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神話’가 먹칠한 국사교과서 그냥 둘 수 없다
2015.10.25 16:52
[류근일, “‘검은 神話’가 먹칠한 국사교과서 그냥 둘 수 없다,” 조선일보, 2015. 10. 13, A34.]
고등학교 국사교과서 문제는 현재의 대한민국은 물론 미래의 통일한국의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를 가름할 엄청난 '가치의 투쟁'이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선 대한민국은 '태어나길 잘한 나라'라는 신념(A)과, 대한민국은 '태어나선 안 될 나라'라는 신념(B)이 피 터지는 싸움을 해왔다. A가 다수가 되면 대한민국은 잘될 것이고, B가 다수가 되면 대한민국은 뒤집힐 것이다.
그 다수가 되기 위한 싸움이 바로 고등학교 국사교과서를 둘러싼 싸움이다. 이 싸움에서 '대한민국=좋아요' 쪽은 지금 낙동강까지 밀려 있다. 검인정 역사교과서 8종 중 7종이 '좋아요 반대' 쪽이고, 전국 고등학교 99.99%가 그런 국사교과서를 채택하고 있으니 말이다. 왜 이렇게 됐나? 관련 학계와 연구자들, 관련 교사들과 학원 강사들, 그리고 노무현 정권의 대못들이 박힌 교과부 등, 약 1만5000명이 그런 쪽으로 한 패거리가 돼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결과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나? 청소년들이 그런 교과서인지 '세뇌(洗腦)물'인지를 읽고 나선 대한민국 건국과 60-70년대 산업화는 말짱 '친일' '분단책임' '독재' '모순'이라고 믿으며 욕을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휴전선 이남엔 민족, 자주, 민주, 민중이 없다고 본다는 것이다. 이걸 그대로 놓아두면 어떻게 되나? '대한민국=좋아요'가 소수가 되고 그 반대가 다수가 돼 판이 결국은 뒤집힐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그런 악용된 검인정 제도를 속절없이 그냥 놓아둬야 하나? 그럴 순 없다. 무슨 수라도 내야 한다. 그 '무슨 수'가 국사교과서의 '국정화를 통한 정상화' 논의다. 그러나 반대쪽이 가만있을 리 없다. 이종걸 새정련 원내대표는 이를 두고 "아버지는 군사 쿠데타, 딸은 역사 쿠데타"라고 비난했다. 그러면 우리 현대사를 운동권 선후배들이 끼리끼리 작당해서 좌편향으로 '혁명'해 놓은 건 잘한 짓인가?
그들은 말한다. "검인정 제도가 더 자율화된 제도인데 왜 국정으로 역행하느냐?"고. 국정교과서가 옛것이라는 걸 모를 사람은 없다. 그러나 자율의 시장을 열었더니 자율을 파괴하는 세력이 그 공간을 독차지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어떤 용감한 고등학교 교장이 어떤 용감한 출판사가 펴낸 '대한민국=좋아요' 교과서를 유일하게 채택했더니 온갖 욕설, 돌팔매, 공갈, 협박이 날아들어 결국은 두 손 들고 말았다. 이게 자율인가? 국사교과서에 관한 한 지금은 자율의 시대가 아니라, 대한민국 67년사를 온통 '검은 신화'의 악의로 먹칠하는 '홍위병 혁명' 시기일 뿐이다. '검은 신화'란 스페인 사학자 훌리안 후데리아스가 스페인 역사를 순 악(惡)으로만 그린 역사서를 비판한 책 제목이다.
그들은 또 말한다. 교과서의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해선 검인정으로 해야 하고, 국정화는 국가가 강제하는 획일주의로 가는 것이라고. 그러나 이건 겉과 속이 아주 다른 이야기다. 검인정으로 갔더니 오히려 공교육과 사교육 현장의 역사 교재가 '대한민국=나빠요' 하나로 획일화되지 않았나?
이런 현실을 돌아본다면 지금은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불가피하게 나서서 비록 이상적인 방식은 아닐지라도 국정화라는 고육책(苦肉策)을 써서라도 ‘검은 신화’로 훼손된 대한민국 67년사를 일단 바로잡아 놓고 봐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대한민국=좋아요' 쪽은 자녀들의 영혼을 영 '낯선 그들'에게 유괴당하고 말 것이다. 따라서 이건 한가로운 '토크 쇼'가 아니라, 대한민국 긍지(矜持)사관과 대한민국 증오(憎惡)사관, 자유민주주의 진영과 '민족해방 민중민주주의' 집단 사이의 사활을 건 '문화전쟁'이다.
우리 현대사에는 빛과 그림자가 다 있다. 공(功)도 있고 과(過)도 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전체적으로는 자유·민주·공화·인권·번영을 향해 전 세계가 인정하는 성공 스토리를 써왔다. 북한은 세습왕조, 수용소 체제로 갔다. 새 국사교과서는 이 자명한 '사실과 진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야 한다. '검은 신화'의 반대는 '하얀 신화'가 아니라 '투명한 실상(實相)'이다.
'역사전쟁'을 하자면 박근혜 대통령은 우선 전쟁할 체제부터 갖춰야 한다. 교과부 장관, 청와대 교문수석, 국사편찬위원회를 지금처럼 놓아둬선 안 된다. EBS 강의와 한국연구재단의 연구비 지원도 확실하게 틀어쥐어야 한다. 전쟁은 말로만 하는 게 아니다. 상대방이 점령한 전략 요충을 전격적으로 탈환해 오는 게 바로 전쟁이다. 집권 세력은 이럴 자신 있나? 없으면 아예 처음부터 시작을 말든가.
고등학교 국사교과서 문제는 현재의 대한민국은 물론 미래의 통일한국의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를 가름할 엄청난 '가치의 투쟁'이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선 대한민국은 '태어나길 잘한 나라'라는 신념(A)과, 대한민국은 '태어나선 안 될 나라'라는 신념(B)이 피 터지는 싸움을 해왔다. A가 다수가 되면 대한민국은 잘될 것이고, B가 다수가 되면 대한민국은 뒤집힐 것이다.
그 다수가 되기 위한 싸움이 바로 고등학교 국사교과서를 둘러싼 싸움이다. 이 싸움에서 '대한민국=좋아요' 쪽은 지금 낙동강까지 밀려 있다. 검인정 역사교과서 8종 중 7종이 '좋아요 반대' 쪽이고, 전국 고등학교 99.99%가 그런 국사교과서를 채택하고 있으니 말이다. 왜 이렇게 됐나? 관련 학계와 연구자들, 관련 교사들과 학원 강사들, 그리고 노무현 정권의 대못들이 박힌 교과부 등, 약 1만5000명이 그런 쪽으로 한 패거리가 돼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결과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나? 청소년들이 그런 교과서인지 '세뇌(洗腦)물'인지를 읽고 나선 대한민국 건국과 60-70년대 산업화는 말짱 '친일' '분단책임' '독재' '모순'이라고 믿으며 욕을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휴전선 이남엔 민족, 자주, 민주, 민중이 없다고 본다는 것이다. 이걸 그대로 놓아두면 어떻게 되나? '대한민국=좋아요'가 소수가 되고 그 반대가 다수가 돼 판이 결국은 뒤집힐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그런 악용된 검인정 제도를 속절없이 그냥 놓아둬야 하나? 그럴 순 없다. 무슨 수라도 내야 한다. 그 '무슨 수'가 국사교과서의 '국정화를 통한 정상화' 논의다. 그러나 반대쪽이 가만있을 리 없다. 이종걸 새정련 원내대표는 이를 두고 "아버지는 군사 쿠데타, 딸은 역사 쿠데타"라고 비난했다. 그러면 우리 현대사를 운동권 선후배들이 끼리끼리 작당해서 좌편향으로 '혁명'해 놓은 건 잘한 짓인가?
그들은 말한다. "검인정 제도가 더 자율화된 제도인데 왜 국정으로 역행하느냐?"고. 국정교과서가 옛것이라는 걸 모를 사람은 없다. 그러나 자율의 시장을 열었더니 자율을 파괴하는 세력이 그 공간을 독차지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어떤 용감한 고등학교 교장이 어떤 용감한 출판사가 펴낸 '대한민국=좋아요' 교과서를 유일하게 채택했더니 온갖 욕설, 돌팔매, 공갈, 협박이 날아들어 결국은 두 손 들고 말았다. 이게 자율인가? 국사교과서에 관한 한 지금은 자율의 시대가 아니라, 대한민국 67년사를 온통 '검은 신화'의 악의로 먹칠하는 '홍위병 혁명' 시기일 뿐이다. '검은 신화'란 스페인 사학자 훌리안 후데리아스가 스페인 역사를 순 악(惡)으로만 그린 역사서를 비판한 책 제목이다.
그들은 또 말한다. 교과서의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해선 검인정으로 해야 하고, 국정화는 국가가 강제하는 획일주의로 가는 것이라고. 그러나 이건 겉과 속이 아주 다른 이야기다. 검인정으로 갔더니 오히려 공교육과 사교육 현장의 역사 교재가 '대한민국=나빠요' 하나로 획일화되지 않았나?
이런 현실을 돌아본다면 지금은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불가피하게 나서서 비록 이상적인 방식은 아닐지라도 국정화라는 고육책(苦肉策)을 써서라도 ‘검은 신화’로 훼손된 대한민국 67년사를 일단 바로잡아 놓고 봐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대한민국=좋아요' 쪽은 자녀들의 영혼을 영 '낯선 그들'에게 유괴당하고 말 것이다. 따라서 이건 한가로운 '토크 쇼'가 아니라, 대한민국 긍지(矜持)사관과 대한민국 증오(憎惡)사관, 자유민주주의 진영과 '민족해방 민중민주주의' 집단 사이의 사활을 건 '문화전쟁'이다.
우리 현대사에는 빛과 그림자가 다 있다. 공(功)도 있고 과(過)도 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전체적으로는 자유·민주·공화·인권·번영을 향해 전 세계가 인정하는 성공 스토리를 써왔다. 북한은 세습왕조, 수용소 체제로 갔다. 새 국사교과서는 이 자명한 '사실과 진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야 한다. '검은 신화'의 반대는 '하얀 신화'가 아니라 '투명한 실상(實相)'이다.
'역사전쟁'을 하자면 박근혜 대통령은 우선 전쟁할 체제부터 갖춰야 한다. 교과부 장관, 청와대 교문수석, 국사편찬위원회를 지금처럼 놓아둬선 안 된다. EBS 강의와 한국연구재단의 연구비 지원도 확실하게 틀어쥐어야 한다. 전쟁은 말로만 하는 게 아니다. 상대방이 점령한 전략 요충을 전격적으로 탈환해 오는 게 바로 전쟁이다. 집권 세력은 이럴 자신 있나? 없으면 아예 처음부터 시작을 말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