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미 陸·空 훈련 3년간 '0′, 세상에 이런 안보도 있나," 조선일보, 2020. 10. 7, A31쪽.]


한국과 미국의 육·공군이 2017년 4월 이후 보병과 포병, 기갑, 항공 부대 등이 손발을 맞추는 제병(諸兵) 협동 훈련을 한 차례도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제병 훈련은 우리 지형에 맞는 실전 능력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훈련이다. 현대전에서 보병·포병·항공이 따로 움직이는 경우는 없다. 문재인 정부 들어 3대 한·미 연합 훈련이 전부 없어진 것도 모자라 한·미 연합군이 지상과 공중에서 제대로 된 실전 훈련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주한 미군 사령관이 지난 7월 이 문제를 우려하는 내용의 편지를 우리 국방부에 보냈다고 한다. 그 무렵 초청 강연에선 “미군 준비 태세에 지대한 영향을 받고 있다”고 했다. 작년만 해도 미군 측은 연합 훈련이 연기돼도 ‘즉응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지만 이제는 그런 의례적 말도 할 수 없을 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미 사령관은 “(6·25 때 처음 투입된) 스미스 대대의 교훈을 잊어선 안 된다”고 했다. 당시 스미스 대대는 제대로 된 훈련 없이 참전했다가 큰 희생을 치렀다. 미군은 ‘훈련 없이 실전에 투입할 수 없다’는 분명한 원칙을 갖고 있다. 훈련 중단이 계속되면 미군은 유사시 ‘실전 투입이 어렵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다. 한·미가 연합 훈련을 멈춘 건 오로지 북핵 폐기 협상 때문이었다. 처음부터 김정은의 사기극이었고 트럼프와 한국 정권의 정치 쇼였다. 이제 김정은은 자기 입으로 ‘핵 무력 증강’을 선언했다.


한·미 동맹은 북한의 오판과 중국의 패권욕을 막는 유일한 안전판이다. 다른 방도가 없다. 그런데 국방부는 3년 넘게 한·미 제병 훈련을 안 하고도 ‘문제없다’고 한다. 외교부는 미 국무장관이 방한을 취소하고 일본·인도·호주를 만나 쿼드(Quad) 안보 회의를 하는데도 ‘괜찮다’고 한다. 세상에 이런 안보도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