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시베리아가 39도, 물속 연어는 부패… ‘극한의 여름’이 날린 경고
2021.08.04 11:55
시베리아가 39도, 물속 연어는 부패… ‘극한의 여름’이 날린 경고
[정지섭, "시베리아가 39도, 물속 연어는 부패… ‘극한의 여름’이 날린 경고" 조선일보, 2021. 7. 29, A10쪽.]
올여름 폭염과 산불, 폭우 등 기상이변과 대형 자연재해가 전 세계 곳곳을 강타하고 있다. 수많은 인명 피해와 엄청난 자연 파괴를 낳고 있는 재난 상황은 요즘 남반구와 북반구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으며 최근엔 ‘동토(凍土)’로 불리는 시베리아까지 집어삼키고 있다.
유엔 산하 세계기상기구(WMO)는 27일(현지시각)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러시아의 동부 시베리아 야쿠티아(사하공화국)가 불타고 있다”는 글과 피해 지역 위성사진을 올렸다. 이번 불의 피해 면적은 우리나라 강원도의 90% 정도인 1만5000㎢에 이른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 지역은 과거에도 이상 고온과 산불을 겪었지만 올해는 전례 없는 규모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곳이 지역구인 페도트 투무소프 러시아 연방 하원의원은 “지금껏 본 적 없는 불길”이라고 말했다. 불이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사하공화국은 주요 도시에서 마을 주민들을 대피시키는 한편, 항공편을 중단시켰다. 러시아 중앙 정부는 산불 진화 작업에 러시아 군 병력을 투입한 상태다.
이번 시베리아 산불은 지난 5월 시작됐다. 이 지역은 두꺼운 동토층으로 된 울창한 침엽수 삼림 지대다. 통상 5월 최고기온은 14도, 연중 가장 더운 7~8월도 26도까지 올라간다. 그런데 이미 5월에 39도까지 치솟는 이상 폭염이 여러 날 지속됐다. 여기에 건조한 기후까지 겹쳐지면서 동토층이 녹아내렸고, 곳곳에서 산불이 동시다발했다. 화염에 연기가 치솟으면서 미국 알래스카주의 공기 질까지 영향을 받았다고 WMO는 밝혔다.
올 들어 기상이변과 자연재해는 북미 지역(폭염과 산불)과 유럽 및 아시아(폭우와 홍수) 등에서 대규모 인명 피해를 발생시키며 심각한 상처를 남기고 있다. 여기에 지리적 특성상 폭염이나 산불과는 거리가 멀었던 시베리아까지 기상이변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최근 기상이변이 심상치 않은 기세를 보이자 WMO는 최근 ‘극한의 여름'이라는 제목으로 올여름 기상이변 상황을 총괄한 긴급 보고서를 발표하고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이 보고서는 올여름의 기상이변이 갑자기 나타난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고,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자연재해의 빈도가 증가해온 연장 선상에 있다고 분석했다. 오마르 바두르 WMO 기후모니터·정책국장은 “올여름 북반구 지역 기상이변 현상과 북극 온난화, 대양 지역의 고온과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기상이변은 세계적 자연 경관과 생태계를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 호주의 해양 관광 명소인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는 수온 상승 때문에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위에 위협을 받고 있다. 최근 유네스코는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를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으로 분류할지를 놓고 투표하려고 했지만 호주 정부의 필사적인 로비로 내년까지 절차가 미뤄졌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27일 보도했다.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는 세계에서 가장 큰 산호초 지대로 1981년에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새 수온 상승으로 산호가 하얗게 변해서 죽어가는 백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호주 연구 단체는 최근 25년 사이 산호초 면적이 절반가량 사라졌다고 발표했다.
한편, 미국 서부 오리건주 콜럼비아강에서 바다에서 돌아온 연어들이 폭염으로 높아진 강의 수온을 견디지 못하고 죽어가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최근 지역 환경단체를 통해 공개됐다. 당시 강 수온은 평소 온도보다 높은 21.7도였다.
페테리 탈라스 WMO 사무총장은 “우리는 극한의 기상이변을 경험했는데, 기후 온난화의 여파로 잦아지고 강도도 세지는 상황”이라며 “국제사회가 협력해 기후 온난화 대응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기상이변과 이에 따른 자연재해, 인명 피해, 경제적 피해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도 ‘섭씨 3도 세계’라는 제목의 최신호 기사에서 파리기후변화협정은 2100년까지 지구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로 묶는 걸 목표하지만, 각국이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2.9도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오는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1)에서도 올해 ‘극한의 여름'이 주요 의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