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조작 수사, 청와대 주도 전모 밝히는 게 핵심이다
[사설: "원전 조작 수사, 청와대 주도 전모 밝히는 게 핵심이다," 조선일보, 2021. 2. 11, A31쪽.]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혐의를 받는 백운규 전 산업자원부 장관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민주당은 “검찰은 원전 안전 정책에 대한 정치 수사를 중단하라”고 했다. 검찰은 ‘경제성 평가 조작’을 수사하고 있는데 민주당은 ‘안전 정책’ 수사라고 엉뚱한 주장을 한다. 경제성 조작을 숨길 수 없기 때문이다. 정세균 총리는 “국가 정책의 방향성에 법의 잣대를 들이대면 공직자는 소신을 갖고 일할 수 없다”고 했다. 청와대 대변인도 “정부 정책이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되는 걸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검찰은 정부 정책 방향의 옳고 그름이 아니라 정부가 원전 이용률과 전력 판매단가를 조작하고 그 증거 공문서를 대거 인멸한 범죄 행위를 수사하는 것뿐이다.
영장 기각은 유무죄와 상관없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혐의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도 구속영장은 기각됐지만 본 재판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산업부 실무자들이 장관 지시 없이 자발적으로 원전 조작을 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2018년 4월 3일 백 전 장관에게 ‘2년반 더 가동’안을 보고했다가 “너 죽을래”라는 말을 들었던 정모 과장은 바로 그다음 날 한수원 본부장을 호출해 “장관이 즉시 가동 중단으로 결정했으니 월성 1호기는 조금이라도 재가동은 안 된다”고 통보했다. 원래는 2년 반 더 가동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실무자가 장관의 협박성 질책에 이렇게 돌변한 것이다. 결국 경제성 평가는 무려 9차례나 바뀌면서 월성 1호기 이용률은 85%에서 60%로, 판매 단가는 60.76원에서 51.52원으로 조작됐다. 산업부 실무자 중 일부는 검찰에 백 전 장관에게 이런 조작 과정을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장관도 이런 대담한 조작을 독단적으로 할 수는 없다. 조작의 배후는 당연히 청와대였을 것이다. 현재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이 개입돼 있는 것까지 확인돼 있다. 그런데 이 비서관도 당초 ‘2년 반 더 가동’을 양해했지만 윗선에서 ‘즉각 폐쇄’를 지시받고 돌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비서관의 윗선은 탈원전 담당 김수현 사회수석이었다는 정황들이 있다. 산업부 실무자들이 삭제한 공문서 중에는 ‘사회수석실 보고’라고 적힌 문건도 있었다. 김 전 수석 위는 탈원전 총책임자인 문재인 대통령이다. 월성 1호 경제성 조작은 청와대가 주도한 그 전모를 밝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