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탄소 중립에 원전 필요”, 이 상식 안 통하는 한국
[사설: "빌 게이츠 “탄소 중립에 원전 필요”, 이 상식 안 통하는 한국," 조선일보, 2021. 2. 15, A1쪽.]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아시아 언론들과 인터뷰에서 “한국이 탄소 중립을 달성하려면 원자력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기후 재앙이 닥치면 코로나의 몇 배 희생이 불가피할 것이며 이를 막기 위해선 원자력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고 했다. 빌 게이츠는 2008년 원전 기업 테라파워를 설립해 소듐 냉각 고속로 등 차세대 원전을 개발해왔다.
빌 게이츠 말은 너무나 당연하다. 원자력은 태양광·풍력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효율적으로 대량 에너지 생산이 가능하다. 정부가 폐로시킨 월성 1호기는 규모가 작은 원전인데도 국내 최대 태양광 단지의 25배 전력을 생산하면서 온실가스와 미세 먼지는 배출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세계적인 기후과학자 제임스 핸슨과 케리 이매뉴얼 등도 “원자력이 기후변화 대응의 유일한 실효적 대안”이라면서 “세계가 매년 115기씩의 원전을 건설해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하면서 탄소 중립도 달성하겠다고 하는 것은 앞뒤 맞지 않는 모순이다. 태양광·풍력은 현재 국내 전력 소비의 4~5%, 전체 에너지로 따지면 1% 수준을 공급할 뿐이다. 탄소 중립을 이루려면 지금까지 전기를 쓰지 않았던 공장, 자동차, 건물 에너지까지 모두 전기로 바꿔야 한다. 빌 게이츠는 “세계적으로 전력 생산을 2.5배로 늘리고 그걸 모두 탈탄소 전력으로 조달해야 한다”고 했다. 태양광·풍력만으로 이 막대한 에너지를 공급하겠다는 것은 망상이다.
빌 게이츠는 “현 세대 원전은 다른 어떤 발전(發電) 수단보다 안전하며, 개발 중인 차세대 원전은 안전도를 더욱 향상시켰다”고 했다. 전력 TWh당 사망자를 보면 석탄은 24.6명인데 원전은 0.07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지난 13일 일본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강진이 발생하자 민주당에선 15일 원전 안전성을 문제 삼는 발언들이 나왔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지진으로 원전 안전 설비가 손상되거나 방사능이 유출된 경우는 없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도 후쿠시마 원전은 지진에는 안전하게 멈춰섰는데, 그 후 쓰나미로 지하 비상 발전기가 침수된 탓에 사고가 났던 것이다.
탈원전으로 기술 개발이 중단되면 한국은 차세대 원전 경쟁에서도 탈락해 원자력 변방 국가로 전락할 것이다. 국가 경쟁력은 망가지고, 기후 대응에 기여할 수도 없고, 국민은 대기오염으로 고통받아야 한다. 현 정부는 겉으로 탈원전을 주장하면서 뒤로는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는 문제를 검토했었다. 이대로면 통일이 된 후 북한에 전력을 공급해줄 방법도 없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