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북한 앞에 서면 한없이 작아지는가    

연락사무소 폭파 굴욕에도 대통령은 놀랍게 인내
北 독재 정권 위해선 국민의 기본 인권도 무시
요즘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윤덕민, "북한 앞에 서면 한없이 작아지는가," 조선일보, 2020. 6. 27, A30쪽; 한국외대 석좌교수·前 국립외교원장.]    → 북한인권

                            

북한이 개성에 있는 우리 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남북 특수 관계를 고려하면 우리 공관이 폭파당한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굴욕이 없다. 어떤 나라가 주재하는 우리 대사관을 폭파했다고 가정해보자. 그것이 무엇을 의미할까? 관계 단절은 물론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전쟁도 각오해야 하는 중대 사태다. 보통 국가라면 선전포고도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우리 대통령은 인내하겠다고 한다. 김여정의 광기 어린 폭언과 김정은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우리 여권이 춤춘다. 포가 아니라 다행이다. 우리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 눈치 보지 말고 제재 완화하고 대북 지원에 나서자. 전단 살포 금지법도 만들겠다고 나선다. 왜 북한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지는지 알 수가 없다.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일은 인권도 민주주의 가치도 작아진다는 점이다. 한국 정부는 북한 독재 정권을 달래기 위해 민주주의 가치와 권리를 희생하려 한다. 앰네스티, 휴먼라이츠워치 등 국제 인권 기구들은 일제히 정부 조치에 비판을 가하고 있다. 북한에 전단을 살포하는 이유가 북한이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지 않기 때문인데, 과거 인권 옹호자로서 권위주의 지도자들에게 표현의 자유를 요구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의 원칙을 저버리는 것에 놀랐다고 비판한다. 세계인권선언은 모든 사람이 간섭 없이 자신의 의견을 지닐 권리가 있고 국경에 관계없이 모든 매체를 통해 정보와 사상을 구하고 받아들이고 전파할 권리가 있다고 규정한다. 한국은 유엔 시민적·정치적 규약 가입국으로 국가 간 합의나 조약을 근거로 국민 기본권을 제한할 수 없다. 물론 북한이 원점 타격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접경 지역 국민 안전도 무시할 수 없는 일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포함한 역대 정부는 행정 조치로 대응했지 국제 규약과 헌법적 가치와 충돌하는 법을 만든 적은 없다.

국민의 기본 인권도 북한 앞에서는 무시당한다. 대한민국은 인권 선진국임을 자부한다. 국민이 해외에서 부당한 상황에 놓이게 되면 영사 보호 문제는 당장 국민적 관심사가 된다. 해외 공관에서 국민 보호를 소홀히 했을 경우, 당장 언론과 국민의 비난을 받고 관련 영사는 중징계받는다. 그러나 북한에 억류된 국민은 예외다. 우리 국민이 북한에 억류되어 있다는 기본적 사실조차 잊힌다. 선교사 3명 등 6명이 북한에 억류 중이다. 최근 유엔 산하 강제·비자발적 실종에 관한 실무 그룹은 6명 중 2명의 행방을 북한에 확인 요청했다. 4명은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북한에 구금된 다른 나라 국민은 영사 접근을 통한 보호를 받는다. 국교가 없는 경우 다른 나라 영사가 대신한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영사 접근은커녕 행방조차 모르는 비인도적 상황에 놓여 있다.

북한은 1969년 납치한 대한항공기 탑승객 중 11명을 돌려보내지 않고 있다. 유엔인권위는 50년 만에 강릉MBC PD였던 황원씨를 북한에 의한 자의적 구금 피해자로 규정하고 즉각 석방을 요청했고 11명의 진정한 의사 확인을 제안했다. 미 국무부가 발표한 북한 인권유린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전쟁 이후 납치되거나 억류된 한국 민간인은 516명이며, 전쟁 중 납치된 민간인도 2만여 명에 이른다. 화가 나는 점은 자국민을 석방하려는 의지가 우리 정부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의 세 차례 정상회담이 있었지만, 억류 문제가 의제가 된 흔적이 없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오토 웜비어씨를 북한이 석방하기 전까지 정상회담에 응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한국전쟁 70주년 기념행사에서 한 뼘의 영토·영해·영공도 침탈당하지 않겠다고 했다. 단 한 명의 국민은 어떠한지? 남북 관계를 위해 자국민은 희생되어도 좋은가?

운동권 출신 논객과 토론한 적이 있다. 민주화 세력이 왜 최악의 북한 인권 상황을 외면하고 있는지? 북한의 특수한 상황과 현실을 고려해야 하며 문제 제기 자체가 불순한 의도라는 것이다. 북한 정권은 외부의 적대적 환경으로 인해 체제 안전 차원에서 인권유린을 하기 때문에 북한 체제를 인정하고 관계 개선을 해야 현실적으로 인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귀를 의심했다. 과거 많이 듣던 이야기였다. 과거 군부 독재 세력은 인권유린과 관련, 분단과 북한 위협이라는 특수성을 언급하면서 '한국적 민주주의'라고 정당화했다. 그의 논리라면 전두환 군부 체제를 인정하고 협력하는 것이 현실적인 인권 개선의 길이었다는 것이다. 우리 민주화 운동을 부정하는 극도의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요즘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내가 믿어왔던 자유, 민주주의, 인권이라는 대한민국의 가치는 정말 존재하는 것인지?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26/2020062604420.html



번호 제목 조회 수
89 [북한 인권] 사설: ‘북한판 홀로코스트 박물관’ 북 주민 참상 기록하고 알려야 20
88 [인권] 사설: ‘강제 북송 중단’ 결의안 기권한 의원들, 中 야만에 동조한 것 21
87 [탈북자 북송] 사설: 탈북자 북송 계속한다는 중국, 규탄 결의안 하나 못 내는 국회 10
86 [북한인권] 北인권 지적이 ‘비대칭 전력’ 16
85 [인권] 운동권 정권의 인권 탄압 침묵을 새 정부가 깬 아이러니 16
84 [북한인권재단] 여야 합의 북한인권재단이 6년 표류, 이런 일도 있나 21
83 [북한인권, 좌파정권] 북 주민 인권 끝내 외면 文, ‘진보 좌파’ 간판 내리라 27
82 [안보. 북한인권] 사설: "北 미사일 발사 숨기고 변호하고, 北 인권 결의안엔 불참하고," 29
81 [북한인권] 사설: "韓 민주주의 우려 쏟아낸 美 청문회, 군사정권 때로 돌아갔다." 29
80 [북한인권] 김진명, "美의회 청문회 “文정부, 北과 대화하려 언론 자유 희생”" 40
79 [안보. 북한인권] 사설: "北 미사일 발사 숨기고 변호하고, 北 인권 결의안엔 불참하고," 60
78 [북한인권] 사설: "북한 인권 외면 文 정부, 북 미사일 그림에 국민 기금 지원," 57
77 [북한인권] 조의준, "한국, 유엔 北인권결의안 제안 3년 연속 불참," 37
76 [북한인권] 사설: "北 인권 외면 文, 美는 박원순·조국·윤미향까지 지적했다." 33
75 [북한인권] 사설: "정부 “北 인권 향상 노력” 소가 웃을 일," 39
74 [북한인권] 사설: "北의 ‘인권법 폐지’ 요구를 ‘유엔 권고’로 둔갑시킨 인권위" 51
73 [북한인권] 송재윤, "독재자와 협상, 정의가 최고 카드다" 59
72 [북한인권] 사설: "옛 공산권도 비판한 전단금지법, 악법 실체 가린다고 가려지겠나" 56
71 [북한인권] 강인선, "동맹을 시험하는 대북전단금지법" 52
70 [북한인권] 빅터 차, " ‘대북 전단 금지’는 자멸 정책" 53
69 [북한인권] 사설: "北 요구 따라 법 만들고 ‘접경지 안전’ 거짓 핑계" 44
68 [북한인권] 사설: “'文 아래 한국 궤적 심각한 우려' 美 의원만의 걱정 아니다" 37
67 [북한인권] 사설: "운동권 집권 한국이 美 의회 ‘인권 청문회’ 대상국 된다니" 41
66 [북한인권] 김은중, "영국까지 튄 전단금지법 파문 . . . 민주당 '내정간섭 말라'" 43
» 북한 앞에 서면 한없이 작아지는가 52
64 美인권보고서 '文정부가 탈북단체의 北비판 막아' 129
63 '韓 정부가 탈북 단체 억압한다'고 美 비판 받는 세상 141
62 영화 '출국'의 시국선언 189
61 美 인권단체의 분노 215
60 '북한 먼저'보다 '인권 먼저'인 대한민국을 바란다 210
59 탈북민들이 바라본 인권 실종의 평화회담 228
58 수용소행 열차를 안 타려면 235
57 北 수용소가 철폐되는 날 947
56 北인권법 저지가 자랑인가 939
55 대한민국에서 버려진 북한인권법 960
54 2만 탈북자가 겪은 北 인권유린 歷史에 남기라 993
53 대한민국에서 버려진 북한인권법 891
52 그들은 왜 北에 분노하지 않는가 985
51 일제보다 한민족을 더 많이 죽인 북한 1055
50 황장엽씨가 반대하는 것, 左派가 침묵한 것 1079
49 황장엽 선생이 대한민국에 남긴 값진 교훈들 1205
48 탈북 여성의 뺨을 타고 흘러내린 굵은 눈물 1123
47 순교당한 북한 기독교인 모두 3만명 넘어 1371
46 인권위의 시대착오적 권고 1106
45 김정일이 300만 죽일 땐 왜 촛불을 들지 않았습니까? 1056
44 북한 정치범 50-100만명 1145
43 정치범수용소 완전통제구역 탈출 수기 1829
42 갈고리로 찍혀 불 위에 매달린 소년 1401
41 우리는 노예로 사육됐다 1367
40 북한 정치범 수용소에 100만명 수감 1086
39 ‘30만 정치범說’ 1039
38 기독교인이 집중 처벌되고 있다 1092
37 북한으로 다시 끌려간 탈북한국인들 1209
36 감옥에서 복음 증거하다 순교 1160
35 김정일 정권 종식: 현실과 당위 1150
34 오늘도 8,000명이 죽어간다 1013
33 눈이 멀었는지 눈이 먼 체하는 건지 1133
32 모든 한국인들에게 자유를 961
31 통일부의 미 인권특사 비난은 비이성적 976
30 북한엔 못 따지고 가족엔 숨겼다니 1088
29 황무지에서 자유·인권 이룬 거목 1032
28 ‘무국적 인권위’의 잠꼬대 967
27 인권위[인권위원회]는 무질서를 원하는가 956
26 미국의 ‘북한 인권 음모’를 유럽에 가르친다니 929
25 좌파(左派)가 가장 먼저 피해 입을 것 1014
24 이성(理性) 잃은 언동(言動)들 1020
23 적대계층을 아사로 제거하다 1260
22 서독의 동독 지원, 제대로 알기나 하나 1030
21 차라리 내가 북한 사람이었으면… 1030
20 北인권 침묵은 분단 고착시켜 986
19 北, 세계식량기구 지원要員 철수 요구 1052
18 감성만으론 북 인권 개선 못해 996
17 김정일은 北주민 폭압하는 민족의 敵 1011
16 당신은 왜 침묵하십니까? 979
15 북한인권 원인은 공산주의의 ‘악마성’ 때문 1072
14 국군포로, 탄광과 광산에서 짐승같이 살아 1059
13 휴전기에 4,700명 전사(戰死)! 1152
12 탈북여성들의 절규 1120
11 북한 문제 참고 자료 1099
10 북한인권, 세계양심 움직인 새로운 화두 1006
9 북, 주민기근 불구 군비확장 1092
8 '쏴!' '쏴!' '쏴!' 1060
7 북한의 강제수용소(Got Gulag?) 1210
6 잊혀진 3천만명의 고통 1005
5 탈북자가 정말 만나고 싶은 사람 1051
4 북한인권문제 원인은 수령독재 1240
3 북, 2001년까지 4년간 2만여명 처형 1000
2 ‘사악한 독재자’ 김정일 조명 1072
1 북한 정치범수용소의 실태 1304

주소 : 04072 서울특별시 마포구 독막로 26 (합정동)ㅣ전화 : 02-334-8291 ㅣ팩스 : 02-337-4869ㅣ이메일 : oldfaith@hjdc.net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