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 만연한 親北․反대한민국 바이러스
2012.11.01 17:07
[강규형, “우리 사회에 만연한 親北․反대한민국 바이러스,” 조선일보, 2012. 8. 20, A34; 명지대 기록대학원 교수역사학.]
꼭 일 년 전이었다. 중등교사 하계 연수에서 '소련 문서를 통해 본 6․25 전쟁'이란 주제의 강의를 했다. 세계 학계에선 너무나 당연한 얘기를 풀어나갔다. 그런데 강의가 끝난 후 교사들의 반응은 충격 자체였다. 대부분 교사가 그날 강의 내용을 처음 들은 얘기라고 했다. 어느 여교사는 강의 내용을 도저히 못 믿겠다고 했다. 차근차근 대답해주고 근거를 대자 한 남교사가 난감한 표정으로 질문을 던졌다. "교수님이 얘기한 소련 문서라는 것, 조작된 것 아닙니까?"
처음엔 기가 막혔지만, 얼마나 진실을 믿기 싫었으면, 그리고 얼마나 자신이 그동안 학생들에게 가르쳐 온 "6․25는 계획된 남침이 아니다"라는 허구를 수정하기 싫었으면 그런 얘기까지 할까 하는 측은지심이 들었다. 마치 1980년대 대학가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광경이었다. 철 지난 엉터리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왜곡된 생각을 갖고 대학과 사회에 나갈 것을 생각하면 끔찍했다. 그분들이 종북(從北)주의자라서 그랬을까? 물론 그런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평범한 선생님들이었을 것이다. 다 전교조 소속이었을까? 몇 명은 그랬겠지만 아닌 분들이 더 많았을 것이다. 불행히도 한국의 보통 교사 중에 대학 시절에 익힌 생각들이 수정되지 않고 화석(化石)처럼 켜켜이 쌓여 있는 경우가 많을 뿐이다.
친북(親北)․반(反)대한민국적 내용으로 가득찬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가 압도적으로 채택된 것은 결국 일반 교사들의 선택이었다. 교사들만 그렇겠는가? 우리 사회에는 이런 왜곡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종북주의자가 아닌 한 평범한 교수의 입에서 "이석기가 한국 좌파를 망치는 것을 보면 그는 분명 미국 CIA의 간첩일 것"이라는 말이 자연스레 흘러나온다. 농담이 아니라 진지한 주장이었다. 이러한 경험들을 하고 나서는 얼마 전 민주노총이 주관하고 전교조 교사가 사회를 본 '통일 골든벨'에서 나온 몰상식한 언행들이 전혀 놀랍지 않게 됐다. 최근 민노총의 통합진보당 구당권파에 대한 지지 철회는 단지 전술적인 변화에 불과한 것이지 근본적인 종북(從北)․친북에서의 탈피가 아니다.
NL(민족해방) 주체사상파와 NL 비(非)주사파의 차이는 무엇이고, 종북과 친북의 차이는 무엇인가? 네 부류는 완전히 구별되지는 않고 서로 간에 크고 작은 교집합(交集合)이 존재한다. 그러나 분류 기준은 있다. 주사파는 북한 정권을 추종의 대상으로 보지만, 비주사파는 북을 연대의 대상으로 본다. 종북은 북한 체제에 대한 사랑을 모토로 삼지만, 친북은 공산주의자가 아니지만 (북한 주민이 아닌) 북한 체제에 무조건적인 호의적 태도를 보이는 것이 진보라고 착각하는 부류다. 레닌이 명확하게 규정한 '(공산주의자들에게) 쓸모 있는 (그러나 공산주의를 믿지 않는) 얼간이들(useful idiots)'의 한국적 버전이 바로 친북이다. 네 부류 다 문제이고, 대한민국에 대한 부정과 미움이 그들 생각의 공통분모이다. 한국 좌파는 이런 종북․친북 프레임에 갇혀 있고, 언젠가 털고 가야 할 이 사고틀에서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다. 그래서 한국 좌파는 완전히 죽어야 다시 살 수 있다.
남한 주사파의 원조였던 김영환씨가 언급했듯이 골수 주사파의 숫자는 점차 줄어들었다. 그러나 주사파에 의해 불붙은 민족지상주의적 좌파이념은 어느덧 사회의 뿌리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그래서 친북의 저변은 넓고 우리 사회는 이미 속으로 골병이 들어도 단단히 들었다. 치유 불가능한 단계에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많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종북세력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며 결국은 친북 세력에도 영향을 미치는 북한 체제가 심하게 흔들린다는 사실이다. 북이 흔들리니 뒤에서 암약했던 남한 종북의 본진(本陣)이 나설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음지식물이 양지로 나오면 시드는 것처럼 종북 본진은 점점 더 자신의 몰상식함을 보여주면서 망가졌기에, 그들에게 현혹됐던 친북 성향의 일부가 실상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래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친북․반대한민국 바이러스가 수그러드는 조짐이 보인다.
안철수 교수는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하면서 유명인사가 됐다. 그는 결코 종북주의자가 아니다. 그런데 과연 그에게 우리 사회의 친북 바이러스를 잡을 백신이 장착돼 있는지 궁금하다. 이것은 국가의 절체절명적 이슈이고, 그는 강력한 잠재적 대선 후보이기 때문이다. 혹자는 안 교수가 가끔 하는 얘기나 어울리는 일부 사람들을 보면 그가 오히려 뒤늦게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늦깎이 486이라고 의심한다. 그리고 아직 그는 이런 의혹을 불식시키는 데 실패하고 있다.
꼭 일 년 전이었다. 중등교사 하계 연수에서 '소련 문서를 통해 본 6․25 전쟁'이란 주제의 강의를 했다. 세계 학계에선 너무나 당연한 얘기를 풀어나갔다. 그런데 강의가 끝난 후 교사들의 반응은 충격 자체였다. 대부분 교사가 그날 강의 내용을 처음 들은 얘기라고 했다. 어느 여교사는 강의 내용을 도저히 못 믿겠다고 했다. 차근차근 대답해주고 근거를 대자 한 남교사가 난감한 표정으로 질문을 던졌다. "교수님이 얘기한 소련 문서라는 것, 조작된 것 아닙니까?"
처음엔 기가 막혔지만, 얼마나 진실을 믿기 싫었으면, 그리고 얼마나 자신이 그동안 학생들에게 가르쳐 온 "6․25는 계획된 남침이 아니다"라는 허구를 수정하기 싫었으면 그런 얘기까지 할까 하는 측은지심이 들었다. 마치 1980년대 대학가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광경이었다. 철 지난 엉터리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왜곡된 생각을 갖고 대학과 사회에 나갈 것을 생각하면 끔찍했다. 그분들이 종북(從北)주의자라서 그랬을까? 물론 그런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평범한 선생님들이었을 것이다. 다 전교조 소속이었을까? 몇 명은 그랬겠지만 아닌 분들이 더 많았을 것이다. 불행히도 한국의 보통 교사 중에 대학 시절에 익힌 생각들이 수정되지 않고 화석(化石)처럼 켜켜이 쌓여 있는 경우가 많을 뿐이다.
친북(親北)․반(反)대한민국적 내용으로 가득찬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가 압도적으로 채택된 것은 결국 일반 교사들의 선택이었다. 교사들만 그렇겠는가? 우리 사회에는 이런 왜곡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종북주의자가 아닌 한 평범한 교수의 입에서 "이석기가 한국 좌파를 망치는 것을 보면 그는 분명 미국 CIA의 간첩일 것"이라는 말이 자연스레 흘러나온다. 농담이 아니라 진지한 주장이었다. 이러한 경험들을 하고 나서는 얼마 전 민주노총이 주관하고 전교조 교사가 사회를 본 '통일 골든벨'에서 나온 몰상식한 언행들이 전혀 놀랍지 않게 됐다. 최근 민노총의 통합진보당 구당권파에 대한 지지 철회는 단지 전술적인 변화에 불과한 것이지 근본적인 종북(從北)․친북에서의 탈피가 아니다.
NL(민족해방) 주체사상파와 NL 비(非)주사파의 차이는 무엇이고, 종북과 친북의 차이는 무엇인가? 네 부류는 완전히 구별되지는 않고 서로 간에 크고 작은 교집합(交集合)이 존재한다. 그러나 분류 기준은 있다. 주사파는 북한 정권을 추종의 대상으로 보지만, 비주사파는 북을 연대의 대상으로 본다. 종북은 북한 체제에 대한 사랑을 모토로 삼지만, 친북은 공산주의자가 아니지만 (북한 주민이 아닌) 북한 체제에 무조건적인 호의적 태도를 보이는 것이 진보라고 착각하는 부류다. 레닌이 명확하게 규정한 '(공산주의자들에게) 쓸모 있는 (그러나 공산주의를 믿지 않는) 얼간이들(useful idiots)'의 한국적 버전이 바로 친북이다. 네 부류 다 문제이고, 대한민국에 대한 부정과 미움이 그들 생각의 공통분모이다. 한국 좌파는 이런 종북․친북 프레임에 갇혀 있고, 언젠가 털고 가야 할 이 사고틀에서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다. 그래서 한국 좌파는 완전히 죽어야 다시 살 수 있다.
남한 주사파의 원조였던 김영환씨가 언급했듯이 골수 주사파의 숫자는 점차 줄어들었다. 그러나 주사파에 의해 불붙은 민족지상주의적 좌파이념은 어느덧 사회의 뿌리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그래서 친북의 저변은 넓고 우리 사회는 이미 속으로 골병이 들어도 단단히 들었다. 치유 불가능한 단계에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많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종북세력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며 결국은 친북 세력에도 영향을 미치는 북한 체제가 심하게 흔들린다는 사실이다. 북이 흔들리니 뒤에서 암약했던 남한 종북의 본진(本陣)이 나설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음지식물이 양지로 나오면 시드는 것처럼 종북 본진은 점점 더 자신의 몰상식함을 보여주면서 망가졌기에, 그들에게 현혹됐던 친북 성향의 일부가 실상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래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친북․반대한민국 바이러스가 수그러드는 조짐이 보인다.
안철수 교수는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하면서 유명인사가 됐다. 그는 결코 종북주의자가 아니다. 그런데 과연 그에게 우리 사회의 친북 바이러스를 잡을 백신이 장착돼 있는지 궁금하다. 이것은 국가의 절체절명적 이슈이고, 그는 강력한 잠재적 대선 후보이기 때문이다. 혹자는 안 교수가 가끔 하는 얘기나 어울리는 일부 사람들을 보면 그가 오히려 뒤늦게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늦깎이 486이라고 의심한다. 그리고 아직 그는 이런 의혹을 불식시키는 데 실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