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러, 괴물 ICBM 시험 발사 “한방이면 프랑스 면적 초토화”
2022.04.27 15:27
러, 괴물 ICBM 시험 발사 “한방이면 프랑스 면적 초토화”
우크라 지원한 서방에 핵무기 보복 경고
핵탄두 최대 15개 탑재 가능
[정철환. 이민석. 최은경, 러, 괴물 ICBM 시험 발사 “한방이면 프랑스 면적 초토화” 조선일보, 2022. 4. 22 A14쪽.]
러시아가 단번에 국가 하나를 초토화할 수 있는 최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르마트를 시험 발사했다. 러시아 국영 언론들이 2016년부터 “프랑스 전체(54만4000㎢) 혹은 미국 텍사스주(69만6000㎢) 정도의 지역을 완전히 초토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밝혀온 무기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지속적 지원이 러시아와의 충돌로 이어질 수 있으며, 세계 어디든 도달이 가능한 강력한 핵무기로 보복할 수도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러시아 국방부는 20일(현지 시각) “북부 바렌츠해 인근 아르한겔스크주(州)의 플레세츠크 우주기지에서 차세대 ICBM인 RS-28 ‘사르마트’의 첫 번째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사르마트는 이날 약 6000㎞ 떨어진 시베리아 동쪽 캄차카반도의 표적에 시험용 탄두를 명중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사르마트는 러시아가 기존 RS-36 ‘사탄’ ICBM을 대체하고자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약 10년간 개발한 이른바 ‘5세대 초중량 ICBM’이다. 기존 ICBM과 비교해 탑재 탄두 수가 최대 10개에서 15개로 늘었다. 미국과 나토가 보유한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회피할 능력도 일부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가 이번에 시험 발사한 것은 초기형보다 극초음속 탄두(HGV) 탑재 능력을 보완하고 사거리를 1만8000㎞로 늘린 개량형으로 추정된다. 세계 어디든 1시간 내에 타격 가능하고, TNT 100만t급 폭발력의 대형 핵탄두를 탑재할 경우 최대 파괴력이 히로시마에 투하된 핵폭탄 ‘리틀 보이’(1만5000t급)의 2000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TV 연설에서 “사르마트 미사일의 첫 시험 발사 성공은 러시아를 위협하려는 적들을 다시 생각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서방의 우크라이나 전쟁 개입을 경고하는 ‘무력시위’임을 공공연히 드러낸 것이다.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이 지난 2월 말 직접 “핵전력 강화 준비 태세에 돌입하라”고 지시하는가 하면 그의 측근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전 대통령)이 지난달 두 차례나 “러시아가 핵무기를 쓸 수 있다”고 주장하는 등 ‘핵 위협’을 계속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21일 우크라이나군 2000여 명이 결사 항전 중인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의 아조우스탈 제철소에 대한 전면 봉쇄를 지시하고, “파리 한 마리도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하라”고 말했다고 AP·로이터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한편 데니스 슈미갈 우크라이나 총리는 이날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을 전격 방문했다. 그는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등 고위 인사들과 연쇄 회동을 갖고 무기 지원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우리나라 동해와 일본 근해에서의 군사 활동도 확대하고 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홋카이도와 러시아 영해 사이의 라페루즈 해협, 일본 혼슈와 홋카이도 사이의 쓰가루 해협에서 20여 척의 러시아 함정 통행이 목격됐다. 오호츠크해와 태평양 지역의 대규모 해상 군사훈련을 마치고 복귀하는 함정들로 알려졌다. 러시아군은 지난달 25일 홋카이도 북부 남쿠릴열도에서 대전차미사일과 드론을 동원한 군사훈련도 했다. 대러 제재에 적극 동참하는 일본에 대한 위협으로 해석됐다.
이에 대해 미국과 유럽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규모 군사 지원으로 맞서고 있다. 비에른 아릴드 그람 노르웨이 국방장관은 20일 “우크라이나에 프랑스제 미스트랄 단거리 지대공미사일 세트 약 100개를 제공 중”이라고 전격 발표했다. 노르웨이는 러시아의 주력 전차를 파괴할 수 있는 스웨덴제 AT4 대전차 로켓과 영국제 NLAW 대전차 로켓 등을 이미 4000여 개나 우크라이나에 제공했다. 여기에 더해 러시아 전투기를 격추할 수 있는 대공 무기 지원까지 시작한 것이다. 미국도 조만간 우크라이나에 8억달러(약 9916억원) 규모의 추가 군사 지원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이 방안이 승인되면 미국이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군사 지원 총액은 34억달러(약 4조2000억원)에 달한다.
이날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주요 20국(G20) 재무장관 회의에서는 미국과 유럽 재무장관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항의 표시로 집단 퇴장하는 일이 벌어졌다. 회의 도중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의 발언이 시작되자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크리스티나 프릴랜드 캐나다 부총리, 앤드루 베일리 영란은행 총재,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등 10여 명이 동시에 일어나 회의장을 나갔다. 실루아노프 장관은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올라 있는 400여 러시아 고위 인사 중 한 사람이다. 실루아노프 장관은 이들의 퇴장 모습을 애써 외면한 채 발언을 끝까지 이어갔다. 한국 대표인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계속 자리를 지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