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집권세력이 보여준 평화에 대한 無知

文정부 대북 정책 실패 이유, 비핵화·남북관계 우선순위 誤判


[천영우, "집권세력이 보여준 평화에 대한 無知," 조선일보, 2020. 6. 29, A30쪽.]    → 안보, 북핵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은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지난 16일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해법을 찾으려면 그 원인부터 규명해야 한다.

대북 정책 실패의 근본 원인은 평화가 유지되는 원리에 대한 무지에 있다. 전쟁이 없는 상태를 평화라고 한다면 우리는 67년간 평화를 누려왔다. 그러나 전쟁이 안 일어난다고 다 같은 평화가 아니다. 평화의 품격은 평화의 조건과 평화 결정권을 행사하는 주체에 따라 달라진다.

핵무장한 북한과 평화란 북한의 핵 인질 상태에서 인질범인 북한이 자의적으로 조건을 결정하는 평화다. 인질범이 베푸는 선의와 자비에 운명을 맡긴 상태에서 인질이 누리는 굴욕적 평화, 노예적 평화다. 인질범이 변덕을 부리면 언제든 빼앗길 수 있는 일시적이고 위태로운 평화다. 인질범이 조건을 결정하는 평화는 인질범을 제압하기 위한 무력 사용보다 나을 것이 없다. 인질 상태에서 탈출할 방도를 찾기보다 인질이 인질범에게 친밀감을 느끼고 경찰 대신 인질범의 편을 드는 현상을 심리학자들은 "스톡홀름 신드롬"이라고 한다. 미국이 우리를 인질 상태에서 구출하고 인질범인 북한을 제압하기 위한 훈련만 하려고 해도 안절부절못하는 문재인 정부의 심리 상태는 이와 다를까?

평화의 품질을 결정하는 또 하나의 기준은 지속 가능성이다. 오늘 평화롭게 살기 위해 내일의 평화를 더 위태롭게 하고, 오늘 1000명 인명을 지키기 위해 내일 만 명 인명을 희생해야 한다면 그건 내일의 재앙을 키우는 대가로 누리는 가불한 평화에 불과하다. 평화의 지속 가능성은 적의 의도에 바탕을 두느냐, 적의 능력에 바탕을 두느냐에 달려있다. 의도는 언제든 바뀔 수 있을 뿐 아니라 정확히 알 수 없고 얼마든 위장이 가능하다. 능력은 숨기기 어렵고 지속성이 있다. 능력이 있으면 의도에 따라 언제든 평화를 깰 수 있지만 능력이 없으면 의도가 있어도 평화를 깰 수 없다. 김정은이 가혹한 제재를 견디며 평화 파괴 능력을 키워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누리는 평화는 온전한 평화라 할 수 없다.

판문점선언과 남북군사합의서는 평화의 환상만 조장했을 뿐 실제로는 평화 유지를 더 어렵게 만들었다. 판문점 선언 2조 1항이 적대행위 중단을 규정하고 있으나 적대행위의 개념을 군사적 '긴장'을 조성하는 행위까지 확대함으로써 북한에 한·미연합훈련의 중단을 요구할 근거를 제공하고 대북 억지력을 약화했다. 군사합의서 1조 3항에 따른 비행금지구역 설정은 북한의 기습 준비 동향을 탐지하고 합의 이행을 검증할 공중 감시 정찰을 제약함으로써 북한의 평화 파괴를 더욱 용이하게 만들어주었다. 검증이 불가능하고 군사활동의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는 군비통제합의는 평화의 환상만 조장하고 평화를 더 위태롭게 한다.

노예적 평화라도 전쟁보다는 좋다는 평화지상주의는 패배주의의 다른 이름이다. 명예로운 평화, 지속 가능한 평화는 북한의 평화 파괴 행위를 거부하고 평화를 강제할 능력과 의지가 있을 때 온전히 누릴 수 있다. 평화 결정권을 북한에 맡겨두고 평화 타령만 한다고 평화가 저절로 오는 것은 아니다.

대북 정책이 실패한 또 하나의 이유는 비핵화보다 남북 관계를 우선시한 데 있다. '평화 경제'라는 미명하에 제재 완화와 대북 경협에 매달린 나머지 남북 관계와 비핵화를 모두 놓치는 우를 범했다. 비핵화 목표를 제재만으로 달성할 수는 없지만 제재 없이는 불가능하다. 북한이 핵과 경제 발전 가운데 양자택일할 수밖에 없는 구도를 만들어야 사라져가는 비핵화의 마지막 희망을 살릴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남북 경협과 제재 해제에 대한 집착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더라도 경제 발전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주어 핵을 내려놓을 인센티브를 빼앗는다는 점에서 비핵화에 방해가 될 뿐이다. 비핵화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북한을 도와주려고 발버둥쳐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뿐 아니라 북한을 희망 고문할 뿐이다.

끝으로 문재인 정부가 북한을 움직일 레버리지를 상실한 것이 북한의 능멸과 조롱을 자초한 원인이다. 레버리지란 북한의 생존과 운명을 결정할 힘과 의지에 비례한다. 미국이 이런 레버리지의 대부분을 갖고 있으므 로 우리의 레버리지는 미국을 움직일 능력에서 나온다. 한·미 간 소통과 공조가 원활할수록 북한이 실존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우리 정부에 신세 질 일이 많아지고 우리의 레버리지는 강화된다.

이러한 단순한 이치를 인지할 정부 능력에 고장을 일으키는 주범은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와 확증편향, 그리고 집단적 사고(group thinking)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29/2020062900037.html



번호 제목 조회 수
공지 화웨이의 충격적인 실체 177
공지 안보를 위태하게 하는 정부 190
공지 역설의 국제정치학 214
공지 2년 만에 월남 공산화 초래한 1973년 평화협정 1019
공지 평화에 취한 월남, 누구도 남침 믿지 않았다 1216
공지 월남의' 붉은 민주 투사'들 1034
공지 베트남, 패망전 비밀공산당원 5만명 암약 1114
공지 1975년 월남 패망(敗亡)의 교훈 1270
공지 입만 열면 거짓말인 북한전문가들 935
공지 2004년 육사 假입교생 34% ‘미국이 주적’ 1196
159 [안보] 文 가짜 평화 쇼 끝을 장식한 北 극초음속 미사일 25
158 [안보] 극초음속 미사일 24
157 [안보] “전시작전권 검증 왜 해? 그냥 환수” 지지율 1위 후보의 말이라니 24
156 [안보,전시작전권] 李 “전작권 그냥 환수하면 돼, 무슨 검증 필요한가” 20
155 [안보] 유엔사 해체와 주한 미군 철수, 北은 말할 자격 없다 25
154 [북핵문제,안보] 美전문가들 “한국은 독자 핵무장하고 미국은 지지해야” 25
153 [안보,종전선언] 북한의 평화협정 타령, 한국의 종전선언 타령 35
152 [안보] “北 내버려 두라”는 美의 속내 20
151 [안보] 문제는 안보! 죽고 사는 문제! 20
150 [안보] 대선 앞둔‘종전선언 평화쇼 공작’중단하라! 20
149 [안보] SLBM 발사도 ‘도발’ 아니면 도대체 뭐가 도발인가 25
148 [안보, 좌파정권] 북한 SLBM 발사, 이인영의 좌파사상, 남한의 핵무장 문제 23
147 [안보] 美 정책 순위서 한반도 문제 밀려난 건가 22
146 [안보] “북 공작원 靑 근무” 고위 탈북자 증언, 과거 얘기만은 아닐 수도 23
145 [안보, 북핵] IAEA “北核 전력 질주” 경고, 다음날 文은 “종전 선언” 반복 21
144 [안보] 핵 재가동 北 탄도미사일 발사, 정부는 ‘남북 이벤트’ 궁리 25
143 [안보] 北이 무슨 도발 해도 ‘합의 위반 아니다’부터 말하는 정부 18
142 [안보] 싸울 의지 없는 유령 군대의 최후 24
141 [안보] 아프간 떠나는 미국 보며 한국 처지를 생각한다 31
140 [안보] 남북 평화 쇼 기간 北은 F-35 반대 지령, 드러난 건 ‘빙산 일각’일 것 28
139 [안보] 美 전술핵, 한반도 배치 필요하다 27
138 [안보] 北 해킹 은폐 靑·국정원·국방부, 한국 지키나 북한 지키나 31
137 [안보] 남의 나라 대선 주자까지 공격한 中 대사, 거기에 동조한 여당 25
136 [안보] KAI까지 뚫려, 北 해킹에 문 열어주는 방산업체 ‘사이버 해이’ 28
135 [안보, 전교조] 전교조의 붉은 신분증, "이 겨레 살리는 통일" 32
134 [안보] 왕이 “한국, 美에 휩쓸리지 말라” 훈계, 왜 이렇게 오만한가 28
133 [안보] 敵 없다고 하고 훈련도 안 하는 軍, 1인당 1억 쓰는 오합지졸 29
132 [안보] 다음 대통령은 ‘사드 3불’ 흑막 밝히라. 27
131 [안보] 중국의 서해 점령, 주권국가 한국은 왜 맞서지 않나 35
130 [안보] 연합 훈련 올해도 안 한다니, 한미 정상회담은 ‘남북 이벤트’용이었나 28
129 [안보] 北核, 폭정 변호하며 동맹 흔들던 사람들 대선판에 또 어슬렁 24
128 [북핵, 안보] 한국판 核균형 전략을 짜야 한다 30
127 [북핵, 안보] 윤덕민, 北 핵·미사일, 포용 정책이 키웠다 34
126 [안보] 北 미사일 날아간 거리 틀린 軍, 맞힐 생각도 없었을 것 33
125 [안보, 북핵] 北, 2027년 핵무기 242기 보유… 전면전 때 핵무기 78발 쏠수도 34
124 [안보, 좌파정권] 반대 단체에 사드 장비 반입 예고해 난장판 시위 부른 軍 28
123 [안보. 북한인권] 北 미사일 발사 숨기고 변호하고, 北 인권 결의안엔 불참하고 32
122 [안보, 한미동맹] 美국방 "성주 사드기지 방치, 동맹으로 용납 못할 일" 31
121 [안보, 좌파정권] 정상회담 쇼 믿고 北 핵·화생방 연구조차 폐기한 文 정부 25
120 [안보] 한미 회담 전날 ‘훈련 없애라’ 김여정 협박에 통일부 맞장구 39
119 [한미동맹, 안보] 지금 놀라운 얘기들이 나돌고 있다 38
118 [안보] 김정은이 ‘실용적’이라는 사람들. 36
117 [안보] 敵이 싫어하니 軍 훈련 말자는 나라가 한국 말고 있을까 32
116 [안보] 지금 한국군은 속으로 붕괴 상태에 있다 33
115 [안보] 신인균, "美 국무부의 충격적 경고! '미국이 한국 포기할 수 있다'" 44
114 [안보] ‘核 있는 北’과 전면전 때 ‘핵 없는 韓’이 무슨 작전권을 행사하나 41
113 [안보] 신인균, "국방부, 북핵·미사일 축소·은폐! '북핵 실체가 없다' 망언!" 33
112 [북핵, 안보] 文정부, ’20년 전 외교 참사' 되풀이할 텐가 51
111 [안보] 文 “한미 훈련도 北과 협의” 敵에게 양해 구하고 훈련하나 45
110 [북핵, 안보] 한국판 ‘스톡홀름 증후군’을 우려한다 50
109 [안보] 사설: "北 핵잠 위협에도 코로나 핑계로 잠수함 훈련 불참한다니" 37
108 [안보, 북핵] 사설: "北 핵잠, 전술핵, 극초음속체 예고에도 文 침묵, 안보를 포기했다" 31
107 [안보, 북핵] 사설: "김정은 36번 核 언급 ‘핵증강’ 선언, 얼빠진 文 정부 반응" 50
106 [안보] 임민혁, "정보기관의 존재 이유" 59
105 [안보, 좌파정권] 사설: "연평도 10주기 文은 휴가, 통일장관은 '남북 경협'이라니" 44
104 [안보] 사설: "軍 CCTV에 中 해킹용 부품, 화웨이 의혹 심각히 봐야 한다" 48
103 [안보] 사설: "간첩 수사 역량 통째로 흔드는 與, 누가 좋아할까" 62
102 [안보, 한미동맹, 중국] 사설: "北 남침 지원해 놓고 ‘평화 수호’ 위해 싸웠다는 시진핑" 46
101 [안보] 사설: "北核 증강, 안보 구멍이 ‘트럼프 성과’인데 계승하자니" 59
100 [안보] 사설: "北 남침 때 첫 목표인 우리 軍 통신망이 스스로 마비됐다니" 51
99 [안보] 천영우, 종전 선언은 藥과 毒 다 될 수 있다 73
98 [안보] 사설: "또 뚫린 전방, 지금 軍에 정상 작동하는 게 있기는 한가" 63
97 [안보] 김대중, "헛손질로 끝나는 ‘종전선언’" 49
96 [안보] 정진홍, "지금 우리에겐 처칠이 필요하다" 62
95 [안보, 북핵] 사설: "金 核 무력 대놓고 과시하는데 “손잡자” 한마디에 靑 또 반색" 50
94 [안보, 한미동맹] 사설: "한미 陸·空 훈련 3년간 '0′, 세상에 이런 안보도 있나" 81
93 [안보] 최 강, 유엔사 해체는 核 가진 北이 바라는 것 61
» [안보, 북핵] 천영우, "집권세력이 보여준 평화에 대한 無知" 56
91 [한미동맹, 안보] 을사늑약보다 더한 치욕 당할 수 있다 66
90 [안보, 북핵] "폭탄 쏴도 평화 외쳐야" "다주택은 형사범" 황당 언행 끝이 없다 56
89 [북핵, 안보] 핵보유국 외친 김정은 "낙동강 철수 恨 못잊어" 46
88 국가보안법 대해부...풍전등화(風前燈火)의 국가보안법 72
87 두려움을 못 주는 나라는 생존할 수 없다 62
86 '文 대북 멘토'들의 유치한 운동권 학생 논리 언제까지 65
85 '불법 대북 송금' 국정원장, 안보는 누가 지키나 61
84 北 핵 강화, 中 국방비 증강, 우리만 '대화로 나라 지킨다' 83
83 날로 진화하는 北의 창의적 위협 55
82 북핵 '스톡홀름 신드롬'의 진화 58
81 김형철, "세 번째 위기에 선 대한민국" [안보] 99
80 F-35 우리 공군, 북 신형 미사일에 무력화됐다 73
79 김흥광, 충격증언! 방북자에 대한 여색심리공작 실태! 167
78 안 넘어가고 못 배긴다! 美 교수가 폭로한 미인계 실체! 90
77 北 핵미사일 방어에 필요하면 사드 개량 아닌 그 이상도 해야 70
76 대북제재 풀어주자는 의원 60명에게 묻는다 79
75 '홍길동軍' 오명부터 씻어내라 76
74 한·미 국내 선거용 '비핵화 쇼', 김정은 손바닥 못 벗어난다 90
73 문정인 대통령특보 "미군 철수땐 中이 핵우산 제공하면 어떻겠나" [1] 115
72 先 안보 분담, 後 비용 분담 92
71 퍼펙트 스톰 90
70 이 정부 안보는 노선에 앞서 기본 지식 부족이 문제 122
69 호구와 로또 사이, 北의 꽃놀이패 110
68 '3不' 폐기하고 사드 이상 도입해서라도 미사일 방어 강화해야 92
67 3不에 손발 묶인 한국안보… 中은 사드 뚫는 미사일 개발 96
66 사드 난리치던 중국, 전투반경 2000㎞ 무인기 한반도 인접 배치 129
65 北 '굿모닝 미사일' 막는 최적의 한 수 93
64 벨 "北 핵 보유로 전작권 전환 현실성 떨어져" 98
63 '김정은 핵 포기 뜻 없다'는 명백한 사실 직시해야 한다 118
62 마오쩌둥 "사령부 공격하라"… 홍위병 광기에 中 10년간 대재앙 235
61 '홍콩의 오늘은 세계의 내일' 134

주소 : 04072 서울특별시 마포구 독막로 26 (합정동)ㅣ전화 : 02-334-8291 ㅣ팩스 : 02-337-4869ㅣ이메일 : oldfaith@hjdc.net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