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잠, 전술핵, 극초음속체 예고에도 文 침묵, 안보를 포기했다
[사설: "北 핵잠, 전술핵, 극초음속체 예고에도 文 침묵, 안보를 포기했다" 조선일보, 2021. 1. 12, A35쪽.]
김정은이 노동당 대회에서 북 헌법보다 상위인 당 규약을 바꿔 ‘강력한 국방력으로 조국 통일을 앞당긴다’는 내용을 넣었다. 무력에 기반한 통일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실제 김정은은 핵 추진 잠수함, 전술핵, 극초음속 무기, 정찰 위성, 무인 정찰기 개발을 공언했다. “설계가 끝났다” “시험 제작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어느 것 하나만 성공해도 한반도 안보 지형을 송두리째 흔들 것이다.
북이 핵 추진 잠수함을 보유하면 재래식 잠수함밖에 없는 한국의 감시 능력은 완전히 무력해진다. 미국도 탐지가 극히 어려워진다. 북이 핵잠에 장거리 핵미사일을 탑재하면 그야말로 ‘게임 체인저'가 된다. 미국의 한반도 정책은 지금과 같을 수 없다. 그것이 어떤 충격을 몰고 올지 알 수 없다. 북은 실험용 경수로가 있고 우라늄 농축 기술도 있다. 최근엔 3000t급 잠수함까지 제작했다. 북 선언을 무시할 수 없다. 전술핵은 전략핵과 달리 실제 쓸 수 있는 핵무기로 부른다. 폭발력이 작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위협적일 수 있다. 북이 전술핵을 개발하면 한국에 대한 핵 위협은 차원이 달라지고 주일 미군과 괌 미군 기지까지 실질적으로 위협받는다.
극초음속 무기는 음속의 5배 이상으로 비행한다. 현존 미사일 방어 체계로는 추적과 요격이 불가능하다. 북이 개발할 경우 한미 공군, 해군기지와 주요 국가 시설이 전부 무방비로 노출된다. 부산·제주 등 후방도 불과 수분 내 공격받게 된다. 북의 극초음속 무기는 활공체로 보인다. 중국이 2019년 공개한 극초음속 미사일 ‘둥펑-17’이 활공 방식이다. 내열(耐熱)과 탄두 조종 능력이 관건인데, 북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관련 기술을 어느 정도 획득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 역시 엄포로만 볼 수 없다.
한미 연합군이 북보다 가장 우위에 있는 것이 정찰 능력이다. 우리는 위성과 무인 정찰기 등으로 북한군 동향을 감시하고 있다. 그래서 북은 남북 군사 합의에서 우리 군의 전방 정찰 능력을 제한하는 데 주력한 것이다. 북은 “500㎞ 종심까지 정밀 정찰할 수 있는 수단 개발”을 강조했다. 무인 정찰기를 말하는 것이다. 북은 군사 정찰 위성 개발도 공언했다.
북이 2017년 말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 실험에 성공하자 미국 전문가들이 경악했다. 북한의 기술력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봤던 일이 현실이 됐기 때문이다. 북의 수소폭탄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도 마찬가지였다. 도저히 안 되거나 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짧은 기간에 해냈다.
작년 열병식에 등장한 신형 방사포와 전차 등 재래식 전력도 ‘환골탈태’라는 평가를 받았다. 세계 최빈국이 어떻게 만들었는지 불가사의할 정도다. 해킹 등으로 기술을 훔쳤을 수도 있고 중·러의 비밀 지원을 받았을 수도 있다. 중요한 건 북 집단이 만들겠다고 공언한 무기들이 정말 눈앞에 등장했다는 사실이다. 핵잠수함, 전술핵, 극초음속 무기 등도 그럴 수 있다.
정상적 정부라면 ‘게임 체인저’가 될 북 신무기 개발에 마땅히 긴장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기본 책무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북의 실존적 군사 위협은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국방부조차 일언반구가 없다. 여당 일각에선 “김정은 답방”을 거론하기도 했다. 국민을 지킬 의무를 포기한 정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