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월성 조작’ 공무원 구속, 이제라도 탈원전 자해극 멈춰야
2020.12.10 15:22
‘월성 조작’ 공무원 구속, 이제라도 탈원전 자해극 멈춰야
[사설: "‘월성 조작’ 공무원 구속, 이제라도 탈원전 자해극 멈춰야" 조선일보, 2020. 12. 7, A35쪽.]
월성 원전 1호기 문건 444개를 삭제한 혐의를 받는 산업부 국장과 서기관이 구속됐다. 이들이 삭제 대책 회의를 갖는 등 자료를 은폐했다는 검찰 수사 결과를 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다. 두 사람과 달리 혐의를 인정한 산업부 과장이 구속을 면한 것은 검찰이 제시한 물증이 그만큼 충분했다는 의미다. 구속된 이들은 월성 1호기 가동 중단에서 청와대와 산업부 사이의 ‘연결 고리’ 역할을 했다. 구속된 서기관은 ‘누구 지시였느냐’는 감사원·검찰 추궁에 “신(神)내림” 운운했던 인물이다. 이런 말장난은 든든한 ‘윗선’을 믿지 않으면 나올 수가 없다. 법원의 영장 발부는 ‘윗선’을 제대로 밝히라는 것이다.
그러자 원내대표 출신의 여당 중진이 법원을 항해 “도를 훨씬 넘었다” “인내에 한계를 느낀다”고 공격했다. 원전 경제성 조작 범죄에 눈감지 않으면 판사도 험한 꼴을 당할 것이란 노골적 협박이다. 이 정권은 대전지검이 월성 1호 관련 공무원의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고 대검에 보고하자 그날로 윤석열 총장에 대한 직무 배제를 단행했다. ‘월성 조작’을 방어하던 변호인을 검사 징계위원인 법무부 차관에 앉힌 것도 윤 총장 제거를 밀어붙이겠다는 의미다. 반면 ‘조작 공범’인 산업부에는 상(賞)을 나눠주며 ‘3차관 신설’이란 자리 선물까지 내밀었다. 범죄 은폐를 거부하면 채찍을, 협조하면 당근을 주겠다는 것이다.
지금 정권 전체가 무리수와 궤변을 거듭하는 건 탈원전에 대한 대통령 한 사람의 오기 때문이다. 월성 1호는 7000억원이나 들여 새 설비나 다름없이 보수한 원전인데 대통령의 탈원전 선언 직후부터 정비 명목으로 멈춰 섰다. 대통령이 월성 1호를 ‘세월호’에 비유했으니 담당 공무원들은 재가동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을 것이다. 당시 산업부 장관은 한시적 가동 재개를 보고한 과장에게 “너 죽을래”라는 막말까지 했다. 이후 벌어진 경제성 조작과 수사 방해 등의 씨앗은 결국 대통령이 뿌린 것이다.
문 정권이 월성 원전 수사를 막으려 하면 할수록 직권남용 혐의만 쌓게 된다. 이제라도 조작, 협박, 뭉개기를 멈추고 국민에게 해명해야 한다. 탈원전으로 잘못된 건 월성 1호뿐이 아니다. 신한울 3·4호에도 최소 7000억원이 들어갔지만 공정률 10%대에서 멈춰 서 있다. 정부가 2029년까지 폐쇄하겠다는 멀쩡한 원전도 10기에 달한다. 지금이라도 탈원전 자해극을 중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