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대한민국수호] 대한민국 지킬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2021.12.30 09:42
대한민국 지킬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박성희, "대한민국 지킬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조선일보, 2021. 12. 24, A30쪽.]
내가 좋아하는 교수 중 지금 정부를 지지하는 사람이 있다. 이유를 물어보니 민주당도 싫지만 국민의힘이 더 싫기 때문이라고 했다. 좋은 환경에서 자라 명문대 유학까지 다녀온 그는 신자유주의나 과도한 능력주의보다 평등이나 공정한 분배에 더 가치를 두는 괜찮은 사람이다. 지금 정부 언저리에서 이런저런 일을 맡아 분주한 그에게 나는 당신이 유학 가서 자유롭게 공부하고 돌아와 지식인으로 활동하는 모든 게 대한민국이라 가능한 거 아니냐며 논쟁하곤 했다.
내년 대통령 선거가 양당 후보 간의 대결 구조로 짜이면서 마치 정책을 달리하는 두 정파 간 경쟁이라는 착시를 일으키고 있다. 유권자들은 매양 같은 얼굴인 여의도 군상들을 보며 왜 우리 정치는 이 모양인지 혀를 차거나, 검증의 탈을 쓴 네거티브 공세에 가짜 뉴스가 합세하여 생산해내는 후보들의 흠결을 감상하고, 가짜 뉴스를 능가하는 인터넷의 ‘딥페이크’ 영상을 즐기면서 누가 더 비호감인가 한가롭게 저울질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도 그러고 싶다. 바닐라와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놓고 고민하듯, 뒷짐 지고 가끔 욕하며, 그런 보통 선거면 얼마나 좋을까.
불행히도 지금 대한민국은 그렇게 한가하지 않고, 내년 대선은 그냥 정치 행사가 아니다. 우리가 아는 대한민국의 존망을 결정짓는 분기점이 될지도 모른다. 코로나라는 미증유의 짙은 안개를 헤치고 들여다보면 대한민국을 출생부터 부정하고 깎아내린 이상한 정부가 보인다. 이 정부는 집권 내내 대한민국을 해방 후 공간으로 끌고 가 분열시키더니 임기 말까지 실체도 묘연하고 국민적 합의도 없는 북한과의 종전 선언에 공을 들이고 있다. 내년 선거는 그 정부가 다시 연장 집권하느냐, 아니냐를 결정하는 선거이다.
등장부터 부자연스러웠던 이 정부는 집권 첫해 “2년 뒤인 2019년은 대한민국 건국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라며 건국 시점을 임시정부로 못 박았다. 이어 2018년에는 역사 교과서 집필 시안을 발표하며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삭제하고, 대한민국이 한반도 유일 합법 정부라는 표현도 삭제했다. 신영복을 가장 존경하는 사상가로 꼽은 대통령은 2019년 현충일 북한 체제 성립의 일등 공신인 김원봉과 조선의용대를 국군의 모체라고 발언했으며, 그해 스웨덴 방문에서는 “반만년 역사에서 남북은 서로를 향해 총부리를 겨눈 슬픈 역사를 지녔을 뿐”이라며 6·25전쟁도 쌍방 과실로 만들었다. 6·25 전쟁영웅인 백선엽 장군이 세상을 뜨자 지금 정부는 서울 현충원 안장을 거부했고 장례식 내내 대통령은 침묵했다. 통일부 장관은 인사 청문회에서 “대한민국 국부는 김구”라고 소신 답변을 했다.
무슨 죄를 지었는지 전직 대통령 두 명이 지금 정부 집권 내내 감옥에 들어가 있다. 이제 보니 정부가 가둬 놓은 건 적폐도, 우파도 아닌 대한민국이었다. 아마 코로나가 덮치지 않았다면, 지금 정부는 더 빠르고 확실하게 더 전방위적으로 대한민국을 해체하려 했을 것이다.
여당 대통령 후보인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의 막말이나 아들 문제, 시끄러운 대장동 사건조차도 국민의 눈을 흐리게 하는 ‘훈제 청어’에 불과하다. 머리 좋은 그는 현 정부의 실패한 부동산 정책과 거리 두기를 하며 혀끝으로는 박정희를 인정하고 박근혜를 존경(한다고) 하기도 한다. 선거전이 지저분해질수록, 국민의 관심이 본질에서 멀어질수록, 이 후보에게는 유리하다. 이 후보는 며칠 전 윤봉길 의사 89주기 추모식에서 “김구 선생의 문화국가를 이루겠다”고 했다. 올해 대통령 광복절 축사에 나온 구절을 그대로 반복한 것이다. “대한민국은 미 점령군과 친일 세력의 합작”으로 이해하는 이 후보는 지금 정권과 뜻을 같이하거나, 적어도 대한민국에 대해 무지하다.
문재인 정부의 공(功)이 있다면, 그건 국민에게 국가란 무엇인지 생각할 기회를 주고, 국가의 고마움을 깨닫게 해주었다는 데 있다. 사람들은 제 집 마련에는 영혼까지 끌어모으면서, 정작 그 집이 있도록 해주는 국가라는 울타리는 쉽게 잊어버리고 산다. 누군가 기둥을 세우고 지붕을 올려 눈과 비를 막아주었기에 대한민국이 있었다. 집이건 국가건, 지도자는 만들고 일으키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도 알게 해주었다. 신축은커녕 리모델링할 실력도 없으면서 있던 것조차 허물고 재정을 파탄 내는 사람과의 동거는 짧을수록 좋다.
문 정부는 또 국민을 착시와 환상으로부터 구해주었다. 촛불 시위가 민주라는 착시, 적폐 청산이라는 착시, 지금 정부가 민주 정부라는 착시, 분배 실험이 정의라는 착시, 종전이 평화라는 착시, 이 모든 것을 깨닫게 해 준 문 정부는 우리 국민을 이전보다 더 국가관이 확실하고 현명한 국민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그런 점에서는 문재인 정부도 쓸모 있는 정부였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뭔지 모르겠지만 ‘합니다’를 모토로 내세운 이재명 후보 사이, 대한민국은 없었다. 그걸 알았으니 20대 대통령은 진짜 대한민국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자유 민주 대한민국을 더 자유롭고 더 민주적이며 더 확장시켜줄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 개인의 행복 추구를 도와주는 자유, 법치를 통해 정의를 구현하는 민주, 그리고 해방 후 혼란의 공간이 아니라 세계 10위권으로 우뚝 선, BTS와 오징어 게임과 손흥민의 대한민국을 이끌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평등도 중요하고 분배의 정의도 실현되어야 한다. 북한과도 화해 협력해야 할 것이다. 그러자면 대한민국이 건재해야 한다.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의 불운한 수장은 문재인 대통령 한 명으로 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