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흡한 감사 결과, 정권의 집요한 방해가 또 진실 가로막았다," 조선일보, 2020.10. 21, A35쪽.]
감사원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에서 경제성 평가가 왜곡됐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월성 1호기는 7000억원을 들여 사실상 새 원전으로 보수했으나 이 정권이 탈원전한다며 갑자기 폐쇄시켰다. 그때 든 이유가 ‘경제성이 없다’는 것이다. 감사 결과 산업부와 한수원은 그동안 실제 팔아온 원전 전기 판매 단가보다 15%나 낮은 단가를 적용해 판매 이득을 낮게 평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감사원은 원전 이용률을 60%로 설정한 부분에 대해선 “불합리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면서 문제 삼지 않았다. 납득하기 어렵다. 월성 1호기의 재가동 첫해인 2015년 이용률은 95.8%였다. 미국 원전 96기의 평균 이용률도 92%에 이른다. 이를 갑자기 60%로 낮춘 다음에 경제성이 없다고 하는 것은 원전 폐쇄를 먼저 결정하고 나중에 숫자를 꿰맞춘 것이다. 95%이던 원전 가동률이 왜 갑자기 60%로 떨어지나. 말이 되는가.
이렇게 조직적인 경제성 평가 왜곡이 명백한데도 감사원은 ‘강화된 규제 환경으로 전체 원전 이용률이 하락하는 상황을 감안할 때 불합리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감사원은 또 “경제성 평가 위주로 감사했고 가동 중단 결정은 안전성, 지역 수용성을 종합 고려했다는 것이므로 조기 폐쇄 타당성에 대한 종합 판단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월성 1호기를 폐쇄한 한수원 스스로가 당시 이사회 자료에서 월성 1호기 안전성에 대해 ‘계속 운전 주기적 안전성 평가, 후쿠시마 후속 안전 점검 및 개선 대책, 스트레스 테스트 평가 및 안전 개선 결과 모두 만족·적합으로 나왔다’고 보고한 바 있다. 결국 경제성 평가는 조작이었고, 안전성은 문제없다는 판단이었으며, 지역 수용성은 모든 원전이 공통으로 처한 현실이었다. 월성 1호기만 조기 폐쇄해야 할 아무 합리적 이유도 없었던 것이다. 이렇게 뻔한 일을 놓고도 ‘판단에 한계가 있다’고 한다.
감사원은 이런 조작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한수원 사장에 대해 엄중 주의 조치로 끝냈다. 평가 조작을 유도한 산업부 관계자나 가담한 한수원 실무진 책임은 아예 묻지 않았다. 이 조작은 청와대 개입 없이는 상상할 수 없는데도 청와대 개입 부분은 접근해보지도 못했다. 결국 관련 자료 삭제에 연관된 산업부 국장과 실무자 두 명만 징계 대상이 됐다.
조기 폐쇄 의결에 참여한 한수원 이사들도 면책받았다. 이사들은 경제성 평가 보고서 원문을 보여달라고 하지도 않았다. 보고서를 보기만 했어도 얼마나 왜곡됐는지 알 수 있었다. 이사들은 한수원의 주장만 듣고 즉시 폐쇄를 의결했다. 이사들은 이사회에서 “(폐쇄 의결 시) 일반 국민에게 소송당할 우려가 없느냐”는 질문을 했고 한수원 법무실장은 “그래 봐야 각하 또는 기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사들은 자기들의 결정에 문제가 있다는 분명한 인식을 갖고 있었다. 그랬는데도 면책받았다.
판사, 검사, 공무원, 군인들이 권력에 굴종하는 모습을 본 국민은 감사원이라도 왜곡 조작을 제대로 응징하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결과는 미흡하다. 이는 감사위원회를 사실상 장악한 친정권 인사들의 집요한 방해 때문일 것이다. 나라의 모든 분야를 다 장악하고 왜곡 조작하는 권력이 선거로 심판받지도 않는다. 실로 우려스러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