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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업체 노조가 세계 최대 조선소 마비시켜도 어쩔 수 없다니

[사설: "협력업체 노조가 세계 최대 조선소 마비시켜도 어쩔 수 없다니," 조선일보, 2022. 7. 15, A35쪽.]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 노조의 파업이 장기화하자 고용부·산자부 장관이 기자회견을 열고 “비조합원들 피해를 당연시하는 노동 운동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는 행위”라고 밝혔다. 장관들은 “선박 점거 행위는 명백한 불법 행위”라고 규정했으나 불법 행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고 법 질서를 바로잡아 달라는 회사 측의 공권력 투입 요구에 대해선 분명한 답을 하지 않았다. “파업 근로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대화를 통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만 했다.

파업 노조원들은 대우조선 소속도 아니다. 하청업체 노동자 120여 명이 돈 더 달라며 지난달 18일부터 독(배 만드는 작업장) 진입을 막고 있는 것이다. 일부는 원유 운반선에 들어가 점거 농성 중이다. 이들의 점거로 세계 최대 규모의 조선소 작업장이 마비 상태에 빠졌다. 대우조선 창사 이래 50년 만에 진수 작업이 중단됐다.

대우조선은 근로자 8600명과 협력업체 근로자 1만1000여 명의 일터다. 소수의 파업으로 지금까지만도 5700억원의 누적 손실이 났고, 작업이 중단되면서 7개 협력업체가 폐업했다. 대우조선은 물론 협력업체 임직원들도 파업 중단, 정상 조업을 호소하는 거리 행사와 집회를 갖고 있지만 이 정도로 사태가 해결될 리 없다. 이미 민노총은 밖에서 파업 지지 결의대회를 벌였고, 민변 등 40여 개 좌파 시민단체는 ‘희망버스’를 대우조선에 보내 파업 지지 운동에 나서겠다고 한다.

대우조선이 어떤 회사인가. 사실상 파산한 회사를 국민 부담으로 먹여 살리고 있는 곳이다. 현재 지고 있는 부채는 천문학적이다. 그런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돈 더 내놓으라며 회사를 마비시켰다. 이번 사태는 문재인 정부가 업종별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고 획일적인 주52시간제를 도입하는 바람에 협력업체 직원들의 근로 시간과 수입이 크게 줄어든 탓이 적지 않다. 이런 제도적 문제를 고치지 않고 국민 부담으로 운영되는 회사에서 돈만 내놓으라고 한다. 그 돈은 누구에게서 나오나. 이런 막무가내 사태가 벌어져도 정부는 말로만 “노동개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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