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웹툰작가 주호민씨가 북한의 천안함 폭침을 부정하는 삽화를 그렸던 것에 대해 9년 만에 사과했다. 최근 유튜브에 올린 ‘사과의 말씀’에서 “당시 유명했던 인간 어뢰설을 그렸는데 결과적으로 (천안함 폭침은) 북한이 한 게 맞잖아요. 제가 완전히 틀린 것”이라고 했다. “큰 사과밖에 드릴 말씀이 없다”고도 했다. 2011년 북한 어뢰를 사람이 조종하는 그림에 ‘1번’이란 문구를 넣어 인어와 함께 그리면서 ‘fantasy(환상)’라고 적었던 것을 “죄송하다”고 했다. 조성대 중앙선관위원 후보자도 22일 청문회에서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이란 정부 발표를 “놀랄 만한 개그”라고 했던 것에 대해 10년 만에 “사과한다”고 했다. 어떤 배경에서든 천안함 괴담과 조롱 유포에 대한 사과가 나온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2010년 정부는 호주·스웨덴 등 5국 합동 조사와 최첨단 과학 기법을 동원해 북한이 폭침 주범임을 밝혀냈다. 북한군 고유의 표기 방식대로 ‘1번’이라고 쓰인 잠수정 어뢰 추진체 등 물증들도 확보했다. 군사 지식이 없는 세간에서 희화화됐던 ‘인간 어뢰’는 1940년대 일본군이 ‘가이텐(回天)’이란 이름으로 실제 제작한 무기다. 어뢰에 사람 한 명이 탑승해 조종하고 적함에 자폭하는 무기다. 일본은 이를 수백 기 만들었다.
이 ‘인간 어뢰’를 북이 보유 중이라는 탈북민 증언도 있었다. 그런데도 민주당 측 많은 사람은 ‘소설’이라고 했다. “좌초됐을 것” “한미 훈련과 관련 없나” “진실 은폐” “북풍몰이”라며 괴담을 퍼뜨렸다. 국내 정치에 눈이 멀어 명백한 사실(fact)을 외면한 것이다. 국회의 북한 규탄 결의안 표결 때 민주당 의원 70명 중 69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어느 좌파 지식인이 국제 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뒤집겠다며 물리 화학 공부를 시작했다는 웃지 못할 얘기까지 있었다. 그들 중 한 명이라도 ‘그때 내가 지나쳤다’는 반성조차 한 적이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천안함 폭침을 북 소행이라고 언급한 것은 사건 발생 5년 뒤였다. 그런데 지난 3월 처음 참석한 ‘서해 수호의 날’ 기념사에선 10여분간 ‘북한’이란 단어를 한 번도 쓰지 않았다. 천안함 전사자 어머니가 다가가 “대통령님, 이게 누구 소행인가 말씀 좀 해주세요”라고 하자 그제야 들릴 듯 말듯 한 목소리로 “북한 소행이란 정부 입장이 있다”고 답했다.
‘사실(事實)’은 좌우, 여야의 문제가 아니다. 여기서 사실인 것이 저기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되면 사회와 나라가 유지될 수 없다. 근래 우리 사회에선 사실을 억지와 궤변으로 깔아뭉개고 편이 갈린 국민들이 그에 부화뇌동하는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미국 쇠고기 먹으면 뇌에 구멍 뚫린다던 사람들, 한미 FTA 하면 미국 속국 된다던 사람들, 세월호가 미국 잠수함과 충돌했다던 사람들, 사드 전자파에 사람이 튀겨진다던 사람들 중에서도 ‘그때 내가 지나쳤다’고 인정하는 사람이 계속 나와야 한다. 그게 진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