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최유식, "미국 경제·군사력 위협했지만… 결국 무릎꿇은 소련·일본,"
2021.04.07 11:03
미국 경제·군사력 위협했지만… 결국 무릎꿇은 소련·일본
[최유식, "미국 경제·군사력 위협했지만… 결국 무릎꿇은 소련·일본," 조선일보, 2021. 4. 1, A32쪽]
미국이 세계 2차대전 이후 세계 패권을 장악한 이후, 미국을 위협한 나라로는 옛소련과 일본이 꼽힌다.
옛소련은 냉전 이후 줄곧 군사력과 과학기술 분야에서 미국의 지위를 위협했다. 1964년 레오니트 브레즈네프 공산당 서기장 집권 이후에는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지속하면서 1970년 전체 경제 규모가 미국의 40% 선을 넘어섰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1970년 철강 생산량 등을 바탕으로 소련의 국민총생산(GNP) 규모가 미국의 60%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1970년대 후반부터 브레즈네프 시대에 강화된 중앙집권주의와 사회주의 계획 경제가 성장의 한계를 드러냈다. 여기에 미국과의 군비 경쟁에 따른 경제적 부담까지 겹치면서 1991년 붕괴의 길을 걷게 된다.
군사, 과학기술, 경제 등에 걸쳐 전방위로 미국에 도전했던 소련과 달리 일본은 경제력으로 미국을 추격했다. 일본은 1980년대에 공작기계, 반도체, 가전, 자동차 등 제조업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섰고, 이를 바탕으로 막대한 대미 무역 흑자를 내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1989년에는 소니가 컬럼비아영화사를 인수하고, 미쓰비시가 록펠러센터를 사들여 미국의 자존심에 상처를 줬다.
미국은 대일 적자 규모를 줄이기 위해 일본에 대한 무역 전쟁에 돌입했고, 1985년 뉴욕 플라자합의를 통해 달러화에 대한 엔화의 가치를 대폭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플라자합의에 따른 엔고로 일본 기업들은 수출 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 반면, 미국 기업은 상황이 크게 호전됐다. 플라자합의 당시 일본의 GDP는 미국의 32% 수준이었고, 1995년에는 이 수치가 70% 선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엔고로 큰 타격을 입은 일본 경제는 1990년대 초반 부동산 버블 붕괴까지 겹치면서 ‘잃어버린 20년’이라는 장기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작년 일본의 GDP는 4조9000억달러로 미국(20조9000억달러)의 23% 수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