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는 “왕조 말기 때면 홍수, 가뭄, 병충해 같은 천재지변이 일어났다”는 미신이 있다. 중국 공산당은 이런 주장을 ‘미신’이라고 부르며 이를 퍼뜨리는 경우 ‘봉건미신타파’ 정책 위반으로 처벌한다. 그런데 중국인들 사이에서 이를 믿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2019년 11월 코로나가 전 세계로 퍼지면서부터다.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는 지난 3월 “코로나가 종식됐다. 중국 공산당이 승리했다”며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이후 중국 공산당과 관영매체는 우한시는 물론 후베이성에서도 코로나 환자가 급감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7일에는 “코로나 사망자가 한 명도 없다”고 발표했다. 4월 27일에는 “코로나 환자가 모두 퇴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BBC를 비롯한 외신들은 중국 공산당의 주장을 믿지 않았다. 외신들이 믿지 않는 이유는 간단했다. 우한시나 후베이성을 비롯해 중국을 다녀온 사람들이 국내 입국해서는 코로나 확진 판정자가 수백 명을 넘었기 때문이다.
5월 12일 포린폴리시가 공개한 중국 인민해방군 내부 자료는 이 같은 의혹에 힘을 실었다. 포린폴리시는 “중국의 코로나 감염자가 최소 64만 명, 감염자가 발생한 도시는 230곳이라는 내부 자료가 나왔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가 발표한 확진자 8만2960명의 8배에 가까운 수치다.
이튿날 중국 공산당은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앞두고 우한시민 1100만 명에 대한 코로나 전수조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를 극복했다는 두 달 전의 주장이 거짓임이 드러난 셈이었다. 이후 중국 공산당은 “코로나 확산을 당국이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랴오닝성, 헤이룽장성, 지린성 등에서 코로나 환자가 급증하고 베이징에서까지도 하루 수십 명이 넘는 환자가 나왔다.
7월에는 중국의 코로나 환자가 후베이성에서만 220만 명이 나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반중매체 ‘차이나 스코프’는 홍콩의 한 의대 교수를 인용해 “후베이성 인구의 3.8%가 코로나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그 수는 최대 220만 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후베이성이 코로나의 발원지라는 점을 고려, 중국 인구의 0.4%가 감염됐다고 하면 그 수는 590만 명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중국은 이를 거짓말이라고 일축했지만 현실은 다르다. 중국 곳곳에서는 지금도 주민들의 이동을 통제하고, 마스크 착용 등을 강제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7개월째 이어지는 페스트, 새로 등장한 G 돼지독감
중국인들을 두렵게 만드는 것은 코로나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말 내몽골에서 시작된 페스트도 점점 베이징을 향하고 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지난해 11월 12일 “내몽골 출신의 부부인 환자들은 전염성이 높은 폐 페스트에 감염됐으며 베이징 차오양병원으로 이송돼 이튿날 격리됐다”고 전했다. 차오양병원은 확인 직후 하루 동안 시설을 폐쇄하고 방역한 뒤 다시 문을 열었다. 중국 당국은 “감염을 막기 위해 방역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환자들의 감염 경로는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이튿날 페스트 환자가 또 발견됐다.
중화권 매체들은 중국 내에서 의심스러운 정황을 찾아내 전했다. 내몽골에서만 환자가 발생했다면서 간쑤성과 칭하이성의 종합병원에도 페스트 의심 증상에 대한 공지를 내걸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이에 중국인들은 “당국이 페스트 전염 상황을 숨기는 게 아닌가” 의심했다. 이후 코로나의 급속 확산으로 페스트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었다. 그러나 페스트 확산 징후는 이후로도 계속된 사실이 드러났다.
반공 중화권 매체는 “중국 공산당이 지난 2월과 3월에도 페스트 환자를 찾아내 격리 치료했다”고 전했다. 이때 드러난 숫자는 수십 명이었다. 중국 당국은 7월 들어서는 페스트 환자 발생을 공개했다. 이를 두고 반공 중화권 매체들은 “지금 드러난 발병 회수는 극히 제한적인 것”이라며 중국 내 페스트 창궐 가능성을 우려했다.
페스트뿐만이 아니다. 인간에게 전염이 가능한 신종 돼지독감까지 등장했다. 지난 6월 29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는 논문 한 편이 실렸다. 영국 노팅엄 대학의 킨초우 챙 교수와 중국농업대학(CAU) 과학자들이 저술한 논문으로 “중국에서 돼지들이 신종 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례가 자주 보고되고 있는데 이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연구진은 새 바이러스를 ‘G4 EA H1N1’이라고 명명했다. ‘G4’라는 이 바이러스는 2009년 여름 멕시코를 시작으로 전 세계를 휩쓸었던 신종플루와 돼지독감 바이러스가 유전자 결합을 한 변종이라고 과학자들은 설명했다. 과학자들은 “문제는 사람이 G4 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이 있는데 사람은 이에 면역력이 없다”고 우려했다. 중국농업대학 과학자들은 수만 마리의 돼지들을 검사한 결과 179종의 돼지독감 바이러스를 검출했는데 대부분이 G4 바이러스나 변종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람도 돼지처럼 G4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에 닥친 재앙은 전염병뿐만이 아니다. 남부와 서부 일대 내리고 있는 폭우도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지난 6월 초부터 7월 현재까지 폭우가 내리고 있다.
광둥성, 장시성, 후난성, 안후이성, 후베이성, 구이저우성, 광시좡족 자치구 등에서는 폭우로 인한 홍수가 발생, 2000만 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하고 617억9000만 위안(한화 10조6000억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중화권 매체들은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당국이 공식 발표한 수치보다 실제 피해는 더 크다”고 주장했다. 중국 당국은 11일 기준 사망자와 실종자가 140명, 이재민이 3020만 명이 발생했고 주택 25만1000여 채, 농경지 2667헥타르(806만 평)가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중화권 매체들은 홍수도 홍수지만 폭우로 인해 후베이성 이창에 있는 싼샤댐의 붕괴 가능성을 우려했다. 지난 6월 25일 중국 관영매체들은 싼샤댐의 수위가 147미터라고 전했다. 이는 댐의 홍수통제수위인 145미터보다 더 높은 것이다. 이때 중국 SNS에는 “싼샤댐이 곧 붕괴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중국건축과학연구원 황샤오쿤 연구원의 이름으로 올라온 글은 “마지막으로 말한다. 이창(宜昌, 후베이성 서쪽 장강 하류에 위치한 항구도시) 아래 지역은 달아나라”고 돼 있었다. 이 글이 SNS에 퍼지면서 싼샤댐 붕괴에 대한 공포가 확산됐다고 SCMP가 전했다. 1975년 8월 태풍 ‘나나’로 허난성 빈차오댐이 붕괴, 하루 밤에 15만 명이 사망했던 트라우마를 가진 중국인들에게 댐 붕괴 경고는 보통 일이 아니었다.
중국 당국이 즉각 글의 출처를 추적하자 황샤오쿤 연구원은 “내가 올린 글이 아니다”라고 서둘러 해명했다. 그러나 지난 3월에도 싼샤댐 상류에서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했고 지난해 7월에는 댐 전체가 뒤틀린 위성사진이 구글어스에 공개되는 등 붕괴 우려는 계속 제기되고 있다.
다른 재앙의 전조도 나타나고 있다. 바로 메뚜기떼다. 성경은 물론 세계 각국 구전에도 나오는 메뚜기떼 재앙이 중국에서 나타난 것이다.
중국은 당초 지난해 6월 예멘에서 시작된 사막 메뚜기떼를 우려했다. 메뚜기떼는 지난해 말 아프리카 동쪽과 파키스탄, 인도 등으로 퍼졌다. 개체 수는 3600억 마리로 추정됐다. 한때는 바람을 타고 하루 200킬로미터를 이동, 올해 봄에는 중국 서남쪽에 다다를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말 유엔에 따르면 예멘, 케냐, 소말리아, 에티오피아, 우간다, 탄자니아, 수단,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파키스탄, 인도가 메뚜기떼 피해를 입었다. 유엔은 30개 국 이상이 사막 메뚜기떼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당국은 이 때문에 지난 2월까지도 사막 메뚜기떼가 밀어닥치는 것을 막으려 전전긍긍했다.
이후 사막 메뚜기떼가 사라지는가 싶었는데 지난 6월 9일 중국 후난성에서 메뚜기떼가 출현한 것이다. 중국 매체 ‘펑파이’는 후난성 닝위안현에서 제공한 영상을 공개했다. 메뚜기가 주택 곳곳에 붙어 있는 모습, 사람에게 달라붙은 모습 등이 보였다. 한 주민은 “메뚜기떼가 너무 많다. 집 안까지 들어왔다”며 고통을 하소연했다.
메뚜기떼가 나타났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중국 곳곳에서는 이상한 화재가 연이어 발생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중국 곳곳의 식량 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상한 점은 보통의 식량 창고 화재는 겉부분 또는 윗부분만 화재로 소실되는 데 반해 최근의 화재는 누군가 휘발성 물질을 끼얹고 불을 지른 것처럼 창고 전체가 타 버린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그동안 식량을 몰래 빼돌려 팔아먹던 당 간부들이 이를 은폐하려 저지른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메뚜기떼가 창궐하게 되면 당국이 곳곳의 식량 창고를 감사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자신들의 범죄가 드러나게 될 테니 화제로 위장해 증거를 인멸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올 들어 계속되는 기상 이변…“중국 공산당이 망할 때가 됐다”
중국에서의 재앙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 5월 1일 노동절 연휴가 시작된 날 헤이룽장성 치치하얼시의 기온은 31.9℃까지 올랐다. 동북 3성에서는 한여름 날씨였다. 그런데 3일 오전에는 일부 지역의 기온이 영하 9.6℃까지 떨어졌다. 하얼빈 일대에서는 눈까지 내렸다. 강설량은 5cm로 측정됐다.
같은 시기 허난성과 산시성, 후베이성, 후난성, 안후이성, 저장성 등의 기온은 35℃을 넘었다. 허난성의 정저우는 40.8℃, 싱양은 41℃까지 기온이 올랐다. 다른 지역들도 35~38℃의 온도를 보였다. 이 같은 이상기후는 공산당이 마오쩌둥 때부터 시행한 난개발과 산업화 이후 오염물질 배출로 인해 중국 대륙 전체의 대기 상태가 이상해지면서 생기는 현상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중국인들은 그런 과학적 분석보다는 “하늘이 공산당을 멸망시키려는 뜻(天滅中共)”이라는 풀이에 더 귀를 기울이고 있다.
지난 71년 동안 중국 공산당에 절대충성 절대복종하는 듯했던 중국인들이 이처럼 “중국 공산당의 멸망”까지 운운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코로나다. 지난 2월 7일 코로나가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를 유발하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변종이라는 사실을 알리려 했던 우한센터병원 소속 의사 리원량 박사의 사망 이후 중국 공산당이 국민을 속이고 있다는 불만이 크게 늘었다. 이후 SNS에 중국 공산당 해체를 요구하는 영상 성명이 계속 올라왔지만 당국은 보이는 족족 삭제했다. 그러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었다.
천안문 사태 31주기를 맞은 지난 6월 4일 중국의 축구 영웅 하오하이둥이 ‘신중국연방 건국선언’이라는 영상을 SNS에 올렸다. 20분 가량의 영상에서 하오하이둥은 “중국 공산당은 민주주의를 짓밟고 법치를 위반하는 테러 조직”이라며 “천안문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하는 잔혹한 행위를 저질렀다”고 맹비난했다.
하오하이둥은 “중국이 코로나를 세계에 퍼뜨렸다”며 “중국 공산당 멸망은 정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3권분립과 1인 1표 등을 전제로 한 새로운 중국을 건국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공산당은 물러나고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건설하자는 주장이었다. 20년 넘게 떠받들어 왔던 축구 영웅이 체제를 대놓고 비난하자 중국 공산당은 기겁을 했다. 민심 때문에 그를 즉각 처벌하지는 못했지만 그의 SNS 계정을 폐쇄하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정부 공식 기록에서 모두 삭제했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이 멸망할 것이라는 주장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더 퍼지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이 홍콩에서 국가안전법을 시행하자 미국을 시작으로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가 차례대로 중국에 대한 관계를 재설정하고 있다. 이들은 홍콩 시민들에게 손을 내미는 동시에 중국 공산당 간부들과 국영기업에 대한 제재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친중정권’을 만들어 낸 일본의 자민당조차도 중국 공산당을 규탄하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국빈 방일에 격렬히 반대하고 나섰다. 독일과 프랑스 또한 화웨이의 5G 장비 도입을 백지화하면서 반중 전선에 동참했다. 동남아 국가들은 남지나해 영유권 문제 때문에 중국에 대한 포위 전선에 동참하고 있다.
코로나와 일대일로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감정이 나쁜 인도는 지난 6월 갈완 계곡에서 발생한 중국 인민해방군의 인도군 살해로 더 강경한 반중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인도는 이미 미국, 호주, 일본과 함께 ‘안보 다이아몬드 구상’을 시행 중이다. 그런데 인도 언론들은 “파이브 아이즈에 어떻게든 가입해 중국에 맞서야 한다”는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
이처럼 현재 세계는 중국을 포위·압박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현재 중국 공산당 체제에 호의적인 나라는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파키스탄과 같은 ‘상하이협력기구(SCO)’ 회원국들이 대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