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멈춰 서고 모두가 힘겨워하는 요즘, 대통령 지지율이 고공 행진하고 있다고 한다. 바이러스 앞에 사람들을 무력하게 노출해 놓고 돈과 마스크를 풀어 다독이는 '감염 주도 방역'이 주효했던 모양이다. '살고 죽는 문제'와 '먹고사는 문제'의 매트릭스에 갇힌 국민은 '리더'를 바라보고 따를 수밖에 없다. 이해가 간다. 오죽하면 어느 논객은 코로나 바이러스를 지금 집권당을 돕는 '제갈량의 동남풍'에 비유했을까.
집권당 내부에서는 이번 총선에서 압승을 자신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어떤 이는 그 원인으로 야당의 투쟁력 부족을 꼽기도 하고, 정부가 공중에서 살포하는 돈의 힘을 들기도 한다. 정권발(發) 기저 질환을 앓던 우리 경제는 코로나19의 습격으로 절명 위기에 놓였다. 그 위로 쏟아지는 현금 뭉치가 가문 논의 물처럼 달콤할 것이다. 권력을 심판하는 것도 다 열(熱)과 성(誠)이 필요한 일이다. 당장 생명과 생계가 다급한 사람은 다른 데 신경 쓸 기운이 없다.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는 많은 것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해놓았다. 이탈리아의 작가 프란체스카 멜란드리는 최근 봉쇄된 로마에서 살며 느낀 변화를 작가적 감성으로 영국 가디언지에 기고,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지금 이탈리아가 겪는 일이 며칠 후면 다른 유럽 국가들이 경험할 일이라는 뜻에서 '미래로부터의 편지'라고 한 글엔 대체로 이런 내용이 담겨 있다. '먹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과가 될 것이고, 죽음을 상상하는 일이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멀리 사는 자녀를 끔찍하게 그리워할 것이다. 말 많은 지식인들은 먼지처럼 보일 것이고, 지구를 살리자는 환경 운동가들이 짜증스럽게 느껴질 것이다. 사람들 사이의 오랜 갈등이나 다툼이 사소하게 느껴져 생전 연락할 것 같지 않던 사람에게 불쑥 전화해 안부를 묻기도 할 것이다.' 멜란드리는 또 '자가 격리를 놓고 (토머스) 홉스나 (조지) 오웰을 들먹이는 사람도 있겠지만 곧 잊어버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모여 살 때 이야기다. 고립되어 하루하루 생존과 먹거리를 걱정하는 인간에겐 정치도 사치품이다.
'동남풍'의 실체는 결국 그런 것이다. 사람들이 자신과 가족을 염려하는 동안 정치는 모래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다. 고립된 인간이 정신 줄을 놓고 있는 사이 잘못된 정치가 바이러스처럼 침투해 증식할 수 있다. 일단 감염되면 평소 체력과 면역력으로 물리치든가, 아니면 죽어야 한다. 사회적 유기체인 국가도 예외가 아니다.
오는 4월 15일 선거는 우리가 어떤 '바이러스'를 사회에 들일지 결정하는 선거다. 야당은 유권자가 지금 정권의 무능과 위선을 심판해주길 바라겠지만 선거는 '과거'를 혼내는 게 아니라 '미래'를 선택하는 행위다. 코로나19가 우리 동의 없이 들어와 생명을 위협했다면, 다가오는 선거에서 살아난 사람들은 우리 손으로 몸에 집어넣은 바이러스나 다름없다. 코로나19는 수개월이면 잦아들 수 있지만 선거로 뽑힌 바이러스는 4년간 배불리 양분을 얻은 후 자연 수명이 다할 때까지 우리 곁에 머물 것이다.
세계는 '코로나 이후'를 걱정하며 암울하기 짝이 없는 경제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미국을 포함한 각국에서 실업자가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고, 크고 작은 기업들은 체력이 약한 순서대로 가게 문을 닫고 있다. 세계은행은 특히 동아시아 국가는 수십 년 만에 최악의 경제 위기에 직면할 것이고, 빈곤율은 두 배로 뛸 것이며, 장기 불황에 들어갈 것이라고 경고한다. 발코니에서 노래를 부르던 이탈리아인도, 봉쇄된 우한에서 겁에 질렸던 중국인도, 슬픔과 고통의 터널을 나와 되찾은 일상에서 또 다른 황무지와 맞닥뜨릴지 모른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평정한 세계에서 우리라고 예외일 수 없다. 그러니 '코로나 이후'를 재건할 알뜰하고, 정직하며, 실력 있는 정치인을 뽑아야 한다.
이번 선거를 겨냥해 그동안 정치권이 보여준 백태(百態)는 가히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 저희끼리 주판알을 튕기며 괴상한 정당을 짓다 허물기를 반복했고, 나라 곳간은 안중에도 없는 금품 살포로 정당한 경제활동을 마비시켰으며, 지지층 결집을 위한 위선과 거짓말이 판을 쳤다. 코로나19라는 '검은 백조' 앞에서도 국민보다 정권의 안전을 먼저 챙겼다.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최대 수준의 감염을 막아낸 건 희생적 의료진과 시민의 힘이었다. 이제 다시 시민들이 분노의 백신으로 나쁜 정치 바이러스를 막아내야 할 차례다.
집권당 내부에서는 이번 총선에서 압승을 자신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어떤 이는 그 원인으로 야당의 투쟁력 부족을 꼽기도 하고, 정부가 공중에서 살포하는 돈의 힘을 들기도 한다. 정권발(發) 기저 질환을 앓던 우리 경제는 코로나19의 습격으로 절명 위기에 놓였다. 그 위로 쏟아지는 현금 뭉치가 가문 논의 물처럼 달콤할 것이다. 권력을 심판하는 것도 다 열(熱)과 성(誠)이 필요한 일이다. 당장 생명과 생계가 다급한 사람은 다른 데 신경 쓸 기운이 없다.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는 많은 것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해놓았다. 이탈리아의 작가 프란체스카 멜란드리는 최근 봉쇄된 로마에서 살며 느낀 변화를 작가적 감성으로 영국 가디언지에 기고,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지금 이탈리아가 겪는 일이 며칠 후면 다른 유럽 국가들이 경험할 일이라는 뜻에서 '미래로부터의 편지'라고 한 글엔 대체로 이런 내용이 담겨 있다. '먹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과가 될 것이고, 죽음을 상상하는 일이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멀리 사는 자녀를 끔찍하게 그리워할 것이다. 말 많은 지식인들은 먼지처럼 보일 것이고, 지구를 살리자는 환경 운동가들이 짜증스럽게 느껴질 것이다. 사람들 사이의 오랜 갈등이나 다툼이 사소하게 느껴져 생전 연락할 것 같지 않던 사람에게 불쑥 전화해 안부를 묻기도 할 것이다.' 멜란드리는 또 '자가 격리를 놓고 (토머스) 홉스나 (조지) 오웰을 들먹이는 사람도 있겠지만 곧 잊어버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모여 살 때 이야기다. 고립되어 하루하루 생존과 먹거리를 걱정하는 인간에겐 정치도 사치품이다.
'동남풍'의 실체는 결국 그런 것이다. 사람들이 자신과 가족을 염려하는 동안 정치는 모래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다. 고립된 인간이 정신 줄을 놓고 있는 사이 잘못된 정치가 바이러스처럼 침투해 증식할 수 있다. 일단 감염되면 평소 체력과 면역력으로 물리치든가, 아니면 죽어야 한다. 사회적 유기체인 국가도 예외가 아니다.
오는 4월 15일 선거는 우리가 어떤 '바이러스'를 사회에 들일지 결정하는 선거다. 야당은 유권자가 지금 정권의 무능과 위선을 심판해주길 바라겠지만 선거는 '과거'를 혼내는 게 아니라 '미래'를 선택하는 행위다. 코로나19가 우리 동의 없이 들어와 생명을 위협했다면, 다가오는 선거에서 살아난 사람들은 우리 손으로 몸에 집어넣은 바이러스나 다름없다. 코로나19는 수개월이면 잦아들 수 있지만 선거로 뽑힌 바이러스는 4년간 배불리 양분을 얻은 후 자연 수명이 다할 때까지 우리 곁에 머물 것이다.
세계는 '코로나 이후'를 걱정하며 암울하기 짝이 없는 경제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미국을 포함한 각국에서 실업자가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고, 크고 작은 기업들은 체력이 약한 순서대로 가게 문을 닫고 있다. 세계은행은 특히 동아시아 국가는 수십 년 만에 최악의 경제 위기에 직면할 것이고, 빈곤율은 두 배로 뛸 것이며, 장기 불황에 들어갈 것이라고 경고한다. 발코니에서 노래를 부르던 이탈리아인도, 봉쇄된 우한에서 겁에 질렸던 중국인도, 슬픔과 고통의 터널을 나와 되찾은 일상에서 또 다른 황무지와 맞닥뜨릴지 모른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평정한 세계에서 우리라고 예외일 수 없다. 그러니 '코로나 이후'를 재건할 알뜰하고, 정직하며, 실력 있는 정치인을 뽑아야 한다.
이번 선거를 겨냥해 그동안 정치권이 보여준 백태(百態)는 가히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 저희끼리 주판알을 튕기며 괴상한 정당을 짓다 허물기를 반복했고, 나라 곳간은 안중에도 없는 금품 살포로 정당한 경제활동을 마비시켰으며, 지지층 결집을 위한 위선과 거짓말이 판을 쳤다. 코로나19라는 '검은 백조' 앞에서도 국민보다 정권의 안전을 먼저 챙겼다.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최대 수준의 감염을 막아낸 건 희생적 의료진과 시민의 힘이었다. 이제 다시 시민들이 분노의 백신으로 나쁜 정치 바이러스를 막아내야 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