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지표] 생산·소비·투자 일제히 감소, 악조건 속 출발하는 새 정부
2022.06.09 10:14
생산·소비·투자 일제히 감소, 악조건 속 출발하는 새 정부
[사설: "생산·소비·투자 일제히 감소, 악조건 속 출발하는 새 정부," 조선일보, 2022. 6. 1, A27쪽.]
지난 4월 경제의 3대 지표인 생산, 소비, 투자가 일제히 감소하면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달 대비 생산 지수는 0.7%, 소비 판매액 지수는 0.2%, 설비투자는 7.5%씩 줄어 코로나 사태 이후 2년2개월 만에 ‘트리플 감소’가 펼쳐졌다. 코로나 거리 두기가 해제됐지만 원자재 값 급등,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의 악재가 발목 잡았다. 약 6개월 뒤의 경기 흐름을 예고하는 경기 선행지수(순환변동치)는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10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자칫 경기가 불황의 악순환에 빠져들 수 있다는 뜻이다.
대내외 환경은 갈수록 험난해질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은 고공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물가는 10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곧 발표될 5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도 5%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식품·생필품 가격이나 외식비 등이 급등하면서 소비자들이 실제 느끼는 체감 물가 상승률은 훨씬 더 높다. 기획재정부가 식용유·밀가루 등 7개 식품 원료의 관세를 0%로 낮추는 등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이 정도 조치로 낮출 수 있는 물가 상승률은 매달 0.1%포인트 수준에 불과하다.
윤석열 정부는 모든 경제 지표가 내리막길을 걷는 악조건 가운데 출범했다. 세금으로 경기 부양하고 일자리도 만들겠다던 문재인 정부처럼 재정을 풀어 경기를 떠받칠 여력도 안 된다. 이미 정부가 1000조원대 빚더미 위에 앉아 있기 때문이다. 재정 건전성을 더 훼손하지 않으면서 경기 하강을 막으려면 기업들이 뛰게 하는 방법밖에 없다. 기업들이 공장 짓고 투자해야 경제가 살아나고 채용도 늘어난다. 그러려면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각종 규제를 풀고 노동 시장을 개혁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 OECD 38개국 중 8번째로 높은 법인세도 경쟁국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적극 강구할 필요가 있다. 경제 원리에 충실하는 것 외에 다른 묘책이 있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