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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남은 교육청, ‘묻지마 지원금’ 4700억 뿌렸다

경북, 1인당 30만원씩… 11개 교육청, ‘교육재난지원금’ 지급


[박정훈.박세미, "예산 남은 교육청, ‘묻지마 지원금’ 4700억 뿌렸다" 조선일보, 2021. 10. 7, A8쪽.]


지난달 초 경북교육청은 도내 유치원생과 초·중·고교생 29만5000명에게 1인당 30만원씩을 지급했다. ‘교육회복학습지원금’이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교육재난지원금’이냐는 말이 나왔다. 학원 교습비로 쓰거나 교재를 사는 등의 학습 목적으로 써야 한다는 꼬리표가 달려 있지 않은 현금 지급이었기 때문이다.

경북 지역 학부모 맘카페에는 ‘남편 몰래 비상금으로 써야겠다’ ‘추석 장 봐야겠다’는 등의 글이 올라왔다. 30만원 공돈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갈라놓고 논란을 낳았다. 교육청 관할이 아닌 어린이집 아이(3~5세)에게는 왜 지원금을 주지 않느냐는 민원이 경북도청에 쏟아졌다.

전국에 경북교육청과 유사한 교육재난지원금 바람이 불고 있다. 6일 이은주 정의당 의원실이 17개 시·도 교육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경기·인천·울산·부산 등 11개 교육청이 경북교육청과 비슷한 명목으로 4742억원을 학생 483만명에게 지급했다.

◇교부금이 만든 교육청 ‘무상 시리즈’

소득 여부와 상관없이 현금을 지급하는 형태라 교육재난지원금으로 불리는 현금 지급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은 경직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구조가 원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지난 7월 추가경정예산을 짜면서 올해 세금이 31조5000억원 더 들어올 것으로 전망치를 조정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따르면 내국세의 20.79%를 일선 교육청에 떼 줘야 한다. 세금이 예상보다 더 들어와도 마찬가지다. 교육청 입장에서는 6조4000억원 추가 재원이 생긴 셈이다.

하지만 난데없이 불어난 수입을 쓸 방법이 마땅치 않다. 그렇지 않아도 교육청 예산 불용(不用)은 1조7552억원(2016년), 1조9474억원(2017년), 1조8442억원(2018년), 1조8060억원(2019년), 1조6626억원(2010년) 식으로 고질이다. 연 평균 불용액 1조8000억원은 정부가 소상공인이 입은 코로나 방역 피해를 보상해 주기 위해 내년에 배정한 예산과 같은 규모로 큰돈이다. 만성적인 불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급기야 교육부는 올해부터 예산을 다 못 써 불용액이 많은 교육청에는, 교부금을 줄이겠다는 취지의 제도를 마련했다.

교육계에선 갑자기 늘어난 돈 때문에 교육청이 현금 지급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본다. 6조원 넘는 추가 수입이 생긴 지난 7월 추경 이후 그동안 교육재난지원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던 대전·경기·충북·경북 등이 돈 뿌리기에 가세했다. 지난해 7개 교육청이 총 1163억6900만원을 지급했는데, 올해는 10개 교육청이 총 3579억원을 뿌렸다. 울산·제주교육청처럼 2~3번씩 지급한 곳도 있다.

최근 일선 교육청들이 앞다퉈 나서고 있는 스마트 기기 보급 사업도 돈 쓰기의 일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교육청은 내년부터 3년간 600억원을 들여 중학교 전체 학생에게 태블릿PC 등 스마트 기기를 무상으로 보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 위탁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 초3~고3 가정의 98.6%가 원격 수업이 가능한 디지털 기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고교 신입생 입학 준비금 30만원(서울), 신입생 교복비 25만원(울산) 등도 대표적인 무상 시리즈다.

◇10년 뒤엔 학생 25% 줄어드는데

내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64조3000억원으로 올해보다 8% 늘어날 전망이다. 조세재정연구원은 오는 2024년 지방교육재정 수입의 20% 가량인 19조원가량이 못 쓰고 남길 불용 예산으로 처리될 것으로 예상했다.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실이 학생 1인당 교부금을 추계한 결과, 내년 학생 1인당 교부금은 1208만원을 기록했다. 2017년까지만 해도 807만원이었는데 50% 증가했다. 지난 2011년까지만 해도 한국의 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76.2%였지만, 2016년에는 120.5%까지 올랐다.

통계청 전망에 따르면 2031년에는 국내 초·중·고 학생 수가 403만명으로 지금보다 25% 줄어든다. 현재의 교부금 구조대로라면 학생 수가 줄어도 1인당 교부금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교육부는 “학생 수뿐만 아니라 학교·학급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학생 수가 감소한다고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전반을 시급히 재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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