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법개정] ‘내로남불’로 정권 잃고도 또 방송 장악 내로남불
2022.06.02 11:01
‘내로남불’로 정권 잃고도 또 방송 장악 내로남불
[사설: "‘내로남불’로 정권 잃고도 또 방송 장악 내로남불," 조선일보, 2022 .5. 25, A35쪽.]
민주당이 24일 국회 언론·미디어 특위에서 공영방송 사장을 쉽게 바꾸지 못하도록 방송법을 개정하겠다고 한다. 지난달 9~11명인 공영방송 이사회를 25명 운영위원회로 개편하고, KBS·MBC 사장 선임 때 전체 운영위원의 5분의 3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한다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늘어난 운영위원을 민주당 편으로 채우면 공영방송 지배권을 계속 장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운영위원 25명 추천권은 국회와 방송 단체, 시청자 기구, 언론 학회 등에 분산된다. 그런데 국회 몫은 의석이 압도적인 민주당이 더 차지하게 된다. 방송 단체도 민주당과 가까운 민노총 언론노조가 장악한 경우가 많다. 언론노조 출신인 현 공영방송 사장들은 시청자 몫 위원으로 같은 성향을 임명할 가능성이 크다. 비(非) 민노총 계열의 공영방송 노조들은 민주당 개정안을 ‘집권에 실패해도 영원히 방송을 장악하려는 모략’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야당이던 2016년에도 이와 비슷한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었다. 당시 민주당 의원 12명은 법안 통과를 위한 농성까지 했다. 문재인 대선 후보는 이 방송법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런데 문 전 대통령은 2017년 대통령에 당선되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 “기계적 중립을 지키는 사람을 공영방송 사장으로 뽑는 것이 도움이 되겠는가”라고 말을 바꿨다. 정권을 잡았으니 정권 입맛에 맞는 사람을 시키겠다는 것이다. 내로남불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민주당은 기존 방송법을 악용해 공영방송을 정권 나팔수로 만들었다. ‘야당 측 이사의 부정·비리를 부각시켜 퇴출’ 같은 시나리오를 짜서 밀어붙였다. 노조원들은 야권 추천 이사들의 직장과 학교까지 찾아가 시위를 벌여 사퇴를 압박했다. ‘2500원 김밥’ 법인 카드 내역까지 공개하며 괴롭혔다. 이번에 방송법을 바꾸려는 건 5년 전 자신들이 했던 행위를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민주당이 정권을 잃자마자 가장 먼저 한 것이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고 그다음이 방송법 개정이다. 문 정권 불법 수사를 막고 방송을 계속 장악하겠다는 것이다. 내로남불이 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