과 손잡고 무역을 하고 투자를 받아들이고 있는 사실에 대한 언급도 없다.
베트남 관세총국 자료를 인용한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베트남의 2019년 전체 수출은 2641억8900만 달러(약 304조3000억 원)였고, 대미 무역흑자는 469억8000만 달러(약 54조1000억 원)를 기록했다. 반면 중국과의 무역에 따른 적자 규모는 2018년 241억5000만 달러(약 27조8000억 원)에서 지난해 340억4000만 달러(약 39조2000억 원)로 급격히 늘었다. 베트남은 중국에서 수입해 미국에 수출해 부를 획득하는 구조라는 이야기다. 결국 이와 같은 현실을 무시한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과 월남 패망에 대해 진실을 예언함에 느낀 ‘희열’이라는 시각으로 그가 가진 반미의식을 그대로 보여준다.
사드 배치에 담긴 반미코드
문 대통령의 이러한 반미의식은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에서 날 것으로 드러났다.2016년 7월 13일 당시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사드 배치와 관련해 페이스북을 통해 “국익의 관점에서 득보다 실이 더 많다”며 “재검토와 공론화를 요청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해 10월 9일에도 “사드 배치 절차를 중단하고, 외교적 노력을 다시 하자”며 조기 배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그러던 문재인 전 대표는 2017년 대선에서 후보가 되자 입장을 바꾸기 시작했다. 사드 배치 반대에서 ‘신중하게 결정’으로 돌아선 이유는 선거 득표의 이유 외에는 다른 설명이 불가능해 보였다.
이후 대통령이 된 후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2기 1조로 배치되는 사드 미사일의 반입과 배치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미군의 사드 발사대 총 6기 중 배치된 2기 외에 나머지에 대해 “어떤 경위로 4기가 추가 반입된 것인지, 반입은 누가 결정하고 왜 국민에게 공개하지 않고 새 정부에게도 지금까지 보고를 누락한 것인지 등도 진상 조사하라”는 황당한 지시를 내렸다. 당시 이 보고는 정의용 안보실장이 했던 것으로 국방부와 주한미군에 그 경위를 제대로 파악하면 모두 해명될 수 있는 문제였지만, 정의용 실장의 ‘국방부 보고가 없었다’는 말 한마디에 즉석에서 대통령의 ‘몰래 반입의 음모 파악’ 같은 지시 명령이 떨어지고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의 긴급 브리핑이 벌어졌던 것. 이런 소동의 근간에는 대통령의 뿌리 깊은 반미의식이 존재하고 그런 대통령의 태도가 참모들의 정상적인 판단마저 중지시킨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것이다. 동시에 문 대통령의 이런 실수에는 청와대 참모들 역시 자신들 내면에 강고하게 자리한 반미의식이 작동하고 있다는 추측을 낳는다.
실제로 문재인 정권의 청와대는 ‘86주사파 운동권 출신 청와대’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반미적 성향을 가졌던 인사들이 장악했다. 대표적으로 청와대 총통령으로 불렸던 임종석 비서실장은 임수경 방북 사건과 관련해 징역 5년을 선고받은 공안 사범이었다. 임 전 실장은 2004년 10월 통일부 국정감사 때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의 북한인권법 통과는 탈북자의 급속한 증가와 북한의 강한 반발을 불러온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2005년 7월에는 ‘미·일의 북한인권 문제 제기 규탄 결의안’에도 이름을 올렸다. 또 2006년 10월 북한의 1차 핵실험 직후에는 북한 핵실험의 원인이 미국의 대북금융제재 때문이라며 대북유화정책을 지속할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반미반일의 목적지는 남북연방인가
임종석 전 실장은 1987년 조직된 대학생 운동조직 전대협 출신이자 3기 의장이었다. 그런 전대협은 주사파 영향력을 크게 받은 NL(민족해방)의 주도하에 PD(민중혁명)계가 섞여 있었다. 이들은 미국에 대해 통일을 방해하는 제국주의라는 시각을 분명하게 표방했다.
<주한미군과 핵무기를 철폐하고 자주적인 원칙하에 연방제를 수립해야 합니다. 연방제 국가하에서는 국보법이 성립할 수 없고 통일 양심수가 있을 수 없습니다. 민족대단결의 기초하에 남과 북의 사상과 제도를 인정하고 이를 보장하는 연방제 통일을 이뤄야 합니다.〉 (전대협 제2기 학추위 1991년 사업계획서)
<이 땅에 상주하는 주한미군과 핵무기는 한반도의 긴장 상태를 유발하는 화근(禍根)이고 민족의 생존을 파멸의 나락으로 몰아넣는 악마의 무기이다. 주한미군 철수투쟁은 반미(反美)투쟁의 꽃이다. 반전군축(反戰軍縮)의 요구를 내걸고 주한미군 철수의 전환적 상황을 열어젖히자.〉(1991년 4월 10일 전대협 제5기 총회자료집)
문재인 대통령의 반미의식은 반일, 친중, 친북으로 귀결되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것이라 할 수 있다.
지난 해 8월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GSOMIA 폐기 결정 후 일본으로부터 반발이 나오자 ‘일본은 역사에 솔직해야 한다’면서 ‘일본 제국주의 침략의 첫 희생이 되었던 독도를 자신의 영토라고 하는 터무니없는 주장도 변함이 없다’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일 간 독도 갈등이 일본 제국주의 침략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이지만 대한제국이 일본의 독도 영유를 확인했던 1906년은 일본이 러시아와 전쟁에서 승리한 때였다. 즉, 대한제국 황실은 중립을 표방하면서도 실제로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적한 ‘제국주의’의 러시아에 의지하는 행보를 했기에 일본의 독도 영유에 항의할 수 없었던 이유가 컸다. 청일전쟁 후 삼국간섭에 성공한 러시아는 한반도에서 부동항을 노리고 있었고, 대한제국은 청제국과 러시아제국으로부터 이미 끊임없는 야욕과 국익 수탈을 받고 있었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무시하고 일본만을 들어 ‘제국주의 침략’이라는 문재인의 인식은 반일 감정을 국민들에게 부추기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을 낳는다.
故 황장엽 비서는 김일성의 ‘갓끈이론’을 들어 북의 대남적화 전략에 반일의 중요성을 지적한 바 있다. 갓끈이론이란 한미동맹과 한일관계는 갓의 두 끈과 같아 어느 한쪽이 끊어지면 나머지 한쪽이 온전하더라도 갓이 벗겨진다는 원리를 말한다. 따라서 반일은 반미의 다른 이름인 것이 북의 노선인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미일동맹을 통해 아시아에서 중국과 북한을 견제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반미가 반일이라는 코드와 함께 친중, 친북의 코드와 연결된다는 주장은 너무나 많이 제기되어 왔다. 이러한 문 대통령의 인식에는 한미일 삼각동맹을 해체하고 남북중 新안보관계를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이 아닌가 라는 의구심을 자아낸다. 그러한 배경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연방에 대한 긍정적 입장이 주목을 끌어 왔다.
2017년 4월 25일 JTBC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낮은 단계 연방제’ 문제로 충돌했다. 이날 토론이 열리기 며칠 전, 문재인 후보가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3주기 행사에 참석해 “남북국가연합 또는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실현해서 김대중 대통령이 6·15 선언에서 밝힌 통일의 길로 나아가고 싶다”고 말했던 것이 발단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국가연합과 차이가 없어 반드시 실현하겠다는 낮은 단계 연방제는 북한 정권이 주장하는 통일 방안을 말한다. 이러한 낮은 단계 연방제는 바로 높은 단계 연방제로 이어지고, 높은 단계 연방제는 북한과 좌익세력의 일관된 주장들인 ①국보법 철폐 ②주한미군 철수를 전제로 하기에, 곧 고려연방제로 귀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결국 북의 ‘적화통일’ 완수로 끝나고 만다는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아직까지 남북연방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한 적은 없다. 다만 남북경협을 외세의 간섭없이 남북간에 주체적으로 해 나가야 한다는 주장은 여러 차례 제기해 왔다. 남북연방의 전제는 남북경제공동체의 실현이다. 이를 위해 문재인 정부는 북한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재가동을 미국의 승인 없이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도 있다는 점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언급해 왔다. 그런 문재인 대통령의 운명은 무엇일까.
청와대 장악했던 운동권 인사들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는 ‘86주사파 출신 운동권 청와대’라는 달갑지 않은 비판을 들어왔다.대부분 민족해방계열(NL)노선의 반미주의자들인 전대협 출신들이 많았다. 이들 대부분은 현재 청와대 하명수사 건 등 또는 21대 총선 출마를 위해 청와대를 떠난 상태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 1989년 전대협 3기 의장. 임수경 방북사건, 국가보안법 위반 징역 5년.
조국 전 민정수석: 1993년 ‘사노맹’산하 ‘남한사회주의과학원’사건 연루.
진성준 전 정무기획비서관: 전북대 총학생회장으로 3년6개월 투옥.
하승창 전 사회혁신수석: 1990년 ‘민족통일민주주의노동자동맹(삼민동맹)사건으로 구속.
유송화 전 춘추관장 :민청련 조직부장 출신. 8.15남북청년 학생회담 성사투쟁으로 구속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전대협 3기 출신. 1990년 국가보안법 위반 자격정지 1년.
한병도 전 정무수석 : 전대협 3기 전북지역 조국통일위원장. 집시법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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