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정치가 과학 덮으면 국가 미래 없다’는 과학자들 우려
2020.12.01 11:02
‘정치가 과학 덮으면 국가 미래 없다’는 과학자들 우려
[사설: "‘정치가 과학 덮으면 국가 미래 없다’는 과학자들 우려" 조선일보, 11.26, A39쪽]
과학자 800여 명을 회원으로 둔 ‘바른 과학기술 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과실연)이 그제 “정치가 과학을 뒤덮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국가적 재앙’을 맞을 것이라고도 했다. 국책 사업이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수립되는 게 아니라 “정책 결정의 정당화를 위해 과학기술 결과가 조작되고 과학기술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매도되고 있다”는 것이다. 과실연은 ‘김해 신공항 백지화’ ‘가덕도 신공항 추진’은 신공항검증위원회 발표를 왜곡한 “정치권의 비이성적, 후진적 선동”,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와 관련한 정부의 경제성 조작은 “믿기 어려운 비과학적 왜곡”이라고 했다.
1인당 GDP가 아프리카 최빈국보다 못했던 나라가 이제는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것은 순전히 과학기술 덕이다. 그 과학기술이 이 정부에선 한낱 정치의 졸(卒)로 전락했다. 아무리 뛰어나도 단순히 전 정권 때 취임했다는 이유로 갖은 누명 등을 씌워 내쫓거나 수모를 주는 등의 사례가 두 손으로 꼽기 어려울 정도다. 카이스트, 원자력연구원, 에너지기술평가원, 대구경북과학기술원, 한국연구재단, 해양과학기술원 등 우리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진 숱한 과학기술 기관에서 이런 홍위병 행태가 벌어졌다.
한국 과학기술 최고의 성취 가운데 하나가 원전 기술이다. 하지만 완전히 문외한인 대통령 말 한마디에 7000억 들여 보수한 멀쩡한 원전을 평가 조작까지 해 폐쇄하고, 탈원전 공문서 444건을 삭제하는 일까지 벌였다. 중국과 미국 등 세계와 거꾸로 간다. 환경·시민 단체 출신들이 고도의 과학기술적 이해가 필요한 공공 기관 임원 자리를 꿰찬 지도 오래다. 이념이 과학을 찍어 누르고, 정치가 과학기술을 왜곡하는데 어떻게 ‘국가적 재앙'을 걱정하지 않을 수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